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축구 정말 안 풀린다, 이강인 "안 좋은 부분만 보지 말아달라" 호소했는데…데뷔전부터 '한국 오심 논란' 스페인 유력지까지 정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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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몸을 낮췄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역사적인 데뷔전을 치른 이강인(25)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은 자신의 새로운 도전도, 스페인 복귀에 대한 설렘도 아니었다.
한국 축구를 향한 팬들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사과와 '당부'부터 입에 올렸다.
이강인은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프리시즌 친선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돼 약 27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올여름 파리 생제르맹(PSG)을 떠나 아틀레티코에 새 둥지를 튼 뒤 치른 첫 실전이었다. 아틀레티코는 맨시티에 1-3으로 역전패했지만 이강인은 짧은 시간에도 2차례 슈팅을 기록하며 국내 팬들에게 자신의 새 출발을 알렸다.
경기가 끝난 뒤 믹스트존에 모습을 드러낸 이강인은 그러나 자신의 경기력보다 '공론'을 먼저 거론했다. 쇄신 요구가 빗발치는 올여름 한국 축구 이야기부터 꺼냈다.
"우선 더위에도 경기장을 찾아주신 많은 팬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입을 연 그는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 한국 축구가 좋은 상황에 놓여 있지 않다. 하나 선수들은 팬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어 많이 반성하고 또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뿐 아니라 해외에서 뛰는 선수와 K리그 선수 모두 한국 축구를 위해 온힘을 다하고 있다"며 "너무 안 좋은 부문만 보지 마시고 좋은 부문도 (아울러)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공교롭게도 이강인이 한국 축구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당부한 바로 그날, 그의 아틀레티코 데뷔전은 한국 심판진의 판정을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스페인 유력지까지 잇달아 문제를 제기하면서 한국 축구가 전날 '외국인 심판 접대 의혹'에 이어 또 다른 사유로 재차 유럽 언론 입길에 오른 모양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아틀레티코는 전반 43분 호르헤 도밍게스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다. 그러나 후반 들어 피치 흐름이 크게 요동했다. 후반 12분 오마르 마르무시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2분 뒤 다시 실점하면서 1-2로 스코어가 뒤집혔다.
문제는 맨시티의 두 번째 득점 과정이었다.
스페인 최대 스포츠신문 '아스'는 해당 장면을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 득점 과정에서 세메뇨가 아틀레티코 최종 수비보다 앞선 위치에 있던 것으로 보였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지 않은 채 그대로 득점이 인정됐다는 것이다.
경기장 전광판과 중계 화면을 통해서도 오프사이드 여부를 의심할 만한 장면이 반복됐지만 판정은 뒤집히지 않았다.
스페인 '마르카' 역시 같은 장면에 주목했다. 왼 측면에서 세메뇨가 최종 포백보다 앞선 위치에서 공을 잡은 만큼 오프사이드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는 취지로 분석했다.
하나 친선경기 특성상 비디오판독(VAR)이 가동되지 않았고 맨시티 역전골은 인정됐다.
아틀레티코 선수단은 즉각 반발했다. 공식 경기 못지않게 심판진을 둘러싸고 강하게 항의했다. 벤치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경기 주심은 김종혁 심판이 맡았다.
더욱 아쉬운 건 실점이 나온 시점이었다.
바로 이강인의 투입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1-1로 팽팽히 맞서던 아틀레티코가 석연찮은 판정 속에 리드를 내주면서 이강인은 데뷔전부터 어수선한 상황에서 추격 임무를 안고 그라운드에 들어서야 했다.
후반 18분 로드리고 멘도자와 교체돼 피치를 밟은 이강인은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세컨드 스트라이커에 가까운 위치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새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투입 직후 특장점인 왼발 프리킥으로 직접 맨시티 골문을 겨냥했고 후반 31분엔 아르나우 솔라 패스를 받아 이날 두 번째 슈팅을 시도했다.
아틀레티코는 이강인을 중심으로 동점골을 노렸지만 끝내 맨시티 골문을 추가로 열지 못했다. 오히려 후반 45분 라얀 아이트누리에게 쐐기골을 얻어맞아 1-3으로 경기를 마쳤다.
패전에도 이강인의 데뷔전 자체는 의미가 적지 않았다.
PSG에서 충분한 출장 시간을 확보하지 못했던 이강인은 아틀레티코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경쟁'을 시작한다.
특히 이날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은 이강인을 최전방 원 톱 한 칸 아래에 배치해 '앙투안 그리즈만 후계자' 활용법 단서를 보여줬다.
이강인은 시메오네 감독 주문에 대해 "공격적으로 하는 걸 원하셨다. 처음 왔을 때부터 그런 부분을 많이 주문하셨다"면서 "확실히 얘기해주셔서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동료들도 많이 도와줘서 잘 적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정 포지션에 대한 욕심은 없었다.
그는 "솔직히 어느 자리든 괜찮다. 어느 포지션에서 뛰더라도 내가 도울 수 있는 부분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어디가 편한지를 떠나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곳에 서는 게 좋다. 팀에 도움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이강인에게 이번 이적은 또 다른 의미도 있다. 주요 열쇳말 중 하나가 '복귀'다.
발렌시아 유스 시스템에서 성장해 1군 무대까지 밟은 그는 마요르카(이상 스페인)를 거쳐 2023년 여름 PSG로 이적했다. 프랑스에서 세 시즌을 보낸 뒤 아틀레티코의 등번호 7을 달고 3년 만에 익숙한 라리가 전장으로 돌아왔다.
이강인은 "선수로서 항상 좋을 수는 없다. 힘든 순간도 있고 좋은 순간도 있다"면서 "일단 스페인으로 돌아오게 돼 너무 기쁘고 기대된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팀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아틀레티코든 대표팀이든 항상 그렇게 노력할 것이다. 많은 격려와 사랑을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강인의 바람과 달리 그의 데뷔전 뒤에는 씁쓸한 뒷맛이 남은 양상이다.
최근 국내 축구계에서는 심판 이슈를 둘러싼 설왕설래가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가 판정 신뢰 회복을 천명하고 심판 향응 의혹에 관해 공식 사과문까지 발표했지만 이강인 데뷔전에서도 '휘슬 논란'이 불거지면서 다소간 빛이 바란 분위기다.
한국 팬들 앞에서 커리어 4번째 전환을 알린 이강인은 경기 뒤 "한국 축구의 좋은 부문도 아울러 봐달라"며 간곡히 부탁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바로 그 무대에서 한국 심판진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이강인에게는 설렘 가득한 새 출발이었으나 한국 축구에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씁쓸한 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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