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어저 저리가라 포효하고, 전장으로 돌진… 그렇게 만든 161.6㎞, 작정한 문동주는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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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정규시즌을 2위로 마치며 플레이오프에 선착한 한화는 18일 대전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난타전을 벌인 끝에 9-8로 이겼다. 한화로서는 위기도 있었지만 타선의 응집력, 그리고 7회 등판해 2이닝을 깔끔하게 막은 문동주(22)의 힘을 바탕으로 귀중한 첫 판을 잡아냈다.
사실 한화의 게임 플랜과는 완벽하게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흐르고 있었다. 타선이 터졌다는 점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까지는 아니었지만, 믿었던 선발 코디 폰세가 경기 초반부터 고전하고 있었다. 지면 탈락인 일리미네이션 게임이었다면 폰세의 조기 강판도 고려할 만한 경기 흐름이었다. 2회까지 3점을 줬고, 4회까지는 6실점했다. 리그 최고 선발 투수가 정작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올 시즌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는 6회 채은성의 역전 적시타 등 3점을 내고 경기를 뒤집었고, 8-6으로 앞선 7회 문동주가 등판했다. 문동주는 선발 자원이었지만 이날은 불펜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4차전 선발로 예정되어 있기에 이날 불펜에서 1~2이닝 정도 공을 던지고 4차전 선발로 대기하는 건 문제가 없었다. 가장 좋은 구위를 가진 카드를 중요한 순간 붙이려던 한화의 계획은, 계획대로 다 이뤄진 건 아니지만 우여곡절 끝에 그 상황이 만들어진 셈이 됐다.
폰세가 6회까지 105구를 던졌기에 7회에는 누군가 경기에 투입되어야 했고, 문동주는 이미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불펜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문동주는 등판을 하기 위해 나가는 순간 스스로 포효하는 동시에 쥐고 있던 공을 내던지면서 불펜 문을 열었다. 스스로의 긴장을 풀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이날 경기에 대한 각오를 표현하기 위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다만 이 선수가 전투력 100% 상황에서 경기에 나가고 있다는 것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단단한 정신력과 전투력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어차피 선발로 던지는 게 아니었다. 긴 이닝을 소화하기 위해 힘을 아낄 필요 따위는 없었다. 매구 전력 투구로 상대 타자와 맞서면 됐다. 기합 소리도 숨길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작정하고 짧은 이닝을 전력으로 던지는 문동주의 돌진을 막기 힘들다는 것이 유감없이 증명됐다. 괜히 최정상급 재능이 아니었다.
거침없이 승부에 들어갔다. 공 몇 개 만에 삼성 타자들이 오히려 문동주의 기에 눌리고 있었다. 7회 선두 강민호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운 문동주는 박병호를 1루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경험 하나는 리그 최고수인 선수들이 문동주의 패기에 눌렸다. 이어 김지찬과 승부에서는 4구째 시속 161.6㎞(트랙맨 기준), 반올림해 162㎞까지 패스트볼을 한가운데 던지며 정점을 찍었다. 메이저리그식으로 표현하면 무려 100.4마일이었다. 결국 김지찬도 강력한 패스트볼에 변화구를 섞은 문동주를 이겨내지 못하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섰다.
김지찬 상대 4구는 문동주가 프로 데뷔 이후 던진 공 중 가장 빠른 공이자, 올 시즌 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이었다. KBO리그 구단들이 차례로 도입해 지금은 9개 구단에 서비스가 되고 있고, 올해부터 KBO리그 공식 구속 측정 플랫폼으로 자리한 ‘트랙맨’ 시스템이 도입된 이후에도 161.6㎞의 공을 던진 선수는 아무도 없었다.
문동주도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이었다. 문동주는 2023년 4월 12일 광주 KIA전에서 160.9㎞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처음으로 160㎞의 벽을 넘어섰고, 올해 9월 20일 수원 KT전에서 불펜으로 등판해 최고 161.4㎞의 공을 던지며 개인 기록을 경신했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자신의 기록을 깬 것이다. 140㎞대에서 150㎞대를 만들기는 상대적으로 용이하지만, 160㎞가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0.1㎞를 향상시키기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공은 포스트시즌에 임하는 문동주의 결의와 정신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8회도 무실점으로 정리한 문동주는 동료들에게 9회를 맡기고 이제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일단 4차전 선발로 예정되어 있는 만큼 2차전까지 불펜에서 대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화 팬들로서는 문동주의 다음 등판을 설레면서 기다릴 수 있게 됐고, 이 거대한 재능이 첫 포스트시즌에서 써내려갈 역사에 많은 시선이 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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