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비상선언' 공식 포스터. 제공|쇼박스
▲ 영화 '비상선언' 공식 포스터. 제공|쇼박스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영화 '비상선언'이 화려한 볼거리로 무장하고 올 여름 관객들을 사로잡기 위해 나선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재난에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제작을 시작한 영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현실과 닮아있는 재난물이다. 일찌감치 개봉했다면 '예언물'이 될 뻔 했다.

가장 먼저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까지. 부담스러울만큼 화려한 배우들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밸런스 있게 활용한 캐릭터 운용법이 돋보인다. 특히 희생적 가족애 표현에 최적화된 송강호, 덤덤하게 울림 있는 톤이 유독 빛나는 이병헌, 복잡미묘한 찰나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하는 전도연, 차분하고 따뜻하지만 감정을 덜어낸 베테랑 서비스직 목소리 톤을 완벽 구사한 김소진 등 배우들의 주특기가 안정적으로 펼쳐진다.

이 비행기의 빌런인 임시완의 변칙적 얼굴은 이런 안락하고 탄탄한 선배들의 연기를 발판으로 시선을 확 잡아끄는 신선함으로 튀어나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예고편에도 등장한 임시완의 '기괴한 미소'는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신이기도 하다. 좋았던 만큼 활약이 짧아 아쉬울 따름이다. 

영화 속 재난은 승객들에게 가혹하리만큼 잔인하고, 같은 '좌석'에 앉은 처지인 극장의 객석에도 생생히 전달된다. 관객들이 새삼 마스크 끈을 조이게 만드는 리얼함이다. 좁은 공간이지만 지루할 틈 없는 액션이 펼쳐진다. 특히 기술적으로도 초고난도의 비주얼을 구현, 무려 공간을 뒤집어버리는 과감한 연출은 입을 '떡' 벌어지게 한다. 한정된 공간이지만 기내와 바깥 상황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매끄럽게 이야기를 확장시켜 나가는 점도 돋보인다.

재난을 맞이한 탑승자들, 정부 관계자들, 탑승자 가족들, 이 소식을 접한 대중의 반응까지.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인물들의 감정 변화도 인상적이다. 슬픔, 분노, 환희, 실망, 이기심, 연대감 등 다양한 인간 군상들의 적나라한 반응들을 담아내 보는 이들에게 다채로운 감정을 전달한다.

▲ 영화 '비상선언' 스틸. 제공|쇼박스
▲ 영화 '비상선언' 스틸. 제공|쇼박스

호불호가 갈릴 만한 지점은 극 후반부 엔딩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다. 러닝타임이 길기도 길거니와 유독 한국 영화의 '신파 감성'을 몸서리치게 못 견뎌하는 관객들이 '이럴 줄 알았다'라며 반응할 법한 통속적 전개가 이어진다. 물론 재난물 특성상 자연스러운 방향이고 마른 수건 쥐어짜듯 억지를 부리는 것은 아니다. 감정적으로 납득 가능한 전개이니 경악스러운 신파 영화에 탄식했던 과거를 떠올리며 이 작품에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그런 점에서 참신함의 유혹을 떨치고 희망을 선택한 엔딩의 미덕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적으로는 더 인상적인 결정을 할 수 있었겠지만, 관객들에게 용기와 위로를 전하겠다는 메시지를 우선한 결과물이다. 이런 배려 덕분에 영화 팬들에겐 덜 좋은 점수를 받더라도, 더 많은 관객들이 만족스러운 마음을 안고 극장 문을 나설 수 있게 될 것 같다.

오는 8월 3일 개봉,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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