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무너뜨린 대타 3점포,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다… 울컥한 마음, “앤더슨 미안하고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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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인천, 김태우 기자] 6일 인천SSG랜더스필드는 오후 3~4시까지도 비가 계속 내렸다. 방수포가 그라운드를 덮고 있었고, 이 때문에 홈팀 SSG 선수들은 실내 연습장에서 타격 훈련을 하기 위해 1·3루로 찢어졌다.
그런데 한 선수가 일찌감치 실내 연습장에 나와 타격과 씨름하고 있었다. 꽤 오랜 기간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이어 갔다.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았던 팀의 베테랑 선수 오태곤(34)이 그 주인공이었다. 강병식 타격코치는 물론, 지나가던 조동화 작전·주루 코치 또한 옆에서 오태곤과 함께 한 가지 주제와 씨름하고 있었다.
오태곤은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33에 그치면서 자기 몫을 못하고 있었다. 이숭용 SSG 감독이 좌완 상대로는 오태곤을 믿고 기용했지만 좀처럼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스스로도 답답함이 컸다. 그렇다면 한 시간 가까이 도대체 무슨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연습을 했던 것일까. 오태곤은 “왼쪽 어깨가 너무 빨리 열렸다”고 설명했다.
오태곤은 “경기 전에 강병식 코치님이 자세 교정을 좀 해 주셨다. 왼쪽 어깨가 너무 빨리 열려서 아웃-인 스윙이 된다고 그러셨다”고 했다. 그렇게 한참을 연습하던 중, 조금씩 “그래, 그거야”라는 격려와 환호가 실내를 메우기 시작했다. 계속된 훈련으로 뭔가 자신감을 찾았다.
그 자신감이 팀을 벼랑 끝에서 구해내는 한 방으로 이어졌다. SSG는 6일 인천 삼성전에서 상대 선발 이승현의 호투에 밀려 5회까지 단 한 점도 뽑지 못한 채 끌려갔다. 그 사이 0-2로 뒤졌다. 6회 선두 최정의 볼넷, 1사 후 한유섬의 우전 안타에 이어 현원회가 유격수 키를 넘기는 좌전 적시타로 1점을 쫓아갔다. 하지만 최지훈이 좌익수 뜬공에 그치면서 찬스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여기서 이숭용 SSG 감독은 최근 타격감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오태곤을 대타로 썼다. 그리고 오태곤은 경기 전 연습한 대로 자신 있게 스윙을 했다. 1B 상황에서 가운데 들어온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고, 연습 때 그 느낌과 그 감으로 휘둘러 만든 타구는 중앙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 홈런으로 이어졌다. 이날 경기의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었고, SSG는 결국 5-4로 이기고 전날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4위 자리에 올라섰다.
오태곤은 경기 후 “직구든 슬라이더든 존만 잘 설정해두자는 생각이었다. 요즘 너무 기회를 주시는데 못 쳐서 그냥 내 스윙을 하자고 생각했는데 운이 좋았다”면서 “그렇게 연습한 게 딱 나와서 너무 좋게 생각하고 있다. 연습을 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연습했던 것을 그대로 했는데 (홈런이) 나와서 놀랐다”고 웃어 보였다.
이 홈런은 이날 선발로 나서 6이닝 동안 2실점으로 잘 던진 드류 앤더슨에게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주는 한 방이기도 했다. 올해 앤더슨은 리그에서 손에 꼽힐 만한 좋은 투구를 하고 있음에도 유독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6승6패에 그치고 있었다. 오태곤은 앤더슨의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그간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갚은 느낌이었다.
오태곤은 “앤더슨에게 너무 미안하다. 정말 잘 던져주고 있는데 타선 지원이 없었다. 저 기록에 6승이라는 게 말이 안 되는 기록이었다”면서 “너무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팀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1선발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잘 던져줬다. 야수들이 더 보답을 했어야 했는데 그래도 승리 투수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줬다. 앤더슨에게 너무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팀 타선이 시즌 내내 침체된 상황에서 사실 오태곤의 마음도 편하지 않다. 분명한 것은 선수들이 그냥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더운 날씨에 다른 팀들이 연습 시간을 줄이는 와중에서도 SSG는 오히려 시간을 늘리고 있다. 이는 과장된 것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 없이는 그런 과정도 설득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태곤도 야수들을 대표해 반등을 다짐했다.
오태곤은 “투수들이 잘 지금 버텨주고 있어서 이런 순위에 있다. 42경기 남았지만 야수들이 그래도 조금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고마운 마음도 가지고 있다. 조금만 더 잘 해주면 야수들도 앞으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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