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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 왜 브람스도 클라라도 아닌 슈만인가…박상민 관록의 연기[리뷰S]

작성일: 2023.11.18 11:00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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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슈만'. 제공|UMI엔터테인먼트
▲ 연극 '슈만'. 제공|UMI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연극 '슈만'은 사랑의 또 다른 가치에 대해 묻는다. 

서울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10월 20일부터 상연 중인 연극 ‘슈만’(제작사 PH E&M·UMI엔터테인먼트, 연출 김장섭, 극작 휘)은 1853년, 독일 뒤셀도르프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있던 독일 클래식 음악의 거장 로베르트 슈만과 피아니스트 클라라 슈만 부부에게 요하네스 브람스라는 젊은 천재 음악가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3인극이다. 

이는 클래식 음악사에서 널리 알려진 실제 러브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집안에 정신병 내력이 있던 슈만은 아름답고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와 법적 투쟁까지 벌여가며 결혼에 골인했다. 슈만의 제자인 브람스는 동경해 마지 않던 스승의 아내 클라라의 곁에서 끝까지 머물며 또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그녀를 사랑했다. '슈만'은 그들의 가장 극적인 순간을 담는다. 

시작은 클라라의 독백, 숨소리도 들릴 듯한 무대 가운데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있다. 고풍스럽게 꾸며진 슈만 부부의 집이다. 슈만은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클라라는 내조에 힘쓰는 중이다. 약에 의존하는 생활에서도 젊은 제자를 통해 새로운 꿈을 꾸는 슈만, 그런 남편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클라라, 그리고 점차 클라라를 마음에 품게 된 브람스의 관계가 펼쳐진다. 

스승과 제자가 한 여인을 사이에 두고 벌이는 막장 스캔들을 기대했다면, 곧 기대가 어긋났음을 알게 될 터다. '슈만'은 그들의 뜨거운 열정과 엇갈린 마음을 마치 클래식 음악처럼 정갈하고 품위있게 펼쳐낸다. 유쾌하게 시작한 이들의 만남은 거듭될수록 마음과 마음이 차곡차곡 쌓여 밀도를 드러낸다. 내내 흘러나오는 피아노의 선율 마치 제4의 주인공처럼 느껴진다. 대사를 대신하듯 인물의 정서를 드러내 관객을 자연스레 몰입시킨다. '슈만'이 드러내는 건 잊고 있던 사랑의 다른 얼굴이다. '애정'과 '열정'이 아닌 '헌신'과 '책임'이란 가치를 곱씹게 한다. 

지난 8일 오후 8시 공연은 '슈만'을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연극에 데뷔한 박상민의 2번째 무대. 이일화가 클라라, 최성민이 브람스 역을 맡아 우아한 앙상블을 선보인 가운데, 박상민은 배우의 관록이 무대와 회차를 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 연극 '슈만'. 제공|제공|PH E&M, UMI 엔터테인먼트
▲ 연극 '슈만'. 제공|제공|PH E&M, UMI 엔터테인먼트

중반을 지나며 '슈만'은 왜 이 연극이 '클라라'나 '브람스'가 아니라 '슈만'인가를 일깨우듯 팽팽하던 3인의 균형을 흔드는데, 쇠약해져 가는 나쁜 남자의 기운을 풍기던 박상민은 귀신같은 밸런스 전환으로 이야기의 중심추를 슈만으로 옮겨온다. 나쁘지만 미워할 수 없고, 안타깝지만 그저 품을수도 없는 남자는 온통 마음을 사로잡아버린다. 왜 클라라는 그를 떠날 수 없는지, 왜 그런 클라라를 브람스는 지켜볼 수밖에 없는지를 설득해내는 섬세한 연기다. 이일화의 고고한 품격, 박상민의 에너지도 인상적이다. 원기준 윤서현이 그린 다른 슈만은 어떨지 궁금증이 인다. 

부쩍 차가워진 공기 속에서 곱씹기에 더없는 사랑의 이야기다. '슈만'은 오는 12월 3일까지 서경대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상연된다. 

▲ 연극 '슈만'의 박상민. 제공|PH E&M, UMI 엔터테인먼트
▲ 연극 '슈만'의 박상민. 제공|PH E&M, UMI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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