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뻣뻣' 홍명보 감독과 전혀 다르다 "평생 책임감 잊지 않을 것"...쿠만 감독, 고개 숙이며 사퇴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공유하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URL복사
[스포티비뉴스=신인섭 기자] 고개를 빳빳이 든 홍명보 전 감독과 전혀 다르다. 로날드 쿠만 감독이 고개를 숙인 채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월드컵 32강 탈락이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지 하루 만에 직접 사퇴를 발표했다.
네덜란드축구협회(KNVB)는 1일(한국시간) 쿠만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쿠만 감독 역시 개인 SNS를 통해 “어젯밤 나는 네덜란드 축구대표팀 감독으로서의 여정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네덜란드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서 예상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짐을 쌌다. 지난 30일 멕시코 몬테레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모로코와의 32강전에서 연장전까지 1-1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2-3으로 패했다. 우승 후보 최상위권은 아니었지만, 최소 8강 이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네덜란드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과였다.
조별리그까지만 해도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네덜란드는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두 차례 리드를 지키지 못하며 2-2로 비겼지만, 이후 스웨덴을 5-1로 대파했고 튀니지도 3-1로 제압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10골을 넣는 막강한 화력을 앞세워 F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죽음의 조’로 평가됐던 조에서 1위를 차지한 만큼 토너먼트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32강 첫 경기에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모로코를 상대한 쿠만 감독은 조별리그에서 활용했던 4백 대신 5백을 꺼내 들었다. 수비 숫자를 늘리며 안정감을 택한 승부수였지만, 결과적으로 네덜란드다운 공격 색깔을 잃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선제골을 넣고도 경기 주도권을 확실히 가져오지 못했고, 수비적으로 내려선 사이 동점골을 허용했다. 결국 승부차기 끝에 패하면서 네덜란드의 월드컵은 32강에서 끝났다.
전술 논란도 거셌다. 쿠만 감독은 경기 후 5백 전술 실패에 대한 질문을 받자 “월드컵 전에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3백을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그래서 그렇게 했더니 이번에는 또 그걸로 비판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같은 상황이 온다고 해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네덜란드 현지 여론에 불을 붙였다. 패배 책임론과 함께 쿠만 감독을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폭스 스포츠 해설위원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역시 “오늘 쿠만 감독은 마치 이탈리아 감독처럼 지지 않기 위한 축구를 했다. 이번 패배는 쿠만 감독의 책임이다. 나는 오늘 네덜란드다운 모습을 전혀 볼 수 없었다. 네덜란드의 정체성이 아닌 방식으로 패배했다는 점이 더 화가 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결말은 사퇴였다. 쿠만 감독은 입장문을 통해 “대표팀에서의 시간이 이런 방식으로 끝나게 된 것이 더욱 가슴 아프다. 우리 모두는 이번 월드컵에서 역사를 쓰는 꿈을 꿨다. 하지만 그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 누구보다도 이 결과에 가장 실망한 사람은 나다”라고 밝혔다.
이어 “대표팀 감독으로서 그 책임은 내 몫이다. 나는 늘 그 책임을 느끼며 일했고, 앞으로도 평생 그 책임감을 잊지 않을 것”이라며 월드컵 실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쿠만 감독이 대표팀을 떠나는 이유가 오직 성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가족과 건강을 언급하며 개인적인 사정도 함께 밝혔다. 쿠만 감독은 “지난 몇 년은 내게 축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축구는 내 인생이었지만 건강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라고 말했다.
또 “사랑하는 사람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아내 바르티나는 자신의 병과 싸우는 상황에서도 내가 대표팀 감독으로서 마지막까지 일을 마칠 수 있도록 매일 응원해줬다. 그것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강인함이었고, 나는 그에게 평생 갚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쿠만 감독의 아내 바르티나는 최근 유방암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쿠만 감독이 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결정에는 이러한 개인적 배경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쿠만 감독은 “앞으로는 아내와 자녀, 손주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 지금이 물러날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물론 대표팀 감독 생활을 월드컵 우승으로 마무리하고 싶었다. 그 꿈은 끝내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을 채우는 것은 자부심”이라고 했다.
그는 “축구가 내게 안겨준 모든 것,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 그리고 평생 가장 사랑했던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그간 보내주신 신뢰와 비판, 응원과 실망,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KNVB도 쿠만 감독의 결정을 존중했다. 나이절 더 용 KNVB 엘리트축구 디렉터는 “쿠만 감독은 지난 몇 년 동안 대표팀을 위해 변함없는 책임감과 헌신을 보여줬다. 네덜란드 축구를 위해 기여한 모든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동시에 차기 감독 선임 작업도 시작된다. 더 용 디렉터는 “이번 월드컵의 목표는 최소 준결승 진출이었고 궁극적인 목표는 우승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월드컵 종료 후 예정했던 평가 절차를 진행 중이고, 공석이 된 대표팀 감독직에 대한 논의도 함께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9월 UEFA 네이션스리그 개막을 앞두고 있어 일정상 서둘러야 하지만,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선임하기 위해 충분히 신중한 검토를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홍명보 전 감독과 전혀 다른 행보다. 홍명보 전 감독은 대표팀의 조별리그 탈락 이후 2분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사퇴문을 읽은 뒤 스스로 물러났다. 그러나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 더불어 이후의 행동들이 지속적으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오르면서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쿠만 감독은 고개를 숙이며 사령탑에서 내려왔다. 쿠만 감독 또한 자국을 대표하던 스타였다. 네덜란드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인물. 선수 시절 A매치 78경기에 출전했고, 1988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지도자로도 두 차례 네덜란드 대표팀을 이끌었다. 2018년 처음 대표팀 감독에 부임해 침체됐던 팀을 다시 경쟁력 있는 팀으로 바꿨고, 이후 바르셀로나 감독직을 맡기 위해 대표팀을 떠났다.
2023년 다시 대표팀으로 복귀한 뒤에는 유로 2024에서 준결승 진출을 이끌었다. 하지만 결승 문턱에서 잉글랜드에 1-2로 패했고, 계약 마지막 대회였던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는 32강 탈락이라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남기며 두 번째 임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월드컵은 감독들에게 냉정한 무대다. 이번 대회에서도 성적 부진 이후 사령탑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홍명보 감독, 체코의 블라디미르 코우세크 감독, 튀니지의 사브리 라무시 감독, 스코틀랜드의 스티브 클라크 감독에 이어 쿠만 감독까지 물러났다.
관련 추천 기사
S2N111 관련 기사
-
FIFA, '월드컵 준우승' 아르헨티나 징계 절차 착수...결승 난투극+정치적 현수막 조사 예정
2026-07-30
-
'홍명보 얼굴 문신으로 새긴 수준'...스페인 핵심 DF, 우승 공약으로 '감독 얼굴' 몸에 남긴다
2026-07-29
-
'이럴 수가' 월드컵 영웅 보지냐, 이름 규제 당했다..."별명 사용 금지" 새 리그 규정상 본명 사용 가능성
2026-07-28
-
日 여론 확 바뀌었다 "너무 무책임", "당장 외국인 감독 데려와야"...모리야스 감독, 브라질전 전술 지시 공개→팬들 분노
2026-07-28
-
"월드컵 우승하겠다" 큰소리쳤던 일본, "8강 목표"로 계획 변경...도안 리츠, 공개 비판 "우승 외엔 생각 안 해”
2026-07-26
-
한국은 32위 추락, 일본은 '포트1' 꿈꾼다…JFA의 처절한 반성 "월드컵은 FIFA 랭킹이 결정"→한일 축구 '북중미 기점'으로 꿈꾸는 미래도 갈린다
2026-07-23
추천 콘텐츠
-
"전력에 포함하지 말라" 이강인 아틀레티코 입단 3주차인데 어쩌나...팀 핵심 FW, 여전히 바르사행 갈망
2026-08-11
-
현대캐피탈 얼마나 더 강해지려고…중국·미국·일본 3개국 배구팀 초청해 훈련+연습경기 펼친다
2026-08-11
-
양민혁, 커리어 4번째 임대 “730일 동안 토트넘 한 경기도 못 뛰어…” 벨기에 중위권 팀 이적 합의
2026-08-11
-
이강인 기술에 매료됐다 "넛메그, 백힐, 방향 전환" 화려…그리즈만과도 비교 "당장은 필적 못해도 공통점 확인"
2026-08-11
-
'월드컵 XI 수비수' 스펜스, 토트넘 떠나 인터 밀란행 급물살…770억→680억 이하로 가격 조정?
2026-08-11
-
'홍명보 후임'은 외국인 감독? "포옛 감독 한국 차기 사령탑 사실상 확실시"...일본 매체 강력 주장
2026-08-11
많이 본 기사
-
한국 아이돌 비주얼, 한국 잡는 실력까지…日 배드민턴 초미녀, 코리아마스터즈서 韓 혼합복식 제압 → 2주 연속 우승
2026-08-10
-
안세영에게 '세계선수권 5회 메달리스트' 온다…"17년 만에 안방 개최인데 우승길 험난" 인도 언론은 한숨→홈 이점+시드 호재 얻은 'WC 강자'와 준결승 빅뱅 가능성
2026-08-10
-
前 KIA 위즈덤 미쳤다, 이러다 21세기 기록까지 깨나… 전광판 직격 초대형 홈런, 맞으면 넘어간다
2026-08-10
-
원태인vs김백산 치열한 진실 공방?…"너 거짓말 좀 하지 마"-"밥 언제 사주실 거예요?"
2026-08-11
-
"KIA에 복수하겠다" 김도영-김태군 이름까지 똑똑히 기억 중…페덱의 복수혈전 결말은?
2026-08-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