경기 흔든 그 순간, 모두 권용관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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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수비 실수가 아니었다. 그러나 상대 주자의 빠른 스타트에 살짝 움찔한 순간 땅볼도 될 수 있던 타구가 안타로 이어졌고 이는 선 실점의 발단. 이후 베테랑 내야수는 상대 젊은 배터리를 흔들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한화 이글스 불혹의 내야수 권용관(40)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베테랑의 야구를 펼쳤다.
한화는 8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6 KBO 리그 시범경기 넥센전에서 4-2로 역전승했다. 승리 일등 공신 권용관은 1회초 윤석민의 희생플라이 직전 땅볼 처리할 수 있던 이택근의 타구가 좌전 안타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으나 3회말 역전 결승타로 되갚았다. 권용관은 6회초 강경학과 교체되기 전까지 2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1회초 넥센은 선두 타자 서건창이 김용주로부터 볼넷을 얻어 출루한 뒤 1루에서 리드 폭을 넓혔다 줄였다 하며 배터리를 괴롭혔다. 1아웃 후 이택근 타석에서 넥센은 런 앤드 히트 작전을 펼쳤고 서건창이 2루로 스타트를 끊은 뒤 이택근이 볼카운트 1-1에서 김용주의 3구째를 당겨 쳤다.
서건창의 빠른 스타트 때 유격수 권용관은 타구에 집중하면서도 온전히 타구만 바라볼 수는 없었다. 2루 베이스로 정근우가 다가갔으나 이 경우 유격수는 2루수 뒤로 커버 플레이를 펼칠지 타구에 오롯이 집중할지 선택하는 생각의 여지가 남았기 때문이다. 찰나의 순간 권용관은 타구를 선택해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으나 타구는 권용관을 지나 좌익수 이성열 앞으로 향했다. 넥센의 작전과 서건창의 빠른 스타트에 당했다. 1사 1,3루를 만든 넥센은 윤석민의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올렸다. 그러나 권용관은 3회말 스스로 상대 투수-포수를 흔들어 승리 일등 공신이 됐다.
2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넥센 선발 김정훈은 신성현과 차일목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무사 1, 2루로 몰렸다. 타석에 선 베테랑 권용관은 4구째 작전이 아닌 번트를 구사했다. 이는 파울 판정을 받았으나 김정훈-박동원 배터리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며 권용관에게 몸쪽 코스를 던질 수 없게 만들었다. 이후 김정훈은 6구째 바깥쪽 낮은 유인구성 슬라이더를 던지려다 폭투를 하며 주자들의 추가 진루를 허용했다. 젊은 배터리가 수 싸움 스펙트럼을 스스로 좁힐 수 밖에 없던 순간이다.

이 폭투로 김정훈-박동원 배터리는 풀카운트까지 몰렸다. 이 경우에 대해 한 야구인은 “하위 타선 타자의 경우 풀카운트까지 투수를 끌고 갔을 때 비록 안타를 치지 못하더라도 성공했다고 본다.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데 앞서 투수의 진을 빼 놓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권용관은 끝까지 괴롭혀 밀어 치기로 2타점 우전 안타를 기록하며 역전을 이끌었다. 베테랑이 스스로 시도한 번트가 파울이 됐어도 이는 투수와 포수를 늪에 빠뜨렸다고 볼 수 있다.
후속 타자 정근우 타석. 정근우가 볼 카운트 0-2로 불리했던 순간 김정훈은 커브 유인구를 던졌다. 뚝 떨어지는 커브라 포수가 잡기 힘들었던 공인데 권용관은 이 순간을 파고들어 딜레이드 스틸에 성공했다. 기록은 폭투였으나 권용관은 포수 박동원이 이를 잠깐 놓치는 틈을 제대로 파고들어 2루를 훔쳤다. 찰나의 작은 야구 성공으로 넥센 배터리의 혼을 빼 놓았다.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시범' 경기다. 우리 나이 마흔 하나인 권용관이 한화의 주전 유격수로 오래 뛸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베테랑은 필요한 순간 빛을 발할 수 있다. '자율 번트'로 상대 배터리의 코스 선택 폭을 좁힌 권용관의 기술은 한화의 시범경기 개막전 승리를 이끌었다.
[영상] 바깥쪽에 집중해 밀어 친 권용관 역전 결승타 ⓒ 영상편집 김유철.
[사진] 3회말 권용관의 폭투 후 딜레이드 스틸 ⓒ 스포티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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