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여주는 여자' 윤여정 "행복한 죽음? 해답은 없더라" (인터뷰)
작성일: 2016.10.13 08:00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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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죽여주는 여자’ 소영은 성매매를 하는 노인이다. 종로 탑골 공원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몸을 팔아 먹고 사는, 말 그대로 서비스를 잘 해 ‘죽여주는 여자’로 통한다. ‘서비스’가 죽여주는 여자였던 소영은 ‘죽여주는 서비스’를 하는 여자로 변한다. 죽음을 앞둔 노인들을 좀 더 빨리 보내주는 서비스를 하는 여자.
배우 윤여정은 ‘죽여주는 여자’에서 소영을 연기 하면서 우울증까지 겪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끔찍한 일도 많고, 그런 일은 피하고 싶었고, 그래왔는데, ‘죽여주는 여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인문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의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우울증이 왔다. 성매매를 하는 할머니도, 영화 속에서 죽는 할아버지도 누군가의 소중한 딸, 아들로 태어났을 것이다. 할 일이 그것 밖에 없냐고 손가락질을 하겠지만, 그곳까지 내 몰릴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70살이 넘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그것이 현실이다.”
죽음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윤여정 역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심스럽게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자 “오래전부터 고민했던 이야기"라고 했다. 꽃이 피면 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듯, 사람 역시 태어나면 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책을 사서 읽기도 했지만 해답은 없었다.

“하버드까지 나온 사람이 낸 책을 읽었다. 하지만 별 해답은 없더라.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일을 하면서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한거 같다.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죽고 싶다는 말을 하는데, 자신이 하던 일을 하다가 가고 싶은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어쩌면 ‘죽여주는 여자’는 극단적으로 다룰 여지가 다분했다. 노인 성매매부터 노인 자살 이유 세가지를 모두 다루고 있다. 다소 자극적으로 묘사될 가능성도 있었지만, 윤여정은 이 작품은 선택했다. 이는 이재용 감독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믿음이다. 이재용 감독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이 가져왔으면 부정적으로 생각 했을수도 있다. 이재용 감독과의 관계가 있으니까, 믿음이 있었다. 세상에 없는 이야기가 영화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어떻게 푸느냐의 차이다. 이재용 감독이라면 자극적이고, 극단적으로 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실제로 영화 속 살아가는 인물들은 어찌보면 끔찍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무척이나 따뜻한 감정이 느껴진다. 코피노 소년을 챙기는 소영의 손길에서, 그 소년을 군말없이 돌봐주는 도훈과 티나의 눈빛에서 따스한 온정이 느껴진다. ‘죽여주는 서비스’를 하는 모습에서는 잔인함 보다는 애잔함이 담겨 있다.
“첫 리딩을 하고 전무송 씨가 ‘이 여자는 살인자가 아니라 천사다’라고 하더라. 노인 자살 세가지 이유가 다 담겨 있다. 자존감 피괴와 자아 상실에 대한 공포,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후 절대 고독. 그런 고민을 이재용 감독이 많이 했다. 소영이라는 여자는 옛날부터 죽고 싶었을 것이다. 세 남자를 죽이는 것은 자신이 죽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윤여정은 어느덧 데뷔 50주년이 됐다. 특별한 소감은 없었다. 60살이 넘은 뒤 다짐한 것은 있었다. “사치를 하자”였다. 자신이 하고 싶은 감독, 자신이 하고 싶은 작가와 함께 작품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배우’ 윤여정에겐 사치였다. 그리고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감사했다. 배우 윤여정을 써 주는 사람도, 자기 자신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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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지 기자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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