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수가 잘해야 우리가 삽니다” 이숭용 예감 적중했다, 치면 이기는 부적 같은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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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이숭용 SSG 감독은 지난 3월 초 대만 전지훈련 당시 한 선수의 타격 훈련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 선수가 잘해야 우리가 산다. 올해 우리 타선의 키플레이어다”고 단언했다. 수많은 야수들이 캠프에 있지만, 이 감독이 콕 집어서 이야기한 건 다 이유가 있었다. 한유섬(35‧SSG)의 방망이가 팀 타선 폭발력을 쥐고 있다고 믿었다.
2018년 41홈런을 기록하는 등 지난해까지 KBO리그 통산 173개의 홈런을 기록한 한유섬은 리그를 대표하는 좌타 거포다. 20홈런 이상 시즌이 네 차례나 된다. 2021년에도 31홈런, 2022년에도 21개의 홈런을 터뜨리는 등 3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힘은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전반기 최악의 부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한유섬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은 SSG 타선도 악전고투해야 했다.
한유섬은 지난해 시즌을 앞두고 하체에 부담을 덜 주기 위해 타격폼을 수정했다. 다 미래를 내다본 결단이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8월 10일까지 한유섬은 타율 0.178, OPS(출루율+장타율) 0.516에 머물며 1·2군을 오가는 신세였다. 그런데 후반기 들어 기막힌 반전이 일어났다. 다시 타격폼을 수정하고 1군에 올라온 한유섬은 8월 11일 이후 타율 0.401, 장타율 0.585, OPS 1.058로 대폭발하며 SSG가 정규시즌 3위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사실 2022년 SSG가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정규시즌 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1위를 지킨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한유섬의 지분이 컸다. 2022년 100타점 기록을 차치하더라도, 시즌 초반 영웅적인 활약으로 10연승을 이끈 주역이었기 때문이다. SSG는 이 개막 10연승을 밑천 삼아 마지막까지 달릴 수 있었다.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에도 한유섬의 일발장타는 거대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이 감독은 SSG가 다시 좋은 성적을 내려면 한유섬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시즌 초반에는 이것저것 재지 않고 밀어준다는 생각이었다. 한유섬은 지난해 좌완 상대 성적이 떨어지며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면담 과정에서 이런 말 못할 스트레스를 간파한 이 감독은 “좌·우완 관계없이 밀어주겠다. 시즌 초반에 네가 스스로 증명하라”고 기를 살렸다. 실제 한유섬은 시즌 개막 후 상대 선발 유형과 상관없이 모두 선발 출전했다. 그것도 4번 혹은 5번이라는 중심 타순이었다.
그런 한유섬은 시즌 초반 장타력을 보여주며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시즌 첫 9경기 타율은 0.206으로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니지만, 홈런 네 방을 때렸다. 7개의 안타 중 5개가 장타라 장타율은 0.588에 이른다. 특히 홈런이 중요한 순간 나왔다. 순도 만점이었다. 지금 한유섬의 성적을 단순히 타율로 재단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가장 긴장감이 넘쳤던 3월 23일 롯데와 개막전에서는 1회 애런 윌커슨을 상대로 기선을 제압하는 투런포를 터뜨렸다. 지난해 윌커슨에게 유독 약했던 SSG 타선이 한유섬의 한 방으로 부담을 던 셈이었다. SSG는 이날 경기에서 5-3으로 이겼다.
3월 26일부터 3월 28일까지 인천에서 열린 한화와 3연전에서 모두 진 SSG는 3월 29일 대구에서 삼성과 맞붙었다. 연패가 길어지면 안 되는 상황에서 다시 한유섬이 기선 제압 홈런을 날렸다. 1-0으로 앞선 1회 무사 만루에서 삼성 선발 코너 시볼드를 상대로 맞는 순간 홈런임을 알 수 있는 우월 스리런을 쳐 경기 분위기를 완전히 SSG 쪽으로 가져왔다. 그냥 3점 홈런이 아니었다.
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두산과 경기에서도 어렵게 흘러가던 경기를 잡아내는 귀중한 홈런 두 방으로 팀 승리의 영웅이 됐다. SSG는 경기 초반 앞서 가다 3회 안상현이 평범한 플라이를 포구 실책하며 1-4로 끌려갔다. 그런데 SSG는 이어진 4회 반격에서 선두 박성한의 홈런으로 1점을 만회한 것에 이어 최정의 볼넷, 에레디아의 우중간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여기서 한유섬이 최원준을 상대로 좌월 역전 3점포를 쳐 내며 경기를 다시 뒤집었다. 이 홈런 하나에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고, 실책을 한 안상현의 표정도 밝아질 수 있었다. 팀도 살리고, 후배도 살렸다.
기세를 탄 한유섬은 8회 정철원을 상대로 경기의 쐐기를 박는 만루포를 터뜨리며 이날 하루에만 7타점을 쓸어 담았다. 패스트볼이 가운데 몰린 것을 놓치지 않았고, 타구는 총알 같이 날아가 우측 관중석에 그대로 박혔다. 어마어마한 힘을 느낄 수 있는 홈런이었다. 한유섬이 홈런을 치면 팀은 이긴다. 이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고, 명제는 증명됐으며, 이제 한유섬이 자주 홈런을 치는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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