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차 시즌에 개인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KIA 이의리 ⓒKIA타이거즈
▲ 2년차 시즌에 개인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달성한 KIA 이의리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4일 잠실 LG전이 끝난 뒤 KIA 더그아웃은 시끌벅적했다. 경기에서 8-3으로 낙승하며 기분 좋게 5위 확정 매직넘버를 하나 더 줄여서 뿐만은 아니었다. 팀의 막내급인 이의리(20)가 생애 첫 10승을 달성한 날이어서 더 그랬다. 선배들은 이의리에게 다양한 방식의 축하를 건넸고, 이의리는 웃기만 할 뿐이었다. 

고졸 선수들이 프로에 직행하는 게 트렌드가 된 지는 꽤 됐다. 그러나 꼭 성공하는 건 아니다. 입단 직후부터 프로와 격차를 몸으로 느끼기 시작한다. 성인으로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하는 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그래서 입단 1‧2년차에 큰 족적을 남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선배들은 누구보다 이를 잘 안다. 2년차에 10승을 거둔 이의리가 대견해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이의리는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을 2실점으로 막고 시즌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프로에 데뷔한 이의리의 첫 두 자릿수 승수였다. 시즌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 달성했기에 더 짜릿한 감도 있었다.

안타 6개와 4사구 3개를 허용하는 등 전반적인 경기 내용이 아주 깔끔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최고 시속 152㎞가 찍힌 강속구를 앞세워 힘으로 LG 타선을 막아냈다. 커브 등 변화구에도 칼이 있었다. 4-2로 앞선 5회 1사 만루 위기에서 김현수를 유격수 뜬공으로, 채은성을 3루수 땅볼로 돌려세우고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감한 건 극적이었다. 이 위기를 넘기지 못했다면 10승 도전은 내년으로 미뤄야 했다.

이 10승은 개인적은 의미는 물론, 유구한 타이거즈 프랜차이즈와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꽤 진기한 기록이었다. 프로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고졸 1‧2년차 선수가 10승을 달성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근래 들어서는 극소수의 선수에게만 허락된 일이었다. 개인적인 기량도 뛰어나야 하지만 기회 보장 등 어느 정도는 운도 따라야 하는 영역임을 알 수 있다.

21세기가 밝은 뒤 가장 돋보이는 루키 및 소포모어 시즌을 보낸 투수는 단연 류현진(현 토론토)이다. 2006년 데뷔한 류현진은 30경기에서 18승6패 평균자책점 2.23이라는 말 그대로 괴물같은 성적으로 KBO리그를 평정했다. 2006년 신인상은 당연하고 리그 최우수선수(MVP)까지 쓸어 담은 역사적인 시즌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만 20세 이하, 그러니까 고졸 1‧2년차 10승은 2008년 한 번 더 나왔다. 김광현(34‧SSG)이 그 주인공이다. 김광현은 데뷔 2년차였던 만 20세 시즌 2008년에 16승4패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류현진과 김광현은 이후 KBO리그와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우뚝 섰다.

이후로는 한동안 나오지 않다가 최원태(25‧키움)가 2년차인 2017년 25경기에서 11승7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다. 가장 근래 사례는 소형준(21‧kt)으로 데뷔 시즌이었던 2020년 26경기에서 13승6패 평균자책점 3.86으로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최원태 소형준은 우완으로 좌완 계보를 따지면 류현진 김광현 이후 이의리가 처음이다.

유구한 KIA 역사에서도 1‧2년차 선발 10승을 달성한 선수가 근래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마지막이 김진우로 루키 시즌인 2002년 12승, 2003년 11승을 달성했다. 2003년 신용운과 2006년 한기주도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두기는 했지만 선발승으로 10승을 채우지는 못했다. 김진우에 이어 이의리가 그 주인공이 된 셈이다. 추후 대투수로 성장하는 양현종보다도 오히려 이의리의 1‧2년차가 더 화려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쌓아갈 경력이 기대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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