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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잊을수 없는 서튼의 선물 하나…꿈에도 몰랐던 17년 만의 재회

작성일: 2023.08.11 13:10 윤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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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팬 조건희씨(왼쪽)는 17년 만에 래리 서튼 롯데 감독과 재회했다. ⓒ롯데 자이언츠
▲ 야구팬 조건희씨(왼쪽)는 17년 만에 래리 서튼 롯데 감독과 재회했다. ⓒ롯데 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고척, 윤욱재 기자] "오늘이 오기까지 17년이 걸렸네요"

야구팬 조건희(26) 씨는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건희 씨는 지금도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하나 있다.

때는 2006년. 초등학생이었던 건희 씨는 현대 유니콘스의 팬이었다. 야구장에 가면 선수들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어느 날 현대 외국인타자로 뛰던 래리 서튼이 보이자 건희 씨는 서튼의 이름을 불렀고 서튼은 주저 없이 다가가 '꼬마팬'을 반겼다. 5분 동안 짧은 대화였지만 건희 씨는 자신을 친절하게 대해준 서튼의 모습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이후 건희 씨는 야구장에 갈 때마다 서튼을 찾았고 서튼은 그를 "친구"라고 부르며 '인연'을 이어갔다. 어느덧 서튼의 열성팬이 된 건희 씨. 서튼은 그를 알아보고 '깜짝 선물'을 건넸다. 바로 자신이 사용하던 방망이를 선물로 안긴 것이다.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은 건희 씨는 '평생 가보'로 간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서튼은 2005년 현대에 입단, 35홈런을 터뜨리면서 홈런왕에 등극했다. 2006년에도 현대에서 활약한 서튼은 2007년 KIA 타이거즈에서 뛴 것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났다. 그렇게 서로의 인연은 끝이 나는 듯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소식이 들렸다. 영영 한국을 떠난 줄만 알았던 서튼이 2019년 11월 롯데 퓨처스팀 감독으로 전격 부임한 것이다. 건희 씨는 서튼 감독과 다시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기뻤지만 하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국적으로 퍼지면서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상동구장이라도 방문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갈 수가 없었어요"라는 건희 씨.

그렇게 시간은 또 흘렀고 서튼 감독의 신변에도 변화가 있었다. 2021시즌 도중 1군 감독으로 승격된 서튼 감독은 올해도 롯데 선수단을 지휘하고 있다. 건희 씨는 어떻게든 서튼 감독과 재회를 바랐다. 간절한 마음이 통한 것일까. 건희 씨의 사연은 서튼 감독에게도 전해졌고 서튼 감독도 "만나보고 싶다"라고 흔쾌히 응하면서 마침내 이들의 만남이 성사됐다. 두 사람의 재회는 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이뤄졌다. 롯데가 서울 원정길에 오른 첫 날이었다.

17년을 기다린 순간. 서튼 감독은 건희 씨를 보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와줘서 고맙습니다. 나도 야구판에 30년을 있었습니다. 야구가 좋은 이유는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서로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야구 인생의 가장 큰 즐거움이죠"라고 반가움을 감추지 않았다.

▲ 래리 서튼 롯데 감독(왼쪽)과 조건희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 래리 서튼 롯데 감독(왼쪽)과 조건희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 사인을 하고 있는 래리 서튼 롯데 감독(오른쪽). 이 방망이는 2006년 조건희씨에게 선물로 줬던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 사인을 하고 있는 래리 서튼 롯데 감독(오른쪽). 이 방망이는 2006년 조건희씨에게 선물로 줬던 것이다. ⓒ롯데 자이언츠

 

두 사람은 당시 인연을 되새기면서 오랜만에 추억 여행에 빠졌다. "영어로는 없는 표현이지만 한국 특유의 '정'이라는 것이 참 좋은 것 같습니다"라는 서튼 감독. 그리고 이날의 만남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기념촬영에 나섰다. 마땅한 공간이 보이지 않자 서튼 감독은 "덕아웃에서 기념촬영을 하자"고 제안하면서 건희 씨를 덕아웃으로 안내했다.

건희 씨는 서튼 감독에게 꼭 물어보고 싶은 한 가지가 있었다. 올해 SSG 랜더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한 조강희가 바로 건희 씨의 동생이다. 이제 막 프로 생활을 시작한 동생을 위해 프로 무대에서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무엇인지 조언을 구하고자 했다.

서튼 감독은 "자기 자신을 믿고 항상 자신감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데 프로에 와서 자신감과 신념을 잃는 선수들이 많이 있어요. 야구는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에 실패가 많은 종목입니다. 여러 실패가 나 자신을 삼킨다면 당연히 자신감이 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패로 두려움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서 내가 자신감을 갖고 결과에 상관 없이 '나는 좋은 선수다'라는 믿음이 있다면 반드시 좋은 선수가 될 것입니다. 동생 분에게 성공하기를 바란다고 전해주세요"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서튼 감독이 선물로 준 방망이를 직접 챙겨온 건희 씨는 17년의 기다림 끝에 서튼 감독의 사인을 받을 수 있었다. 건희 씨도 서튼 감독에게 차 선물세트를 건네면서 "감독 일을 하시면 스트레스도 많으실 것 같아요. 여유 있게 차 한잔 하시면서 건강을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지도자로서 '롱런'하기를 바랐다. 10여분 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으로 남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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