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랙] 이대호의 은퇴시즌 미스터리… 분명 늙어가고 있었는데 이 성적은 대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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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2년 KBO리그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는 단연 이대호(40)였다. 시즌을 앞두고 일찌감치 올해가 마지막 시즌이 될 것이라 공언한 ‘조선의 4번 타자’는, 시즌 끝까지 팬들의 큰 관심을 잃지 않으며 영예로운 마무리를 했다.
제 아무리 이대호라고 해도 성적 저하가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이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그런 마무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이대호에 대한 여론이 계속 뜨거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변치 않는, 아니 오히려 직전 시즌보다 더 나아진 성적이었다. 이대호는 시즌 142경기에 건강하게 나가며 타율 0.331, 23홈런, 10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81을 기록했다. 마흔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수치였다.
이대호가 타율 0.330 이상을 기록한 건 2018년(.333)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3년은 모두 3할을 치지 못했다. 만 40세 이상 시즌에 100타점을 넘긴 국내 선수는 리그 역사 전체를 따져 봐도 이승엽의 2016년(118타점)이 유일했다. “이대호의 은퇴를 번복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자연스럽게 나왔고, 이대호의 영광스러운 행보는 시즌 끝까지 더 팔팔한 생명력을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한 클래식 스탯 뒤에 숨겨진 이대호의 숫자는 어땠을까.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생각보다는 다른 수치에 당황하게 된다. 이대호가 회춘한 줄 알았는데, 거의 대다수 지표는 이대호도 분명하게 늙어가고 있었음이 증명된다. 이대호라고 해서 나이를 거스를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타자의 힘과 정확도의 결합체인 평균타구속도는 3년간 계속 하락세였다. 2020년 평균타구속도는 시속 136.3㎞, 2021년은 134.8㎞, 그리고 올해는 131.3㎞까지 떨어졌다. 하드히트(시속 152.8㎞ 이상 타구) 비율도 2020년은 40.9%였던 것에 비해 지난해는 33.3%, 올해도 33.5%로 2년 전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즉, 이대호의 타구는 계속해서 약해지고 있었고 단순히 타구속도로 올해 성적을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된다.
선구안도 마찬가지였다. 스트라이크존 콘택 비율(콘택트한 타구가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이었는지의 비율)은 2020년 72.7%, 2021년은 72%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68.6%였다. 콘택트 비율은 예년과 크게 달라진 게 없었으나 어쨌든 더 많은 볼을 치고 있었던 셈이다. 볼을 치는 건 스트라이크를 치는 것보다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기가 어렵다.
이 데이터를 분석한 한 전문가는 “(숫자를 볼 때) 힘은 빠지고 선구안도 나빠졌다. 총알같은 타구의 비중도 줄었고, 당연히 타구속도도 많이 떨어졌다. 비거리도 줄어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하나 확실하게 달라진 점에 주목했다. 이 전문가는 “스윙 궤적 변화를 통해 발사 각도를 높였고, 공을 맞히는 포인트에도 약간의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타구 회전 수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면서 “신체 능력의 퇴보는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바뀌는 몸 상태를 타격 메커니즘의 변화로 극복했다. 이대호가 그래서 위대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 이대호의 평균 발사각은 2020년 12.7도, 2021년 12.6도였다 올해 16.5도로 높아졌다. 타구 회전 수 또한 2020년 분당 2998회, 지난해 3068회에 올해는 약 3279회로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공을 더 띄웠고, 이는 줄어든 파워에도 장타 생산에 도움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본 한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의도적으로 발사각을 높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전제하면서 “전성기에도 힘으로 치는 선수가 아니었다. 단단한 하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부드러운 스윙과 팔로스루로 오히려 상대 투수의 공을 이용하는 선수였다. 나이를 받아들이고 장타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장타에 미련을 두지 않는다면 히팅포인트를 앞에 두기가 더 용이해지고 스윙도 결단력이 생긴다. 실제 올해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대호의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한 건 땅볼이 증가하기 시작한 시기와 아주 밀접한 영향이 있다. 발이 빠르지 않은 선수이니 땅볼의 증가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더 큰 공격 생산력의 저하로 다가왔다. 올해도 땅볼 자체가 크게 줄지는 않았다. 그러나 맞힐 때는 공을 더 정확하게, 또 양질의 타구를 만들어내며 결국은 뛰어난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대호는 끝까지 이대호였고, 단지 미스터리했던 성적을 더 추적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게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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