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 오신 날, 80억 가치 제대로 보여줬다… 리드오프+명품 수비, ‘현질’의 맛 미리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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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두산 그룹을 이끄는 수장이자 두산 베어스의 구단주이기도 한 박정원 회장은 재계를 대표하는 ‘야구광’이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깊고, 야구에 대한 조예도 깊은 대표적인 구단주다. 잠실야구장 한켠에서 별다른 의전 없이 조용히 앉아 야구를 보고 가는 소탈한 모습은 박 구단주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하다.
선수단에 대한 지원도 아낌이 없다. 매년 스프링캠프 때마다 캠프지를 찾아 선수단을 격려하는 게 연례행사다. 그런데 지난해 박 구단주의 발언 하나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박 구단주는 지난해 캠프 당시 선수단을 격려하는 자리에서 “4~5등을 하려고 야구하는 것이 아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적당히 타협하는 게 아닌, 더 치열하게 최선을 다해 더 높은 곳을 바라보자는 격려의 취지였다.
25일 다시 캠프지를 찾은 박 구단주는 다시 그 발언을 떠올렸다. 박 구단주는 “지난해 이 자리에서 ‘4등, 5등 하려고 야구하는 거 아니다’라고 했는데 9등을 했다”고 말하면서 “올해는 새로운 감독님과 함께 새로운 각오로 '미라클 두산'의 저력을 보여달라”고 당부했다. 지난해 9위까지 팀 순위가 처진 상황에서 조금은 유쾌한 농담으로 선수단의 긴장을 풀고, 새로운 도약을 부탁한 것이다.
새로 부임한 김원형 감독도 “멀리 일본까지 찾아와주신 구단주님께 선수단을 대표해 감사드린다. 구단을 얼마나 아껴주시는지가 느껴진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남은 캠프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감사함을 전하며 올 시즌 의지를 다졌다. 그런데 박 구단주가 직접 지켜본 이 경기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올 시즌을 앞두고 프리에이전트(FA)로 영입한 박찬호(31)가 그 주인공이었다.
지난해 시즌 뒤 FA 자격을 얻은 박찬호는 내야 최대어로 일찌감치 공인된 선수였다. 이전부터 인정받고 있는 수비력과 주력, 그리고 에너지 넘치는 플레이와 내구성에 더해 근래에는 타격까지 눈을 뜨며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성장했다. 3할과 30도루, 그리고 정상급 수비력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김재호 은퇴 이후 유격수 자리에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두산이 영입전에 참전한 배경이었다.
원 소속 구단인 KIA는 물론, 두산과 KT까지 3파전으로 이어지면서 금액이 계속 뛰었다. 그러나 이 베팅 레이스에서 두산이 시종일관 주도권을 가지고 끌고 갈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모그룹의 든든한 지원이 뒷바탕이 됐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박찬호를 잡아라. 지원한다”는 확실한 메시지가 있었고, 이에 두산은 총액 80억 원까지 금액을 지출한 끝에 다른 팀들을 따돌리고 박찬호를 잡을 수 있었다. 실패한 팀에서는 “구단주 픽은 이길 수 없다”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그런 박찬호는 이날 세이부와 연습경기에 선발 1번 타자 및 유격수로 출전해 공·수 모두에서 활약했다. 1회 첫 타석에서 침착하게 볼넷을 고른 박찬호는 1회 수비에서 진가를 과시했다. 선발 크리스 플렉센이 변화구 제구 난조에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먼저 실점을 한 뒤 2사 1,3루에 몰렸다. 여기서 이시이의 잘 맞은 타구가 유격수 박찬호를 향해 날아갔다.
워낙 강한 타구라 피할 새도 없었다. 자세를 고쳐 잡을 시간도 없었다. 차라리 직선타면 모를까, 수비수 앞에서 원바운드가 된 공이라 속도가 더 붙어 박찬호를 향했다. 하지만 박찬호가 감각적인 몸놀림과 핸들링으로 이를 숏바운드로 잡아냈고, 2루에 던져주며 이닝의 마지막 아웃카운트가 올라갔다. 몸을 잘 만들었다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순발력이었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잘 맞은 타구에 행운까지 따라 3루타를 기록했다. 상대 유망주 투수인 쿠로다 마사야를 상대한 박찬호는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온 공을 정확하게 타격해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라인드라이브성 안타를 만들었다. 이때 바운드 된 공을 중견수가 잡아내지 못하고 뒤로 흘리는 바람에 박찬호가 3루까지 달릴 수 있었다. 약간 미숙한 플레이는 있었지만 공식 기록은 3루타였다.
두산이 올해 박찬호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힌트가 나온 경기이기도 했다. 유격수는 당연하고, 리드오프로 중용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유격수가 풀타임 리드오프를 소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경기 체력이 워낙 좋은 박찬호는 그것이 가능한 리그의 몇 안 되는 유격수이기도 하다. 박찬호는 최근 2년간 3할 언저리의 타율과 0.363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출루율을 조금만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두산의 리드오프 고민을 해결할 최적의 자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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