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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이가 던지는 날이라"… '할아버지'는 이 악물고 2루를 훔쳤다

작성일: 2023.04.26 12:05 고유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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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영 ⓒ키움 히어로즈
▲ 이지영 ⓒ키움 히어로즈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키움 히어로즈 포수 이지영(37)의 팀내 별명은 '할아버지'다.

팀내 최고령 선수인 이지영에게 젊은 투수들이 농담으로 부르는 별명. 그가 얼마나 후배들과 격 없이 터놓고 지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 '할아버지'가 되도록 야구를 열심히 하고 있는 이지영의 역사를 보여주기도 한다.

2008년 삼성에 육성선수로 입단해 조금씩 경험을 쌓아오며 드디어 거머쥔 주전 포수의 자리. 그리고 지난달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데뷔 후 처음 국가대표 타이틀까지 달았다. 30대 중반부터 이지영 전성시대가 열렸다.

그런 그가 이를 악물고 뛰었다. 이지영은 2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전에서 0-0으로 맞선 5회 무사 1루에서 3루수 땅볼을 쳐 선행주자 김휘집이 아웃되고 1루에 출루했다. 

▲ 도루하는 이지영. ⓒ키움 히어로즈
▲ 도루하는 이지영. ⓒ키움 히어로즈

이지영은 다음 타자 이용규의 타석에서 초구에 바로 2루로 뛰었다. 그의 헤드퍼스트슬라이딩에 상대 배터리는 38살 포수의 시즌 첫 도루를 허용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1189경기에서 25도루에 그쳤던 이지영의 간절한 도루였다.

이지영이 2루를 밟은 뒤 이용규가 2루수를 맞고 우익수 앞으로 흐르는 안타를 쳤다. 이지영은 2루를 훔친 덕분에 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 점수로 키움은 첫 득점을 올렸고 1점차 리드를 그대로 이어가 1-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양팀 통틀어 유일한 득점이었다.

경기 후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이지영은 "작전은 아니었다. 언제든 뛰겠다는 생각을 했다기보다는, 투수들이 (내가) 안 뛸 거라고 생각하고 킥을 크게 할 때 나도 모르게 한 번씩 뛰게 된다"고 머쓱하게 웃었다.

다만 뛴 이유는 또 있다. 이지영은 "간절하게 뛴 건 연패 기간이기도 했고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안)우진이가 나가는 경기니까 더 이기고 싶었다"고 금세 진지해졌다.

▲ 이지영(왼쪽)과 안우진. ⓒ키움 히어로즈
▲ 이지영(왼쪽)과 안우진.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은 올 시즌 5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0.84의 압도적인 피칭을 펼치고 있지만 이날 7이닝 7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겨우 2승째를 거뒀다. 지난 7일 NC전에서는 7이닝 1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항상 그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는 이지영이기에 그에게 승을 안겨주고 싶은 마음이 컸을 터.

이지영은 "우진이는 다들 아시다시피 빠른 공도 던지고 제구력도 좋다. 변화구도 제구가 잘 된다. 점수를 주지 않겠다 마음 먹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투수다. 모든 포수가 그의 공을 받아보고 싶을 것"이라며 후배를 아끼는 마음을 드러냈다.

이지영은 이제 키움 투수들에게는 든든히 의지할 수 있는 선배고 특히 신인 포수 김동헌에게는 그가 처음 야구를 볼 때부터 프로에서 뛰던 하늘 같은 롤모델이다. 키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이지영은 그 책임감을 알기에 오늘도 몸을 던지고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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