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키워드 키워드 기준 i금일 기준 많이 본
뉴스 기사의 키워드 수집

"냅킨 계약부터 발롱도르 8회까지"…메시를 만든 아버지, 끝내 눈 감았다

작성일: 2026.08.09 09:15 박대현 기자

본문 글자 크기 조정

  • 보통
  • 크게
  • 아주 크게

[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축구의 신'을 세상에 내놓은 아버지가 눈을 감았다.

리오넬 메시(39)의 아버지이자 20년 넘게 아들의 가장 가까운 조력자로 동행한 호르헤 오라시오 메시가 향년 68세로 세상을 떠났다.

평범한 노동자였던 그는 어린 아들의 비범한 재능을 알아본 뒤 인생을 걸었다. 성장호르몬 문제로 선수 생활에 중대한 갈림길을 맞은 아들을 데리고 대서양을 건넜고, 훗날 축구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계약 가운데 하나로 남은 '냅킨 계약'의 당사자가 됐다.

이후에도 아들의 에이전트이자 조언자로 곁을 지켰다.

세계 축구 역사를 새로 쓴 메시의 20여 년 여정 뒤에는 언제나 아버지 호르헤가 있었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9일(한국시간) "리오넬 메시의 아버지이자 오랜 기간 그의 에이전트를 맡아온 호르헤 메시가 로사리오에서 향년 68세로 별세했다"고 보도했다.

복수 의료계 관계자와 아르헨티나축구협회(AFA) 등에 따르면 호르헤는 오랜 기간 투병해 왔다. 최근 고향 로사리오에 있는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호르헤가 입원해 있던 사나토리오 센트로 병원 측은 성명을 내고 "호르헤 메시가 이날 오전 2시 세상을 떠났다"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병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호르헤의 건강 이상은 지난 2026 북중미 월드컵 기간에도 알려진 바 있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호르헤의 건강 상태를 둘러싼 여러 추측이 퍼지자 메시 가족이 직접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가족은 성명을 통해 "호르헤가 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현재 의료진의 관찰 아래 치료를 받고 있으며 회복하면서 상태가 호전되고 있다"고 알렸다.

메시 역시 월드컵을 치르던 당시 "축구 외적인 상황으로 영향을 받고 있다"고 털어놨다.

아버지의 투병을 지켜보면서 세계 최대 축구 축제에 나서야 했던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메시는 부친의 별세 소식을 접했을 당시 미국 마이애미에 머물고 있었다. 비보를 들은 뒤 가족과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곧장 로사리오로 향했다.

호르헤는 메시의 축구 인생을 논할 때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아르헨티나에서 금속 관련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가장이던 그는 어린 아들이 남다른 축구 재능을 보이자 적극적으로 뒷바라지에 나섰다.

자신이 응원하던 고향 구단 뉴웰스 올드 보이스 유스팀에 아들을 데려가 테스트를 받게 했고 이후 메시의 재능을 더 크게 꽃피울 방법을 찾아 나섰다.

가장 중요한 결단은 2001년에 나왔다.

당시 성장호르몬 문제를 겪던 메시에겐 값비싼 치료가 필요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아들의 재능을 제대로 펼칠 환경을 찾기 어렵다 판단한 호르헤는 어린 메시의 손을 잡고 스페인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바르셀로나였다.

메시 재능에 탄복한 바르셀로나가 그의 성장호르몬 치료비 전액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세계 축구 조류를 바꿨다.

그 과정에서 전설적인 '냅킨 계약'도 탄생했다.

당시 바르셀로나 유스팀 책임자였던 카를레스 렉사흐가 냅킨에 메시 영입을 약속하는 내용을 직접 적어 호르헤 측과 합의했다.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할 소년의 첫 계약이 종이 한 장도 아닌 작은 냅킨 위에서 시작된 것이다.

호르헤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가족 일부가 로사리오로 돌아간 뒤에도 그는 어린 아들과 스페인에 남았다.

낯선 나라에서 축구에 도전하는 아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곁을 지켰다.

메시가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뒤에는 아예 그의 에이전트를 맡았다.

계약 협상을 비롯해 재정과 광고, 홍보, 마케팅 등 선수 생활과 관련한 주요 업무를 관리하면서 아들의 가장 가까운 조언자로 자리매김했다.

메시 역시 아버지가 자신의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숨기지 않았다.

2022년 '다이렉TV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내게 정말 많은 도움을 줬다. 굉장히 냉정하게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기도 했다"면서 "그 덕분에 항상 더 발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고마워했다.

아버지와 보낸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서는 더욱 애틋한 마음을 드러냈다.

아르헨티나 'TyC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메시는 "아버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했고 저녁 9시가 돼서야 집으로 돌아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고 회상했다.

"우리는 자주 만나지 못했다. 그래서 함께 있을 때 아버지는 나와 보내는 시간을 정말 소중히 여겼다"며 "나 역시 아버지가 너무 보고 싶었다. 집에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꼭 안아드리곤 했다"고 덧붙였다.

호르헤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뒤 아르헨티나 축구계는 슬픔에 잠겼다.

고인이 평생 응원했고 어린 메시가 처음 축구선수의 꿈을 키운 뉴웰스가 가장 먼저 추모에 나섰다.

뉴웰스는 공식 SNS에 "뉴웰스 올드 보이스는 로사리오에서 향년 68세로 별세한 호르헤 메시를 깊은 슬픔과 애도 속에 떠나보낸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우리 구단의 열렬한 팬이자 사업가였으며 아르헨티나 대표팀 주장 리오넬 안드레스 메시의 아버지였다"고 소개한 뒤 짧은 문장을 덧붙였다.

"리오넬에게 이 색깔(뉴웰스 상징색인 빨강과 검정)을 사랑하도록 가르쳐줘 고맙습니다."

AFA도 애도를 표했다.

AFA는 "클라우디오 타피아 회장을 비롯한 협회 구성원 모두가 우리 대표팀 주장이자 상징인 리오넬 메시의 아버지 호르헤 메시의 별세에 깊은 슬픔과 애도를 표한다"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가족 모두에게 가장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메시가 선수 인생의 황금기를 보낸 바르셀로나 역시 고인을 추모했다.

구단은 "호르헤 메시가 아들 레오의 축구 인생 출발과 가장 찬란했던 시기를 우리 구단에 맡겨준 데 깊이 감사한다"고 전했다.

스포츠계에서도 애도가 이어졌다.

남자 테니스계 '살아있는 전설' 라파엘 나달은 "사랑하는 레오, 네가 지금 겪고 있을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 어렵다"면서 "이처럼 힘겨운 순간을 보내고 있는 너와 가족 모두에게 깊은 애정과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호르헤가 평안히 잠들기를 바란다"고 메시를 위로했다.

평범한 노동자였던 아버지는 키 작은 아들의 손을 잡고 대서양을 건넜다.

그로부터 25년.

그때 아버지의 손을 꼭 쥐었던 소년은 발롱도르를 8차례 손에 쥐고 월드컵 트로피까지 들어 올린 축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 가운데 한 명으로 성장했다.

메시의 위대한 축구 인생 첫 페이지를 함께 연 사람이 바로 호르헤였다.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