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첫 경험에 웃으며 수비 여유, '강심장 이기혁' 본 스승의 감탄 "정말 잘해…더 침착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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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첫 월드컵에 실수하면 가장 먼저 비판과 비난이 쏟아지는 수비수였음에도 너무나 침착했던 이기혁(26, 강원FC)의 90분이었다.
이기혁은 12일 오전(한국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1차전 체코전에 선발 출전했다.
체코전 전까지 A매치 경력이 단 3경기에 불과했던 이기혁이다. 2022년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홍콩전 출전 이후 A대표팀과 인연이 멀어졌기에 북중미 월드컵 최종 명단 합류는 이례적이었다.
월드컵 직전인 트리니다드 토바고, 엘살바도르전 2연전은 이기혁의 모의고사였다. 고지대 적응에 A매치 자체를 치르는 것 자체가 이기혁에게는 깊은 고민으로 자리했다. 설상가상 조유민(사르자FC)이 부상으로 낙마했다. 체코전을 앞두고는 김태현(가시마 앤틀러스)도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다는 비보가 이어졌다.
교육생으로 따라온 조위제(전북FC)가 정식 명단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홍명보호 수비진에는 고민의 연속이었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이한범(미트윌란) 두 유럽파에 전천후 자원 박진섭(저장FC)도 있었지만,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이기혁이 잘 뛸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트리니다드 토바고, 엘살바도르 2연전에서는 진가를 보여줬다. 왼발을 활용한 놀라운 전방 오픈 패스는 이기혁만으로 하이라이트 영상을 만들어도 될 정도였다.
물론 월드컵처럼 중압감이 느껴지는 경기는 아니었다. 이 때문에 과연 압박감이 큰 체코전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따랐다. 백스리에 기반한 홍명보 감독의 전략, 전술이 희미하다는 비판 속에서 자기 역할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뚜껑을 열자, 이기혁은 마치 A매치 50경기 이상을 소화한 베테랑처럼 뛰었다. 상대 돌파를 한 차례 놓치는 실수 외에는 김민재, 이한범과의 호흡은 일품이었다. 수비 대형 제어는 물론 공간 방어도 나쁘지 않았다.
이는 강원에서 백스리에 적응하면서 얻은 소득이 크게 작용횄다. 또, 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도 소화, 국제 경기 감각을 키웠다. 홍 감독이 K리그 관전에서 강원 경기를 빼놓지 않았던 이유도 이기혁 발굴을 위함이었다.
이기혁은 "월드컵이라는 무대 그 자체가 감격스럽고, 경험하니까 선수로서 욕심히 끝없이 생긴다"라며 "크게 한 것은 없지만, 팀 승리에 보탬이 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시간 강원도 태백에서 이기혁의 활약을 지켜본 정경호 강원 감독의 마음도 남달랐다. 월드컵 휴식기 태백에서 단기 전지훈련 중이던 정 감독은 이기혁으로 인해 여기저기서 전화를 많이 받았다며 "경기 초반 볼 제어 실수 외에는 잘하더라"라며 제자의 월드컵 데뷔전을 평가했다.
동료들의 부상 이탈에 처음 상대하는 유럽팀이라는 어려움은 이미 정 감독의 조언으로 발밑으로 눌러 놓았다. 정 감독은 "정신적으로 교육을 잘해 놓았다"라며 경기 중 긴장보다 웃음이 더 많았던 이기혁의 멘탈은 평소 잘 다져왔던 것임을 강조했다.
물론 체코가 단순한 플레이를 했던 것도 상대적으로는 수월한 수비를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봤다. 정 감독은 "체코가 좀 약하더라. 고지대 적응도 하지 못했고 단순하게 나오니까 (김)민재나 (이)한범, 기혁이의 높이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수비 운영이 잘 됐던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체코의 높이에 고전했지만, 그래도 경기력 자체는 '월드컵 본선'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하면 충분히 잘했다는 것이 정 감독의 생각이다. 이어 "(이기혁이) 정말 부드럽게 잘하더라. 이제 남은 경기를 더 잘하면 주가가 바짝 오를 것 같다. 해외(=유럽) 팀들도 관심이 있게 보는 것 같더라"라며 내심 이기혁이 월드컵을 통해 더 크게 성장해 한국 축구의 수비 대들보가 되기를 바랐다.
강원은 양민혁(토트넘 홋스퍼), 양현준(셀틱) 등 지속해 유럽에 선수를 내보내고 있다. 수비수 신민하도 주목받는 중에 이기혁은 뜨거운 매물이 될 수도 있다. 정 감독은 "이런 맛에 지도자를 하는 것 같다"라며 "아마 선수 입장에서는 (체코전에 이겼으니) 더 동기부여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선발 11명 중) 유일하게 K리거지 않았나. 전혀 이질감 없이 잘했다. 전술적으로도 그렇고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이럴 때 일수록 더 침착해야 한다"라며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순간까지 순항하기를 바랐다.
기쁨과 희열을 함께 느끼던 정 감독은 "(이)기혁이가 잘하면 잘할수록 제 전화기는 바빠질 것 같다"라며 축하 전화는 (훈련 시간을 빼고) 환영한다며 제자가 월드컵에서 큰 것을 얻고 뛰며 늦게 돌아오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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