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 성난 독수리, 꿈을 이룰 기회를 얻었다… 한화 어질어질 잔혹사 다 끝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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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고교 시절부터 거침없는 강속구를 던지며 팬들의 큰 관심을 모았던 김서현(21·한화)은 입단 이후 보직이 도마 위에 올랐다. 특급 유망주이니 장기적으로 보고 선발로 육성해야 한다는 시선도 있었고, 매력적인 패스트볼이라면 마무리로도 충분히 팀에 공헌할 수 있다는 시선이 맞섰다.
김서현은 구단의 방침대로 따라갈 것이라고 하면서도, 은근히 마무리 보직에 욕심을 냈다. 상황도 그렇게 흘러갔다. 한화는 한 해 앞서 입단한 문동주의 등장, 2024년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의 화려한 복귀, 그리고 2025년 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78억 원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한 엄상백의 영입으로 선발 로테이션 자리를 하나하나씩 채워갔다. 구단도 김서현을 장기적인 마무리 후보로 놓고 전략을 구성해 나갔다.
그런 김서현은 의도치 않게 생각보다 일찍 팀의 마무리로 올라설 기회를 얻었다. 발단은 개막 마무리였던 주현상의 부진이었다. 2023년 팀의 핵심 셋업맨으로 활약한 주현상은 2024년 시즌 초반 마무리로 승격해 65경기에서 71⅓이닝을 던지며 8승4패23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2.65로 활약했다. 리그에서 가장 과소평가된 마무리 투수였다. 올해도 개막 마무리였다. 하지만 시즌 첫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0.25로 부진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kt와 개막 시리즈 이후 마무리를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일단 팀 내 불펜에서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김서현에게 마무리를 맡기기로 했다. 김경문 감독은 장기적인 구상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결국 언젠가는 김서현이 마무리를 해야 하는 팀이었고,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그 가능성을 타진해 보겠다는 뜻이다. 김서현이 이 고비를 이겨낸다면 팀의 마무리로 고정될 수 있다.
개인적인 기량이나 팀 사정에서 가장 이상적인 마무리 투수임은 분명하다. 김서현의 제구력이 아직 확고부동한 믿음을 준다고는 할 수 없지만, 최고 시속 160㎞, 평균 150㎞대 중반의 빠른 공을 앞세워 상대를 윽박지를 수 있는 선수다. 마무리 투수는 변수를 줄이기 위해 최대한 인플레이를 허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데, 김서현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다. KBO리그 데뷔 후 9이닝당 탈삼진 개수가 9.83개에 이른다.
여기에 한화는 공 빠른 투수들이 많다. 외국인 선수는 물론 국내 선수들도 공들이 빠른 편에 속한다. 앞서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보다가, 마무리의 구속이 느리면 타자로서는 한결 편안함을 느낄 수도 있다. 반대로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등판하는 투수들의 구속이 더 빠르면 효과가 있다. 팀 내 불펜 투수 중 최고 구속을 자랑하는 김서현은 이런 측면에서도 적임자다.
첫 단추는 잘 끼웠다. 마무리로 전향한 뒤 세 경기에서 아직 실점이 없다. 27일 잠실 LG전에서는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⅓이닝 무실점, 28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세이브 상황은 아니지만 등판해 1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켰다. 그리고 29일 대전 한화전에서 처음으로 세이브 상황에 나서 1이닝 동안 볼넷 하나를 내주기는 했으나 실점 없이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김서현의 개인 두 번째 세이브지만, 마무리 보직을 맡은 이후로는 첫 세이브였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6~7회에 올라가는 것과 9회에 올라가는 것은 투수가 느끼는 중압감이 다른데 김서현이 선두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낸 이후에도 자기 피칭을 했다면서 비교적 만족스러운 소감을 드러냈다. 가장 긴장되는 등판을 마친 만큼 앞으로는 더 편안하게 자기 야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한화 더그아웃을 감싸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뒤가 강한 야구’를 중시한다. 결국 그런 팀의 성적이 좋기도 하다. 김서현은 김 감독이 꺼낸 회심의 마지막 퍼즐이다. 여기에 ‘새로운 한화’ 시대를 이끌 적임자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정우람이 은퇴한 이후 마무리가 지나치게 자주 바뀐 한화이기도 하다. 2022년 최다 세이브 기록은 장시환이었고, 2023년은 박상원이었으며, 2024년은 주현상이었다. 모두 전임자가 부진한 틈을 타 가장 좋은 셋업맨이 마무리 자리에 올랐다. 김서현도 마찬가지다.
불펜 구상의 핵심인 마무리가 자주 바뀌어서 좋을 게 없다. 김서현이 이 잔혹사를 끊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구위는 충분하다. 관건은 제구다. 김서현의 피안타율은 개인 통산 0.230, 올해는 0.133에 불과하다. 하지만 9이닝당 볼넷 개수가 지난해 7.51개, 올해도 4.15개로 많은 편이다. 1~2점 리드 상황에서 선두 타자 볼넷이 얼마나 치명적인 9회를 야기하는지는 모두가 알고 있다. 김서현이 이 과제까지 잘 극복한다면, 국가대표팀 마무리의 가능성도 내비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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