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치 보면서 음악할래?" 산이가 스스로에게 물었다[인터뷰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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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공미나 기자] "17년을 음악 했는데 '산이야 너 아직도 눈치 보며 음악 할 거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스트 랩 쉿'(Just Rap Shit). 25일 발매된 산이의 두 번째 정규앨범 명이다. 타이틀 그대로 이번 앨범은 '그냥 랩'을 담았다. 어떠한 이들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랩이 재밌다고 느낀 산이가 하고 싶은 말들을 편하게 담았다.
"이번 앨범은 '내가 우주 최강 랩을 보여주겠다' 같은 각오보다는, 그저 하고 싶은 걸 즐겁게 만들었어요. 이런 마음으로 음악을 만든 건 정말 오랜만이에요. 예전엔 어떻게든 잘해서 곡을 띄우고 싶고, 좋은 성적 받고 싶었거든요. 이번엔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았죠."
정규앨범으로는 2015년 1집 '양치기 소년' 이후 약 8년 만이다. 당초 EP를 예상하고 준비했던 이번 앨범은 만들다 보니 10곡이 완성돼 정규앨범이 됐다. 산이는 이 10곡을 2개월 만에 빠르게 곡들을 써내려 나갔다고 한다.
"원래 정규앨범을 만들려면 세계관도 짜고 콘셉트도 생각하고 힘이 많이 들어갔어요. 지난 앨범을 너무 힘줘서 만들었는지, 지금 와서 들어보면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거지' 이해가 가지 않는 가사도 있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만드는 데, 갑자기 랩이 다시 너무 재밌었어요. 입도 잘 풀리고 가사도 술술 떠오르더라고요. 머리에서 나오는 그대로 내뱉고 나중에 정리해서 가사를 썼어요."
신보가 '랩'을 강조한 만큼, 기존 산이의 대표곡으로 꼽히는 '한여름 밤의 꿀', '미 유'(Me You) 처럼 말랑말랑한 대중적인 멜로디는 없다. 산이는 "일부러 그런 곡들을 안 넣으려 한 건 아니고, 앨범을 만들며 '그냥 랩'이 재밌었다. 이런 랩하는 즐거움이 15년 만에 다시 찾아온 것 같다"고 떠올렸다.
타이틀곡은 마지막 트랙 '여름끝 매미'다. 어째서 타이틀곡이 마지막에 배치돼있는지 물었더니 트랙 순서는 곡이 완성된 순서란다. 당초 앨볌과 동명인 '저스트 랩 쉿'이나 '반칙'을 타이틀곡으로 염두해뒀지만, 믹싱을 거치고 나니 '여름끝 매미'가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들어 타이틀곡으로 낙점됐다.
'여름끝 매미'는 산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자신다운 곡이다. 어떠한 것도 의식하지 않고 가장 꾸밈없는 목소리로 랩을 했다는 것이 산의 설명이다.
"매미는 철이 지나면 떨어져 죽잖아요. 그걸 생각하며 '여름끝 매미'라는 키워드를 항상 머릿속에 갖고 있었어요. 제목으로 쓰기에 촌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냥 그대로 곡 제목이 됐어요. 앨범 전체적으로 들었을 때 '이 곡이 가장 산이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과거엔 무의식적으로 영감을 받은 아티스트나 유행하는 목소리 톤으로 랩을 한 적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여름끝 매미'는 어떤 곡보다도 가장 자연스럽게 랩을 한 것 같아요."
앨범에는 조니 쿼니, 레타 등 젊은 뮤지션들이 피처링에 참여해 눈길을 끈다. 산이는 "친분이 있거나 부탁을 해서 들어줄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 인지도 있는 래퍼 친구들의 피처링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다. 그러나 그렇게 작업하면 너무 뻔한 그림이 될 것 같더라"라며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작업을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앨범을 설명하는 내내 산이는 현재 사진이 "음악적으로 평안한 상태이고 음악이 즐겁다"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무엇이 그의 마음에 모든 부담을 내려놓게 했는지 묻자, 그는 대화를 이어가던 중 2021년 참가자로 나선 엠넷 '쇼미더머니10'를 떠올렸다.
과거 '쇼미더머니' 시리즈에 프로듀서로도 출연했던 그가 시즌10에 참가자로 나선다는 소식은 큰 화제가 됐던 바. 산이는 '쇼미더머니10' 출연 이유에 대해 "제 자신을 증명하려 했다기 보다는 제 스스로를 어떤 환경에 집어넣는 걸 좋아해서 출전했다"고 밝혔다.
"제가 생존해야 하는 환경에 주어지는 걸 좋아하는데, '쇼미더머니10'이 딱 그랬죠. 그래서 브랜뉴뮤직을 나와서 페임어스를 설립하게 될 때도 비슷한 생각이었어요. 부딪혀보고 싶다. 가끔은 이런 도전에 후회도 해요. 그래도 '쇼미더머니10' 출연은 잘 결정했다고 생각해요. 많은 래퍼 친구들도 만나고, 영감도 받았어요."
그렇게 '쇼미더머니10' 출연 이후 산이는 문득 자신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리고 그 고민 끝에 내린 답이 '내가 지금 하고 싶은 음악을 하자'였다.
"'쇼미' 이후 어느 날 제 자신에게 물어봤어요. '산이야 무슨 음악 하고 싶어?' 대중적인 거, 강한 랩, 이런 걸 고민하다가 제 스스로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지금 와서도 그런 거 눈치 보면서 음악을 만들어야해? 너 하고 싶은 거 해. 산이야.' 그렇게 혼잣말을 하고 고민하다 이 앨범이 나왔네요. 저는 이미 음악으로 제가 꿈꾼 것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더 많이 이뤘다는데, '거기서 만족 못 하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페임어스를 이끄는 산이는 프로듀서로서 후배 양성에도 한창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는 "지금은 하고 싶은 음악 하면서 라이징하는 친구들과 작업하는 게 재밌다. 라이머 형과 전화하며 이런 얘기를 나누면 '프로듀싱을 하면 어떤 보람이 있는지 알겠지?'라고 하시더라. 브랜뉴뮤직 시절에는 그저 아티스트였는데, 이제는 프로듀서로 뿌듯함도 안다. 소속 가수들이 잘하면 제 일처럼 기쁘다"라고 말했다.
2021년에는 '쇼미더머니10' 외에도 결혼이라는 큰 이벤트가 있었다. 산이는 그해 9월 2살 연하 비연예인과 결혼했다. 발라드 가사를 쓰는 가수들이 종종 결혼 후 슬픈 가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있는데, 반면 산이는 신혼 생활과 음악이 잘 분리되고 있다고 한다. 자신도 그런 점이 신기하다는 산이는 "결혼 후에도 어두운 힙합 비트에 맞춰 그런 가사들이 잘 나와서 행복했다"며 "지금 분노에 차있거나 이런 상태가 아닌데, 가사가 술술 나와서 좋다. 가사가 안 나올 때는 악플도 종종 본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아내에 대해 묻자 산이는 "일을 잘 이해해 주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라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 정규앨범을 파트1라고 밝힌 산이는 반응이 좋다면 곧바로 파트2도 내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이번 앨범을 대중이 어떻게 즐겨줬으면 좋겠는지 묻자 "심플한 앨범이니 그저 즐겨달라"고 당부했다.
"예전 것과 비교하는 것도 좋지만, 너무 비교하려 하기보다는 2023년 산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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