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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日 덴소는 왜 40년간 대학축구를 후원할까…'시스템'을 만든 기업의 힘

작성일: 2026.03.20 10:29 정형근 기자,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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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나고야(일본), 정형근 , 배정호 기자]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은 매년 한 경기의 승패를 남긴다. 그러나 이 대회를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점수판보다 더 중요한 질문 하나와 마주하게 된다. 

'일본 대학축구는 어떻게 오랜 시간 흔들리지 않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을까. 그리고 한국 대학축구는 왜 지금 ‘시스템’이라는 단어를 다시 꺼내 들고 있을까.'

그 질문의 중심에는 덴소가 있다. 덴소컵은 단순히 기업 이름이 붙은 대회가 아니다. 덴소라는 기업이 대학축구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봤는지, 그 시선이 일본 대학축구를 어떻게 떠받쳐 왔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에 가깝다.

덴소 경영임원이자 인사 전무 본부장인 간베 치타카는 덴소의 대학축구 후원 이유를 단순한 언어로 설명했다. 핵심은 ‘인재 육성’이다. 

그는 “덴소는 약 40년 동안 대학축구를 지원하고 있다”며 “덴소는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회사지만 인재 육성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고, 젊은 선수들을 키우겠다는 취지에서 대학축구를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이 짧은 설명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덴소가 대학축구를 바라보는 관점은 ‘흥행’이나 ‘이벤트’가 아니다. 대학 무대에서 뛰는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과 성장 과정, 그리고 사회와 프로 무대로 나아가는 길 자체를 지원하는 일에 가깝다. 

간베 본부장 역시 “젊은 선수들의 '가능성'에 대해 지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대학 축구를 후원하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축구는 프로처럼 즉각적인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 당장 눈에 보이는 흥행 규모도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한 기업이 40년 가까이 후원을 이어왔다는 것은 대학축구를 단기 성과의 영역이 아니라 장기 가치의 영역으로 봤다는 뜻이다. 덴소의 후원은 단순한 스폰서십보다 ‘철학’에 가깝다.

실제로 덴소의 후원은 일본 대학축구를 단순한 아마추어 무대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일본에서 대학축구는 프로 이전 단계의 완충지대이자, 또 다른 인재 육성 허브로 기능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U-23 아시안컵에서 일본 대표팀에는 대학 출신 선수가 7명 포함됐다. 일본대학축구연맹 나가노 유지 회장은 “매년 상당수의 대학 선수들이 J리그1·2로 진출한다. J리그1은 30명, J리그2는 70명 정도의 대학 선수가 진출한다. 중요한 점은 프로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대학 교육을 거친 선수’라는 경로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간베 전무 역시 “대학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프로 팀이나 대표팀,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는 후원이 단지 대회 운영비를 보태는 수준을 넘어, 선수들이 성장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구조를 지탱해 왔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는 “모든 선수가 프로 진출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학축구를 단순히 ‘프로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 남는 곳’으로 보지 않고, 선수이자 인간이 성장하는 하나의 교육 과정으로 이해하는 시선이다. 후원 역시 그런 철학 위에서 이뤄졌다.

일본 덴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안정환 UNIV PRO 총괄 디렉터와 대학축구연맹 박한동 회장 ⓒ대학축구연맹
일본 덴소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안정환 UNIV PRO 총괄 디렉터와 대학축구연맹 박한동 회장 ⓒ대학축구연맹
매년 일본 덴소의 후원으로 열리는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 ⓒ대학축구연맹 
매년 일본 덴소의 후원으로 열리는 덴소컵 한·일 대학축구 정기전 ⓒ대학축구연맹 

덴소의 역할은 선수 개인의 성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간베 전무는 “오늘도 많은 관중들이 오는데, 사람들에게 기쁨이나 감정을 전달하는 것 역시 의미가 있다”며 “이런 부분들은 사회 공헌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학축구가 진로의 무대이자 지역 공동체의 축제라는 뜻이다. 기업 후원이 스포츠를 통해 사회와 맺는 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의 의미에 대해서도 그는 “한일전뿐만 아니라 양국 관계가 좋아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후원을 경제 논리나 홍보 효과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사람과 사람, 국가와 국가 사이의 접점을 넓히는 행위로 이해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덴소가 대학축구를 후원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젊은 사람들의 가능성을 믿고, 그 가능성이 성장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지지하며, 그것이 다시 사회와 스포츠 전체의 가치로 환원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철학이 있었기에 덴소의 후원은 1년짜리 캠페인이 아니라 40년의 구조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구조는 일본 축구를 떠받치는 힘이 됐다.

반대로 지금 한국 대학축구가 서 있는 지점도 이 대목에서 선명해진다. 한국 대학축구는 최근 ‘UNIV PRO’ 프로젝트를 통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덴소컵에서도 그 변화의 초기 성과는 확인됐다. 그러나 시스템은 의지만으로 굴러가지 않는다. 연맹의 노력과 지도자의 헌신, 선수들의 투지만으로는 오래 버티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구조를 유지하고 확장시키려면 결국 후원과 투자, 그리고 함께 책임지는 주체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덴소의 후원은 단순한 사례를 넘어 하나의 벤치 마킹 모델이다. 일본 대학축구가 왜 여전히 의미 있는 성장 경로로 기능하는지, 또 한일 대학축구 교류전이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전통이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실질적 배경이기 때문이다. 

기업 후원의 '진정한 가치'는 로고를 노출하는 데 있지 않다. 한 종목의 저변을 넓히고, 선수를 성장시키고, 구조를 지속시키는 데 있다. 덴소는 지난 40년 동안 일본 대학축구를 ‘행사’가 아닌 ‘시스템’으로 만들었다.

덴소컵이 한국 대학축구에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대학축구를 누가 어떤 철학으로 떠받칠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덴소와 함께한 일본 대학축구의 40년은 이미 그 답을 보여줬다. 이제 한국 대학축구가 그 질문에 답할 차례다.

한국 대학축구 다시 뛰기 시작했다. ⓒ대학축구연맹 
한국 대학축구 다시 뛰기 시작했다. ⓒ대학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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