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범죄도시2'의 손석구. 제공|ABO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2'의 손석구. 제공|ABO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어느덧 대세. 손석구(39)는 누구를 연기하든 자신만의 기운을 진하게 남기는 배우다. 

그를 스타덤에 오르게 한 드라마 '60일, 지정생존자'(2019)의 대통령 비서실장부터, 화제의 시리즈 'D.P.'(2021)의 임대위, '연애 빠진 로맨스'(2022)의 손석구 아닌 구씨를 상상할 수 없게 한 비범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도 마찬가지다. 나른하게, 위태롭게, 생기있게. 미묘한 터치로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그의 기운은 '범죄도시'라는 강력한 프랜차이즈에서도 여전하다. 

18일 개봉한 영화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제작 빅펀치픽쳐스 홍필름 비에이엔터테인먼트)에서 여전한, 그러나 새로운 손석구를 발견할 수 있다. 인간미 넘치는 괴물형사 마동석이 인간같지 않은 범죄자를 때려잡는 이 시원시원한 범죄액션물은 2017년 개봉한 1편이 무려 687만 관객을 불러모은 초대형 히트작이다. "니 내 누군지 아니~" 유행어로 만들어버린 윤계상표 조선족 빌런 장첸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했다. 여전한 세계관 안에 빌런만 새로 들인 '범죄도시2'의 악당이 바로 손석구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그는 여전히 '범죄도시2'에서도 손석구답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극악무도 잔혹 빌런에 또다시 부들부들 거리면서도 전편의 장첸을 전혀 떠올리지 않게 되는 건, 그를 연기한 배우가 다름아닌 손석구였기 때문일 거다. OTT 드라마를 찍느라 멀리 필리핀에서 화상 인터뷰에 응한 손석구는 가만가만 영화를 되짚었다. 가벼운 웃음을 띤 채 "차별화해야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했다"며 "이상하게 속편이라는 생각도 안 들었다"고 했다. 본인도 이상하다 한 희한한 답변에 고개가 그떡여졌던 것 또한 그가 다름아닌 손석구이기 때문이었을 거다. 

-'범죄도시2'가 오늘 개봉이다. 예매부터 심상찮다. 반응이 좋다. 

"시사회부터 가고 싶었는데 현실감이 없다. 너무 오랫동안 기다린 작품인데 공교롭게도 지금 해외에 있다보니까 어떤 정도의 반응인지 듣고만 있다. 빨리 한국을 가서 그런 광경을 제 눈으로 보고 싶은 마음이다."

-어떻게 빌런 강해상 역에 출연을 결심했나. 

"제가 악역이 많이 들어왔다. 거친 말 하고 피칠갑 하는 게 많이 땡기지는 않았다. '들어오는 것 중에 가장 센 걸 하고 그만 하자' 생각에 '범죄도시2'를 하게 됐다. 워낙 '범죄도시'를 좋아하기도 했다."

▲ '범죄도시2' 손석구 스틸. 제공|ABO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2' 손석구 스틸. 제공|ABO엔터테인먼트

-'범죄도시' 1편을 어떻게 봤나. 윤계상이 맡은 장첸의 존재감이 어마어마한데 의식되지는 않았는지.

"아직도 기억이 난다. '범죄도시' 1편을 별 생각없이 보러 갔다가 '이렇게 재밌고 현실적인 형사 영화가 나왔구나' 하면서 너무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2편을 찍으면서도 TV에서 하거나 하면 심심할 때마다 본다. 봐도봐도 재밌는 영화 중 하나다. 차별화를 두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했다. 나는 오로지 '강해상은 어떨까'만 생각했다. 시나리오에 있는 강해상을 기준으로 만들어가야지 차별화를 두려고 하면 그건 온전한 강해상이 아닐 거다. 장첸의 강해상일 거다. 감독님도 저도 그랬다. 이상하게 차별화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이상하리만치 속편이란 생각을 안했다."

-그래도 부담감이 있었을텐데.

"부담감은 없었다. 주변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했다. '메인 빌런이야? 장첸보다 잘해야 되겠네. 부담되겠네' 하고. 다른 시나리오를 보고 내 해석을 가지고 연기하는 건 늘 하던 것이기 때문에 부담은 없었다. 하지만 개봉에 앞서 매우 궁금하고 지금은 부담이 된다. 하지만 할건 다 했으니 그건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어떤 역할을 해내야겠다고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나. 

"제 역할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관객들이 마석도(마동석)의 뒤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면서 '저 XX를 잡고싶다'고 느끼는 것. 그리고 악인이 무너지는 것을 통쾌하게 느끼는 것. 저는 그런 단짠단짠 속에서 강렬하고 무서운 임팩트를 주려 했다. '저 악인을 잡고 싶다' 는 마석도의 마음에 관객이 빙의될 수 있게. 그것을 충실히 행하자고 생각했다. 2편이지만 하나의 독립된 영화라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강해상은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나. 

"캐릭터를 맡으면 키워드를 하나씩 생각한다. 강해상은 '울분'이 키워드였다. 본적으로 울분에 차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화가 많은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울분과 화가 가득했던 시절을 많이 떠올리려고 했다. 20대 초중반? 어릴 땐 그렇지 않나. 나만 못난 것 같고, 자격지심도 있고 화가 많았던 시절."

▲ '범죄도시2'의 손석구. 제공|ABO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2'의 손석구. 제공|ABO엔터테인먼트

-외적으로도 10kg 가까이를 증량했다고.

"외적 고민을 많이 했다. 복잡하지 않고 통쾌한 영화이기 때문에 직관적이고 보는 맛이 있어야 하지나. 일단 머리를 기르고 자를지 어떻게 할지 피부톤을 어떻게 할지 만들어나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의상도 모두 제작해 입었다. 살도 찌우고 싶어 몸을 키웠다. 무조건 많이 먹었다. 전문 트레이닝을 받지는 않았는데 만든 몸보다는, 잘 먹고 해외에서 호의호식한 몸을 원했다. 운동도 그냥 무식하게, 무거운 걸 들었따. 120kg까지 벤치프레스를 했나, 100kg 넘는 걸 처음 해봤다. 얼굴 부어도 되니까 자기 전에도 먹고 촬영 전에도 먹었다. 그게 좋았다.(웃음) 태닝도 진짜 많이 했다. 1년 동안 태닝을 다녔다."

-본인이 생각하는 '범죄도시' 시리즈의 매력은? 그 현장은 또 어떻게 달랐나.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100m를 달리는 영화다. 확실히 웃기고 확실히 통쾌하고 중간이 없다. 1편을 너무 많이 봤으니까, 그 매력이야 알고 있었다. 내부적인 매력은 다르다. 1편부터 만들어진 촬영 문화가 있다. 시나리오에 얽매이지 않고 현장에서 태어나는 애드리브와 아이디어를 맏고 간다. 감독님만이 주가 되는 게 아니라 스태프, 배우 누구 상관없이 아이디어를 낼 수 있다. 오픈된 유기적 문화다. 경직된 문화 없이 해보고 싶은 거 다 하고 시도해볼 수 있다. 이 현장의 매력이다."

▲ '범죄도시2'의 손석구. 제공|ABO엔터테인먼트
▲ '범죄도시2'의 손석구. 제공|ABO엔터테인먼트

-함께 한 마동석은 어땠나. '범죄도시2'의 기획, 제작도 맡고 있는데.

"동석이 형은 강력반 형사들도 많이 알고 있고, 실제 에피소드를 영화답게 녹이는 법을 안다. 천재같다. 너무 잘 안다. 감탄이 나온다. 배우고 싶다.  

현장에서도 정말 많이 배웠다. 연기도 정말 리얼하게 잘하신다. 그러면서 제작자로서 모니터 뒤에서 수만가지를 체크하셨다. 시간 날 때마다 저를 옆에 앉혀놓고 '석구야, 너는 나랑 피가 같아. 너도 나중에 글도 쓰고 제작도 하고 다 해' 하시며 제작자로서 해야할 것을 가르쳐 주셨따. 과외받는 느낌으로 현장에 갔다. 너무 고맙다. 배우 이상의 경험이었다. 지금도 냉정하게 조언해주신다. 동석이 형은 그 재미에 사시는 것 같다. 콘텐츠 제작하는 재미. 저도 그렇게 살고싶다."

-마동석이 윤계상의 장첸과 비교해 호랑이와 사자같다고도 했다. 혹시 마동석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아마 그 얘기는 그렇게 다르다는 말씀을 하고싶으셨을 거다. 음, 동물 중에 하마가 힘이 제일 세지 않나? 거기에 하마와 여우가 공존하는 것 같다. 아, 이러다 싫어하시는거 아니야.(웃음) 다양한 동물이 있는 것 같다."

-마동석과 액션은 어땠나. 타격감도 있지 않나

"동석 형은 액션 전문가라 타격감은 느끼지 못한다. 안전하게 촬영하는데 보이는 타격감은 어마어마하다. 맨 마지막 액션 찍을 때는 저희끼리 웃었다. 현실에서는 한 대 맞으면 기절인데 오래도 버틴다 하고.(웃음)"

-액션 포인트는 어떻게 잡았나. 훈련도 오래 했다고 들었다. 

"우리 액션감독님은 1번도 리얼함, 2번도 리얼함, 3번도 리얼함이다. 액션을 하는데도 애드리브를 원하시더라. 액션 1번과 2번 사이에 1.3, 1.5를 하면 좋아하셨다. 와호장룡처럼 합이 딱딱 떨어지는 춤을 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현실싸움'이 키워드였다. 제일 뿌듯한 액션신은 엘리베이터 액션신이다. 마석도를 만나기 전에 그보다 어쩌면 더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는 사람과 1대1로 붙어보면 어떠냐 제안했는데 감독님이 좋다고 하셨다. 오케이가 난 컷이 있었다. 사실 액션감독님이 오케이하신거니 보통은 넘어갔는데 그때는 제가 한 번 더 하자고 했다. 그래서 결국 다같이 만족한 컷이 들어갔다. 한 번 더 하겠다고 한 것이 잘 한 선택같아 좋았다. 액션 연습을 열심히 한 이유도 그거였다. 제가 '한 번 더 하고싶다'고 하면 모두가 '이유가 있을거야' 할 수 있는 분위기."

▲ 손석구. 제공ㅣ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 손석구. 제공ㅣ에이비오엔터테인먼트

-JTBC드라마 '나의 해방일기' 구씨로도 사랑받고 있다. 전성기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씨 과거가 강해상' 이야기도 혹시 들었나. 

"그걸 사실 잘 모른다. 필리핀에 와 있으니 소식만 전해듣는다. 드라마는 점점 여기서도 알아보신다. 기분이 좋다. 진작 나와야 할 작품들이 이제 나왔는데, 배우로선 중간 텀이 너무 길어 불안하기도 하고 조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이제 2배로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구씨 유니버스'에서 과거가 강해상이라고 친구들도 그 농담을 많이 하더라. '그래서 숨은 거야?' 하고. 말씀드렸듯 그런 게 재미다. 저는 기분이 좋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나. 

"늘 제 것을 하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다. 그리고 솔직한 배우. 스스로에게 솔직한 배우로 기억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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