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장도 결국 아버지였다' 아드보카트, 인구 16만 약소국 월드컵 신화 만든 후 돌연 사임…"투병 중인 딸아이 지킨다" 통산 3번째 '꿈의 무대' 단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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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에 원정 사상 첫 승을 안겼던 딕 아드보카트(78) 감독이 자신의 통산 3번째 월드컵을 눈앞에 두고 물러났다.
백전노장의 마지막 도전이 될 수도 있는 무대였지만 그는 성적이나 명예 대신 '가족'을 선택했다.
퀴라소축구협회는 24일(한국시간) 공식 발표를 통해 “아드보카트 감독이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약 4개월 앞둔 시점에서 대표팀 감독직에서 사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본선을 향한 막바지 준비가 한창인 대표팀에는 갑작스러운 결별 소식이다.
아드보카트 감독 사임 배경엔 가족의 건강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에 따르면 그는 최근 건강 악화로 투병 중인 딸을 곁에서 돌보기 위해 감독직을 내려놓기로 결단했다. 오랜 시간 함께해온 코르 포트 수석코치 역시 그의 뜻을 존중해 동반 사임을 결정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협회를 통해 전한 고별사에서 “지도자로서 커리어보다 중요한 것이 가족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며 “쉽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지금은 가족과 함께해야 할 시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함께 싸운 퀴라소 대표팀 관계자와 선수단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구 약 16만 명의 작은 섬나라인 퀴라소에서 아드보카트 감독이 남긴 발자취는 선명했다. 열악한 인프라와 제한된 선수 자원 속에서도 그는 부임 직후 팀 체질 개선에 착수했고 짧은 기간 안에 대표팀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2024년 지휘봉을 잡은 뒤 퀴라소는 2025 골드컵 진출에 성공했고 이어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이란 역사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퀴라소가 월드컵 본선 무대에 서는 건 현대축구 사상 가장 큰 '이변'으로 평가된다. 아드보카트 감독 역시 지도자 생활 통틀어 이 순간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는다.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던 도전을 현실로 만든 리더십에 대해 퀴라소축구협회는 “그가 써 내려간 새로운 역사는 퀴라소 축구의 기준이 됐다”며 깊은 감사를 표했다.
아드보카트 감독 빈자리는 프레드 뤼턴(63) 전 PSV 아인트호벤 감독이 이어받는다. 뤼턴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아드보카트 감독과 그의 가족이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췄다. 이어 “그가 만들어놓은 토대 위에서 팀을 잘 이끌어가겠다”고 밝혔다.
승부의 세계에서 냉정한 카리스마를 보여왔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제 축구장을 떠나 아버지로서 삶에 집중한다. 1994 미국 월드컵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었고 2006 독일 월드컵에선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 월드컵 무대를 경험한 그는 세 번째 월드컵 지휘를 앞두고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불가피한' 선택을 내렸다.
한편 퀴라소는 북중미 월드컵에서 독일, 코트디부아르, 에콰도르와 함께 E조에 편성돼 조별리그를 치른다. 사령탑은 바뀌었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이 남긴 전술 색채와 흔적은 월드컵 전장서도 비교적 또렷이 여음(餘音)을 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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