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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치기 사면과 철회, '건의 계속 받았다'가 진짜 화약고

작성일: 2023.04.04 06:20 조용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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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부 조작범 등 축구인 1백 명 사면안을 철회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사진 위)은 고개를 숙였다. 축구협회 이사회 이사진들은 침묵을 지켰다. ⓒ연합뉴스
▲ 승부 조작범 등 축구인 1백 명 사면안을 철회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사진 위)은 고개를 숙였다. 축구협회 이사회 이사진들은 침묵을 지켰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구태와 구습, 불통까지. 나흘 만에 꼬리를 내린 대한축구협회의 축구인 1백 명 사면 행위에 온갖 부정적인 키워드를 다 들이댈 수 있다. 

기습. 축구협회는 지난달 28일 승부조작 가담자 48명을 포함한 총 100인의 비위 행위자를 사면한다는 보도자료를 전달했다. 툭 하고 받아쓰기에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단지 밝힌 연유라면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16강 진출 자축에 따른 축구계 화합'이었다. 

시선 분산. 당연히 쟁점화될 사안,그저 조용히 지나가길 기대했다. 스포츠의 근간을 해치는 암적인 문제를 지워주겠다며 수면 위로 끌어올린 대담함치고는 더 큰 이슈에 가려지길 바란 얄팍한 정략적 태도만 도드라졌다. 우루과이와 평가전을 59분 남겨둔 시점에 발표한 건 불공정 밀실 야합으로 일처리를 하는 축구협회의 시대착오적인 모습만 증명했다. 

후폭풍. 승부조작범들에게 철퇴를 내린 지 고작 12년 만에 사면안을 발표한 게 타당한지부터 이들의 거취를 결정한 이들의 자격시비, 비토 여부까지 비난의 소리는 일파만파 확산됐다. 분노한 팬들은 축구협회와 K리그 현장으로 불만을 폭발했고 정몽규 협회장의 결단을 촉구했다. 

호된 역풍에 고개를 떨궜다. 정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재논의한 끝에 사면 철회를 밝혔다. 이후 재진 앞에 선 정 장은 '판단 실수가 있었다'는 입장문을 읽어 내려갔다. 그는 "승부조작 사건으로 인해 축구인과 팬들이 받았던 그 엄청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한층 엄격해진 도덕 기준과 함께 공명정대한 그라운드를 바라는 팬들의 높아진 눈높이도 감안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 승부 조작범이 포함된 축구인 사면을 단행했다 역풍을 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31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면 철회를 알렸다. ⓒ연합뉴스
▲ 승부 조작범이 포함된 축구인 사면을 단행했다 역풍을 맞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31일 임시 이사회에서 사면 철회를 알렸다. ⓒ연합뉴스

 

그러면서도 사면을 추진한 배경을 설명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정 회장은 "승부조작이 스포츠의 근본 정신을 파괴하는 범죄 행위라는 점에 다른 의견은 없다. 그러기에 제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재직하던 당시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면서 "그들이 저지른 행동이 너무나 잘못된 것이지만 그것 또한 우리 축구계 전체가 함께 짊어질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상부상조. 결국 '우리가 남이 가'로 통하는 제 식구 감싸기를 숨기지 못했다. 정 회장은 "2년 전부터 10년 이상 오랜 세월 그들이 충분히 반성했으니 관용을 베푸는 게 어떻겠느냐는 일부 축구인들의 건의를 계속 받아왔다"라고 털어놨다. 승부조작도 눈감아주려는 축구인들의 움직임이 공공연한 사실로 확인됐다. 

축구협회 전무로 일했던 홍명보 울산현대 감독 역시 "내가 전무로 있을 때도 승부조작에 가담한 이들을 사면해주자는 이야기가 있었다"라고 했다. 홍 감독이 협회를 떠난지도 3년째. 그 사이 협회 안 가족 챙기기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고 지금의 사단을 일으켰다. 

 

▲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승부 조작 사면을 의결한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대한축구협회
▲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승부 조작 사면을 의결한 대한축구협회 이사회 ⓒ대한축구협회

 

기습 발표와 밀실 회담. 연이은 외교 실패에도 안에서는 이사진들을 거수기로 만드는 정 회장의 우물안 파워까지 짧은 시간 협회는 구태 정치판을 잘 보여줬다. 사면 결단과 철회까지 워낙 날치기였어서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건의를 계속 받아왔다'는 정 회장의 한줄은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는 화약고라는 걸 잘 보여준다.  

'우리는 축구 가족이다. 서로 돕고 산다.' 축구협회 홈페이지에서 쉽게 확인 가능한 축구인 헌장 9번째 문장. 문자 그대로 반대 목소리 하나 내지 못하는 축구인들끼리 서로 돕자고 나서면 지금의 사태가 또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영표, 이동국 부회장과 조원희 사회공원위원장의 사퇴로 해결 될 일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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