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쾌조의 시즌 스타트를 알린 KIA 정해영 ⓒ연합뉴스
▲ 쾌조의 시즌 스타트를 알린 KIA 정해영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김종국 KIA 감독의 믿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KIA 마무리 정해영(21)이 산뜻하면서도 완벽한 시즌 출발을 알렸다. 최고 경쟁이 치열한 마무리 업계에 만 21세의 젊은 클로저가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태세다.

정해영은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와 경기에 팀이 4-3으로 앞선 9회 등판,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요리하며 팀의 시즌 첫 승리를 지켰다. 올 시즌 자신의 첫 세이브도 같이 올라갔다.

사실 상황은 긴장감이 넘쳤다. 두 팀은 동점과 역전을 주고받으며 경기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피차 개막 2연전에서 한 경기도 건지지 못했던 탓에 승리가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시즌 전 야심찬 전력보강으로 기대가 컸던 KIA는 더 그랬다. 그런 상황에서 1점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의 어깨에 걸리는 압박감은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해영은 침착했다. 이제 3년차 선수라고 보기 쉽지 않은 담대함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첫 타자인 이원석을 3구 삼진으로 처리하며 가장 중요한 고비를 넘겼다. 이어 장운호 또한 변화구로 루킹 삼진 처리했다. 한결 어깨가 풀린 듯한 인상이었던 정해영은 콘택 능력이 뛰어난 정은원도 7구 승부 끝에 포크볼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고 경기를 마무리했다.

6일 광주 한화전에서도 7-4로 앞선 9회 등판해 역시 1이닝 동안 출루를 허용하지 않고 연이틀 세이브를 거뒀다. 상대 중심타선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8회까지 추격의 흐름을 만을어간 한화였지만, 정해영의 안정감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경기 후 포수를 향해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정해영의 얼굴은 다시 3년차 어린 선수로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개막 후 3경기 내용은 공손하지 않다. 상대 타자들로서는 공략하기 까다로운 묵직한 구위가 제구와 동반되고 있다.

시즌 첫 등판이었던 3일 광주 KIA전에서도 1이닝을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던 정해영이다. 문보경에게 안타를 맞았을 뿐 오지환 루이즈 김민성을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가장 긴장될 시즌 첫 등판을 마쳤다. 아직 3이닝일 뿐이지만 3경기의 아웃카운트 9개 중 6개가 삼진이다.

시속 140㎞대 중·후반에 형성되는 패스트볼은 여전히 힘이 있다. 여기에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이 보인다. 결정구 패턴도 다양하다. 3일 LG전에서는 힘 있는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유도했다면, 5일과 6일 한화전에서는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뒤 슬라이더와 포크볼을 이용해 상대 타자의 눈높이를 휘저었다. 존으로 오는 듯 하다 각기 다른 궤적으로 휘어져나가는 변화구는 타자들의 스윙을 이끌어내기 딱이었다.

정해영은 입단 2년차인 지난해 64경기에서 34세이브를 거두며 팀의 마무리로 우뚝 섰다. 평균자책점은 2.20에 불과했다. 세부적인 지표를 보면 리그 그 어떤 마무리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통계전문사이트 ‘스탯티즈’가 집계한 지난해 불펜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 정해영(3.79)은 리그 1위에 올랐다. 김종국 감독이 캠프 시작부터 정해영을 팀의 마무리로 공언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마무리 투수는 구위는 물론 이름값과 이미지에서도 상대를 압박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마무리 2년차를 맞이하는 정해영은 그 ‘이미지’를 쌓아가는 과정에 있다. 경기를 마친 뒤 포수에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모습이 많아질수록, 상대 타자들의 가슴 속에서는 두려움과 답답함이 쌓일 것이다. 최고 마무리를 향한 중요한 예비고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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