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형 잔소리가 향한다, 기대의 증거다… 방향이 다른 이 선수, 두산 선발진 유턴시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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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재훈에 내일 간다”, “제가 어디로 가나요?”
1군은 ‘1’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꼭 가야 할 곳이지만, 그게 당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믿어지지 않았다. 1군 콜업이었다. 두산 마운드의 기대주인 양재훈(23·두산)은 듣고도 믿을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짐을 싸라”는 2군 관계자의 말에 “제가 어디로 가나요?”라고 반문했을 정도였다. 양재훈은 “완전 뜻밖이었다.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고 떠올린다.
1군 첫 등판 역시 생각도 못했던 시점에 찾아왔다. 양재훈은 자신의 프로 1군 첫 등판이었던 5월 15일 한화전을 어제처럼 기억한다. 점수차가 계속 바뀌는 경기였다. 상대와 점수차가 벌어지면 선배들이 “오늘 나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가, 점수차가 좁혀지면 “쉬어도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 하루였다. 그런데 상황이 급박해졌고, 얼떨결에 마운드에 올라 공을 던졌다. 1군 콜업도, 1군 첫 등판도 모두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찾아왔다.
그렇게 당황스러운 시기를 보낸 양재훈은 시즌을 마친 뒤 부쩍 성장한 선수가 됐다. 중간에 1·2군을 오르내리기는 했으나 시즌 19경기에서 23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4.24의 성적으로 자신이 데뷔 시즌을 마쳤다. 6월 6일 롯데와 경기에서는 1⅔이닝 무실점으로 첫 세이브를 달성하기도 했다. 양재훈은 “마운드에 올라가면 막상 긴장되지는 않더라”며 강심장을 드러냈다. 그 심장을 두산도 주목하고 있다.
양재훈은 올해 두산 선발진의 후보 중 하나다. 두산은 두 외국인 선수에 곽빈 최승용까지는 선발 로테이션 진입이 확정적이다. 김원형 신임 감독은 6선발 체제를 쓰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남은 자리가 하나다. 이 자리를 놓고 이영하 최원준이라는 베테랑은 물론 양재훈 최민석이라는 신예 선수들이 경쟁하는 양상이다. 양재훈으로서는 이 자체도 큰 발걸음이라고 할 만하다.
사실 공이 그렇게 빠른 선수는 아니다. 패스트볼 구속은 대개 140㎞대 중반에 머문다. 요즘 젊은 선수들과 비교하면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방향성이 달랐다. 양재훈은 “어릴 때부터 구속이 빠른 편은 아니었다”고 돌아보면서 “그래서 제구 위주로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아예 막 크게 빗나가는 공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제구력을 김원형 감독은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김 감독은 양재훈에 대해 “제구력이 좋은 선수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마운드에서도 포커페이스다. 자기 감정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양재훈의 장점을 뽑았다. 공은 빠르지만 볼넷을 남발하는 젊은 선수들이 속출하는 이 시대에 차별화된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공이 빨라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양재훈은 그 장점을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모든 것을 두루 가지고는 있는데, 모든 것이 조금씩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성장 가능성은 꽤 크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직구의 힘이 조금 더 좋아지고 가진 변화구들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면 선발감이 될 수 있는 선수다. 선발이라면 50구 이후의 직구 구위가 중요하다. 그 능력을 갖추면 변화구의 위력도 배가될 것”이라고 기대를 걸었다.
기대가 큰 까닭인지 김 감독은 양재훈의 불펜 피칭마다 바짝 붙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선수로서는 긴장될 수도 있지만 “내가 부족한 점을 이야기해 주시는 것이니 괜찮은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이어 “지난 마무리캠프 당시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그립을 바꿨다. 그것 위주로 연습하고 있고 세트포지션을 더 짧고 간결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캠프 주안점을 설명했다.
주어진 기회에 신이 날 법도 하지만 급하게 갈 생각은 없다. 양재훈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그렇게 오버하다보면 다칠 수도 있다. 내 기준의 최대치를 다치지 않을 정도로만 하고 있다”면서 “선발은 언제나 준비가 되면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 일단 경쟁한다는 것만으로도 좋다. 구종을 완벽하게 만드는 게 첫 번째고, 부상 없이 1군에 오래 붙어 있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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