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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의 나화진은 어디에... '참교육'으로 무너진 시스템 세울 수 있을까

작성일: 2026.06.26 21:45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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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축구계에도 교권보호국 감독관 나화진 같은 인물이 등장할 수 있을까.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에서 나화진은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폭력이 정당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핵심은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누군가는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데 있다. 지금 한국 축구에도 그런 인물이 필요하다. 무너진 질서를 바로잡고, 학연과 지연, 이름값과 관행을 뚫고, "이건 틀렸다"고 바로 고칠 수 있는 사람 말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은 한국 축구가 얼마나 깊은 착각 속에 있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조 편성이 나온 직후 분위기는 낙관일색이었다. 멕시코, 체코, 남아공과 한 조에 묶이자 '역대급 꿀조'라는 평가가 쏟아졌다. 48개국 체제로 확대된 첫 월드컵에서 조 2위는 물론, 조 3위도 32강을 노려볼 수 있었다. 적어도 겉으로 보기에는 한국이 토너먼트에 오르지 못하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어려웠다.

홍명보 감독도 자신감에 차 있었다. 그는 대회를 앞두고 "우리의 1차 목표가 32강이다. 좋은 위치로 32강에 진출하는 것이다. 이후 대진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위치로 32강에 진출한다면 팀의 사기, 선수들의 사기가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모른다. 그 다음에는 생각하지도 못할 위치까지도 갈 수 있다. 우리 월드컵 목표가 32강이 아니라, 1차적인 목표가 32강"이라고 말했다. 표현은 조심스러웠지만, 뉘앙스는 분명했다. 32강은 최소 목표였다. 문제는 그 최소 목표마저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는 점이다.

한국은 체코를 잡고도 멕시코에 무너졌고, 마지막 남아공전에서 참담한 경기력 끝에 0-1로 패했다. 비기기만 해도 조 2위로 32강에 오를 수 있었던 경기였다. 상대는 객관적 전력에서 한국보다 아래로 평가받던 남아공이었다. 하지만 한국은 경기 내내 자신이 무엇을 하려는 팀인지 보여주지 못했다. 공격은 이강인의 개인 능력에 의존했고, 손흥민을 벤치에 앉힌 선택은 결과적으로 패착이 됐다. 후반에 손흥민을 투입하고도 공격의 방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 자원을 투입하는 교체까지 이어졌다.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한국 축구가 보여준 것은 전략도, 배짱도, 책임 있는 운영도 아니었다.

▲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

사실 이 사태는 갑작스럽게 터진 사고가 아니었다. 예견된 붕괴에 가까웠다.

출발점은 감독 선임 과정이었다. 한국 축구는 위르겐 클린스만 체제 실패 이후 새 방향을 잡아야 했다. 제시 마치,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등 다양한 후보들이 거론됐다. 팬들은 적어도 이번만큼은 투명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감독을 선임하길 바랐다. 그러나 결론은 다시 홍명보였다. 과거 대표팀에서 실패를 경험한 감독을 다시 호출했다.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고, 설명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이임생 기술위원장이 꺼낸 '라볼피아나' 언급은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 축구 팬들이 원한 것은 전술 용어가 아니었다. 왜 이 감독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근거였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또 한 번 이름값과 익숙함을 선택했다. 실패를 복기하기보다 실패했던 카드를 다시 꺼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은 월드컵 본선에서 민낯을 드러냈다. 감독 선임부터 흔들린 팀은 대회에서도 흔들렸다.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결과가 나빴을 때 방어할 명분도 없다. 지금 홍명보호를 향한 비판이 거센 이유도 여기에 있다.

▲  ⓒ대한축구협회
▲ ⓒ대한축구협회

더 큰 문제는 한국 축구의 추락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9월에는 나고야·아이치 아시안게임이 열린다. 한국은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에서 또 한 번 금메달을 노린다. 양민혁을 중심으로 이영준, 김지수 등 해외파 자원들의 합류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름만 놓고 보면 경쟁력 있는 세대다.

그러나 벤치를 바라보면 불안감이 앞선다. 이민성 감독 체제의 연령별 대표팀은 이미 우려를 남겼다. 최근 진행한 6월 해외 전지훈련에서 이민성호는 UAE와 1-1로 비겼지만, 태국을 3-2로 꺾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에 0-1로 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상대팀 면면만 놓고 본다면 4골 4실점이라는 수치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한국 축구는 또 '선수들이 좋으니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낙관에 기대고 있다.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좋은 선수들이 있다고 좋은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월드컵에서 이미 확인했다. 손흥민이 있고, 이강인이 있고, 김민재가 있어도 팀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전술적으로 준비를 갖춘 남아공을 상대로도 무너질 수 있다. 아시안게임도 다르지 않다. 이름값이 금메달을 보장하지 않는다. 감독의 준비, 협회의 지원, 명확한 방향성, 공정한 선수 선발과 책임 있는 운영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2027년 1월에는 아시안컵도 열린다. 이제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이라면 아시안컵에서도 좋은 성적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 축구는 매번 위기 때마다 "반성하겠다", "개선하겠다", "책임지겠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같은 얼굴들이 돌아오고, 같은 방식이 반복되고, 같은 실패가 다시 찾아왔다. 책임을 지는 사람은 없고, 상처받는 것은 늘 선수와 팬들이었다.

▲  ⓒ연합뉴스
▲ ⓒ연합뉴스

한국 축구가 정말 다시 일어서려면 누군가는 불편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실패한 감독 선임 구조가 반복되는가. 왜 절차는 늘 흐릿한가. 왜 전술적 실패의 책임은 제대로 평가받지 않는가. 왜 협회는 위기 때마다 팬들의 상식과 다른 결정을 내리는가. 왜 한국 축구는 매번 "이번엔 다르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같은 곳으로 돌아오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임시 처방이 아니다. 감독 한 명을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축구계 전체를 향한 '참교육'이 필요하다. 인맥과 관행, 책임 회피와 자기 보호의 벽을 깨야 한다. 누군가는 한국 축구의 민낯을 정면으로 지적해야 하고, 누군가는 그 책임을 끝까지 물어야 한다.

드라마 속 나화진은 무너진 교권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등장했다. 그렇다면 무너진 한국 축구를 바로 세울 인물은 어디에 있는가. 이미 10보 이상은 퇴보한 한국 축구가 일본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몇 년의 강산이 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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