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가 없다는 압박감, 김서현을 괴롭히기는 하지만… 어느덧 구대성 기록 조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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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중간에서 잘 던졌다고 해도 마무리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똑같은 1이닝인데, 그 심리적 압박감이 다르기 때문이다. 셋업맨은 자신이 못 던져도 뒤에 누군가가 버틴다. 의지할 수 있다. 마무리는 뒤가 없다. 자신의 실점은 팀의 패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외로운 보직이고, 마무리의 심장은 따로 있다.
올 시즌 초반 갑작스럽게 한화의 마무리로 승격한 김서현(21·한화)도 그런 압박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언젠가는 갈 것이라 예상했고, 예상보다 조금 빨랐을 뿐이지만 마무리 보직은 시속 150㎞대 중·후반의 강속구를 상시 대기시키고 있는 이 선수에게도 쉽지 않다. 김서현도 이를 극복했다고 허세를 부리지 않는다. 오히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겸손하게 부딪힌다.
김서현은 ‘뒤가 없다는 압박감’에 대한 질문에 “아직까지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면서 “어제(26일) 같은 경우도 큰 것 한 방이면 연장에 갈 수 있는 경기였다. 특히 원정에 오면 훨씬 더 심한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주로 등판하는 9회에 원정에서 역전을 당한다는 것은, 팀이 손 한 번 써볼 틈도 없이 경기가 끝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시즌으로 적응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니다. 김서현도 아직 그 압박감에 괴로워하면서 적응하는 중이다.
매일 경기 내용이 좋을 수는 없다. 김서현은 강속구 투수다. 제구나 커맨드까지 완벽하다면 더 좋겠지만, 상대적으로 아직은 기복이 있다. 28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경기에서도 그랬다.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오른 김서현은 선두 고명준을 삼진으로 잡을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하지만 한유섬에게 안타를 맞은 뒤 제구가 급격하게 흔들렸다. 박성한 안상현에게 연속 볼넷을 내주며 만루 위기에 몰렸다.
1사 후라 아직 아웃카운트가 두 개 남아 있었다. 아웃카운트 당 1점씩 교환해도 뒤집히지는 않는 경기지만 안타 하나를 맞으면 점수를 주고, 또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골치 아픈 상황이었다. 게다가 원정 경기. 마무리의 압박감이 극대화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크게 호흡을 한 김서현은 다시 자신의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대타 오태곤의 타석부터 다시 제구가 잡혔다.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 두 개를 연달아 뺏더니 결국 삼진으로 처리하고 한숨을 돌렸다. 이후 조형우를 3루 땅볼로 처리하고 경기의 문을 닫았다.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았다. 전 타석의 결과가 다음 타석으로 계속 이어져서는 안 되는, 마무리의 덕목을 보여줬다.
그렇게 김서현은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한화 구단 역사상 20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투수는 구대성 정우람 토마스 송진우 주현상 지연규 송창식까지 총 7명. 김서현이 8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나이로 보면 가장 어린 나이에 20세이브를 달성한 이글스의 마무리 투수가 됐다. 이 또한 의미가 있는 일이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다. 지금도 잘한 성적이지만, 팬들과 구단은 그 이상을 바란다. 김서현의 잠재력을 굳게 믿고 있는 까닭이다.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는 팀 사정을 봐도 이 어린 선수에게 미안하지만 더 힘을 내주길 바라야 한다. 이미 대체 불가의 선수가 됐기 때문이다. 김서현도 아직 힘이 있다고 말한다. 구속보다는 밸런스에 신경을 쓰며 공을 던진다. 구속 1위 이런 것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웠다. 오직 팀 승리만 지킨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쌓아가다 보면 구단 역사도 조준할 수 있을지 모른다. 현재 페이스라면 30세이브는 무난한 상황이고, 현재는 37세이브 페이스다. 한화 구단 역사상 30세이브 이상 투수는 2006년 구대성(37세이브), 2008년 브래드 토마스(31세이브), 2018년 정우람(35세이브)이다. 구대성의 역사에 도전할 수 있는 선수로 팀 승리와 한화의 1위까지 모두 ‘세이브’할 수 있는 선수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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