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겸의 인사이트]유희열의 음악은 여전히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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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연예 에디터]유희열이 19일 ‘유희열의 스케치북’ 600회 녹화를 마치고 프로그램을 떠났다. 13년 3개월간 진행을 맡아 600회나 방송을 했다는 유의미한 ‘업적’은, 표절 의혹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평가 받을 기회를 잃고 말았다. 그런 유희열이 프로그램을 떠나면서 던진 한마디는 의미심장했다.
“제기되는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올라오는 상당수의 의혹은 각자의 견해이고 해석일 순 있으나 저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부분들입니다.”(7월 18일 ‘스케치북’ 하차 입장문 中)
이는 ‘누가 뭐라고 하든 나는 표절하지 않았다’는 반박의 완곡한 표현이다. 부활 김태원이 MBC ‘100분 토론’에서, ‘동업자’로서는 이례적으로 강경하고 직설적 어조로 유사성을 비판할 정도였지만, 유희열은 제기된 의혹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두 사람의 ‘표절’에 대한 개념과 정의는 이렇게 다르다. 유희열의 ‘아주 사적인 밤’이 류이치카사모토의 ‘아쿠아’와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온데 대해 김태원은 “표절을 하면 보통 한두 마디는 바꾸는데, 유희열은 8마디가 똑같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향을 받았다는 이유를 대셨는데 그건 핑계도 되지 않는다”고 의견을 냈다. 유희열은 6월 이미 “긴 시간 가장 영향 받고 존경하는 뮤지션이기에 무의식중에 저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유사한 진행 방식으로 곡을 쓰게 됐다”고 밝혔던 터다.
아쉽게도 이 세상에 ‘표절학개론’은 없다. 얼마나 베껴야, 무엇을 베껴야 표절인지 명확하지 않다. 표절의 정의와 판정은 제각각 주관적이다. 듣는 사람이 표절이라 느끼면 표절이고, 아니라고 느끼면 아닌 것이다. 그 둘이 충돌할 때 논란이 되고, 원작자가 문제제기를 하면 표절 시비가 일어난다. 다만 표절이 주는 파장이 치명적이다 보니 논란에 휩싸인 경우 보통 사과를 하고 활동을 중단한다.
유희열 말처럼 표절은 각자 다르게 생각할 수 있으니, 그 판단은 대중의 몫으로 두자. 다만 이번 논란으로 밝혀진 사실이 하나 있다. 유희열은 다른 사람의 음악을 일부 참고해서 곡을 만드는 작곡 방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이의 곡을 참고하다 보면 유사성은 필연적이다. 현재 온라인상에서 ‘유사성’이 지적되는 유희열의 곡은 대략 아홉 곡. ‘아주 사적인 밤’을 시작으로 '내가 켜지는 순간' '해피 버스데이 투 유' '플리즈 돈트 고 마이 걸' '넌 어떠니' '안녕 나의 사랑' '너의 바다에 머무네' '좋은 사람' ‘공원에서' 등이 뒤따랐다.
유사성 의혹이 연쇄적으로 제기되자 온라인에선 “지금까지 내가 들어온 토이 유희열의 음악은 누구의 음악이었나”라는 말이 나왔다. 유희열 자신도 입장문에서 “지난 시간을 부정당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상실감이 얼마나 크실지 감히 헤아리지 못할 정도입니다”라고 아파했다. '서울대 작곡과'라는 학력 프리미엄이 없지 않았던 그에게 이번 논란은 '유희열 음악'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분수령이 된 것이다.
그 재평가는 유희열에게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유희열은 음악인이기에 다시 대중과 교감하는 음악을 만들어 돌아올 것이고, 대중은 ‘이번엔 누구의 곡을 참고했는지’ 지켜보게 된다. 예전 토이 유희열로 다시 인기를 얻기까지 그 과정도 지난할 것이다.
유희열의 이번 논란에 대한 대처와 처신은 이제 다른 음악인들에게 ‘레퍼런스’가 될 수 있다. 유사성이 제기되면 "존경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참고 했고, 참고와 표절은 다르다"고 말하는 이들이 나올 것이다.
많은 음악인들이 처음엔 다른 이의 음악에 영향을 받는다. 세상의 많은 ‘좋은 음악’을 들으면서 감성을 키우고, 자기 색깔을 버무리는 창조적 자기화 과정이 수반되면 자기만의 음악이 된다. 하지만 유사성이 제기된다면, 타인의 음악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창조적 발전이 다소 부족했다는 것이 아닐까. 멜로디와 템포, 성조가 약간 다를지라도 곡의 핵심인 메인 테마가 유사하거나, 이 곡을 듣고 다른 곡이 떠오른다면 온전히 자기만의 음악이라고 하기엔 어딘지 부족해 보인다.
작곡가가 타인의 음악을 전혀 듣지 않고 음악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미 세상에 나와 있는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재해석하고 창조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창작자가 할 일이다. 기존 것과 새로운 것의 비율을 자로 잴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창작자의 양심만이 알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표절 의혹은, 의도가 없었더라도 창작의 과정이 순수했더라도, 결과가 유사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희열의 입장을 받아들여 그의 음악은 표절이 아니라고 하자. 유사성에 갇혀버린 그의 음악들은 대중에게 여전히 아름다운가.
유희열은 18일 입장문에서 “제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저의 남은 몫이 무엇인지 시간을 가지고 심사숙고하며 외면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했다.
그의 심사숙고와, “외면 않겠다”는 약속이 어떤 일을 만들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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