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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최고 셋업맨? 지금 KIA에 있습니다… ‘20일 여행’이 만든 화려한 귀환

작성일: 2024.04.05 13:00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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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첫 6이닝에서 딱 한 번의 출루만 허용하며 철벽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전상현 ⓒKIA타이거즈
▲ 올 시즌 첫 6이닝에서 딱 한 번의 출루만 허용하며 철벽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전상현 ⓒKIA타이거즈
▲ 전상현은 가장 좋을 때의 강력한 구위를 되찾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 전상현은 가장 좋을 때의 강력한 구위를 되찾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수원, 김태우 기자] 지난해 6월. 강화SSG퓨처스필드에서는 익숙한 한 얼굴이 미소를 머금은 채 경기장에서 선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2군보다는 분명 1군이 익숙한 선수. 2군행 자체에 스트레스가 크거나 예민할 법도 했지만 그렇지 않은 듯했다. 전상현(28‧KIA)은 웃고 있었다.

상황이 유쾌할 수는 없었다. 1군 붙박이 셋업맨이었다. 2019년 57경기에서 15홀드 평균자책점 3.12, 2020년 47경기에서 15세이브13홀드 평균자책점 2.45, 그리고 직전 시즌이었던 2022년에도 50경기에서 16홀드 평균자책점 3.30을 기록한 KIA 불펜의 핵심이었다. 없으면 안 되는 선수였다. 그러나 2023년 전반기 구위가 예전만 못했다. 2군행 직전까지 평균자책점은 3.94까지 올랐다. 전상현이 던지는 그림이 아니었다.

더 망가지기 전에 경기력을 회복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열흘을 채우고 올라갈 줄 알았지만 2군행은 꽤 길었다. 20일이 넘었다. 낙담하지는 않았을까. 당시를 회상하는 전상현은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오히려 소중한 기억으로 남겨두고 있었다. 전상현은 “2군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면서 “일단 내 구위가 예전처럼 올라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을 찾는 데 초점을 많이 뒀다”고 떠올렸다.

전상현은 시속 150㎞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전형적인 구속형 파이어볼러는 아니다. 패스트볼 구속은 140㎞대 중반대다. 하지만 이를 상쇄하는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있다. 수직무브먼트는 리그 최상위권 수준이다. 그런 구위를 바탕으로 변화구를 섞으며 타자들을 상대한다. 하지만 가장 큰 무기인 패스트볼의 구위 자체가 무뎌져 있었다는 게 전상현의 생각이다. 진단은 간단하면서도 복잡했다. 전상현은 하나둘씩 차근차근 문제를 풀어가기로 했다.

전상현은 “2군에 내려간 뒤 처음에는 조급한 마음이 많았다”고 했다. 당연했다. 그러나 조급해서 될 게 아니었다. 땜질로는 시즌 끝까지 버틸 수 없었다. 주위의 조언에 마음을 고쳐먹었다. 전상현은 “주위에서도 그렇고, 부모님, 특히 아버지께서 ‘조급해 하지 말고 네 것을 완전히 찾아서 올라가라’는 말씀을 많이 해주신 게 도움이 됐다”면서 “웨이트트레이닝에 많은 신경을 썼다. 다행히 1군에 갈 때는 어느 정도 구위를 찾고 올라가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20일 동안 운동도 하고, 머리도 식히고, 치열한 전쟁터인 1군에서는 잘 느끼기 힘들었던 주위 풍경도 눈에 담았다. 절실하게 운동하는 2군 선수들을 보며 초심도 다잡았다. 강한 어깨와 여유 있는 마음을 모두 찾은 전상현은 그 뒤로 2군에 내려올 일이 없었다. 리그 최고 셋업맨 대열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밀 만한 성적이다. 전상현은 1군 콜업 이후 올해 4월 4일까지 가진 49경기에서 48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29를 기록했다. 이 기간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97에 불과하다. 이닝당 한 명도 안 내보냈다. 철벽이었다. 문제를 일으킨 기억도 거의 없다.

안주하지 않았다. 이 기세를 이어 가기 위해 더 노력했다. 전상현은 “캠프에서 예전보다 많은 준비를 했던 것은 사실이다. 많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준비한 대로 나름 괜찮은 것 같아서 좋게 생각하고 있다”고 초반 출발을 되돌아봤다. 결과로 증명된다. 전상현은 올 시즌 첫 6경기에서 6이닝을 소화하며 실점이 하나도 없다. 피안타 딱 1개만 허용했고 볼넷도 없다. 피안타율은 0.053, WHIP는 0.17에 불과하다. ‘좋다’는 표현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겸손이다. 완벽이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적어도 현시점까지 전상현보다 더 위력적인 셋업맨은 KBO리그에 존재하지 않는다. 

▲ 지난해 한 차례 2군행을 경험했던 전상현은 그 시기를 통해 더 강해지며 리그 최고 셋업맨에 도전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 지난해 한 차례 2군행을 경험했던 전상현은 그 시기를 통해 더 강해지며 리그 최고 셋업맨에 도전하고 있다 ⓒKIA타이거즈

4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경기에서도 팀이 6-3으로 앞선 8회 마운드에 올라 세 타자를 가볍게 정리했다. 위력적인 패스트볼로 상대 타자들을 말 그대로 찍어 눌렀다. 높은 쪽 존을 거침없이 공략하는 모습은 전상현의 지금 구위는 물론 자신감도 정점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상징한다. 전상현은 “자신감은 구위가 올라오면 더 생기는 것이기는 하지만, 내가 봐도 2019년이나 2020년과 비슷한 정도인 것 같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최근 2~3년보다는 훨씬 좋다”고 말했다. 

전상현은 이날 홀드로 개인 통산 68홀드를 기록, 종전 타이거즈 프랜차이즈 최다 홀드 기록을 가지고 있었던 심동섭(67홀드)을 넘어섰다. 기록을 알지 못했던 전상현은 경기 후 “그 자체가 영광이다. 이때까지 계속 기회를 주신 감독님, 코치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면서 “내가 혼자 한 게 아니고 선배님, 후배들 등 모든 동료들이 다 같은 한 마음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모처럼 미소를 지어보였다. 

앞으로 더 나아갈 길이 많다. 다시 궤도를 찾은 전상현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전상현은 “충분히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에 만족하지 않는다”면서 “구위를 끌어올리는 것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다짐했다. 다음 이정표는 100홀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세이브와 같은 다른 기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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