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김민경 기자, 영상 장아라 기자] 배구공을 잡은 지 이제 6년이다. 헝가리에서 온 20살 청년은 낯선 땅 한국에서 팀 공격을 이끄는 주포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코트에 나선다. 우리카드 라이트 공격수이자 막내 크리스티안 파다르다.

지난 5월 트라이아웃으로 우리카드 유니폼을 입었다. 키는 196.5cm로 크지 않지만, 높은 타점과 강한 서브가 장점이다. 1라운드 MVP로 뽑히며 우리카드의 상승세를 이끈 공을 인정받았고, 25일 현재 외국인 선수 가운데 유일하게 2차례 트리플크라운을 이뤘다.

좋은 평가를 받으며 시즌 초반 V리그에 순조롭게 적응했다. 파다르는 "정말 기뻤다. KOVO컵 대회 이후 제 경기력을 많이 칭찬해서 좋았다. 1라운드 MVP로 뽑힌 것도 정말 좋았다. 저를 응원하는 팬들과 MVP로 선정한 기자단에 감사하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많은 득점을 책임지려고 노력한 결과였다. 파다르는 "포지션 특성상 공격으로 많은 점수를 얻는 데 집중했다. KOVO컵 대회 때 부족했던 블로킹 능력을 끌어올리려고 노력했다. 블로킹은 경기에서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하는 점이다. 공격과 서브에 계속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 크리스티안 파다르 ⓒ 송림체육관, 한희재 기자
위기는 있었다. 파다르는 꾸준히 팀의 주포로 활약했지만, 2라운드 들어 승부처에서 결정력이 떨어졌다. 그는 "상대 팀이 저를 분석한 것도 맞지만, 어려움을 겪은 주요 원인은 아니다. 리듬을 조금 잃었다. 폭발력과 스피드가 떨어졌고,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그러면서 자신감도 떨어졌다"고 털어놨다.

리듬이 맞지 않은 이유를 물었다. 파다르는 "솔직히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좋은 경기를 하지 못하면서 자신감을 잃고, 생각이 너무 많았던 것도 이유였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리듬을 다시 찾았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모든 선수가 기복이 있다. 지금 다시 올라오고 있는 흐름이 시즌 끝까지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은 파다르가 흔들릴 때 다소 모질게 느껴질 정도로 "조금 더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고 질책했다. 파다르는 "처음에는 자극을 받았다"면서도 "팀이 제게 기대가 크다는 걸 안다. 그 기대를 채우지 못한다는 생각에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 최근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는 팀 기대에 부응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리듬을 찾기 위해 노력한 시간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파다르는 "감독님은 늘 '코트에서 네가 조금 더 행복하기 바란다'고 하신다. 그리고 '조금 더 냉정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말들이 동기 부여가 됐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열정적인 것도 좋지만, 때로는 차분하게 인내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감정의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경기할 때 너무 의욕이 넘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고 말했다.

▲ 김은섭과 함께 웃고 있는 크리스티안 파다르(오른쪽) ⓒ 송림체육관, 한희재 기자
코트 안에서는 공격을 책임지려 노력하고, 밖에서는 막내로서 동료들과 어울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다. 파다르는 "언어가 통하지 않아 쉽진 않지만, 작은 농담을 던지면서 친해지려고 한다. 다들 성격이 좋아서 함께하는 게 좋다. 지금은 숙소에서 나와서 따로 지내지만, 경기가 있으면 숙소에 들어가서 같이 생활한다. 모두 마음을 열고 대해 준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아하는 동료는 리베로 황영권(23)이다. 파다르는 "모두 정말 친절해서 한 명을 꼽기 어렵다"며 고민하다 "미니맨"을 외쳤다. '미니맨'은 황영권의 애칭이다. 이유를 묻자 "가장 재미있는 선수다. 작아서 정말 귀엽다. 라커룸에서 바로 옆에 앉아서 늘 농담을 던진다"고 말하며 해맑게 웃었다.

우리카드는 경기 일정에 맞춰 크리스마스에도 고된 훈련을 이어 간다. 헝가리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물었다. 파다르는 "보통 가족과 함께한다. 3일 정도 계획을 짜고 친척들을 만나러 다니면서 저녁을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눈다. 요즘은 간소하게 보낸다. 저녁을 준비할 때 여자들은 디저트를 만들고, 우리 가족은 남자들이 수프를 만드는데 저는 부엌과 안 친한 스타일"이라고 고백했다.

한국에서 맞이하는 첫 크리스마스는 여자 친구와 보낼 계획이다. 파다르는 "훈련 일정이 빡빡해서 시간이 많지는 않을 거 같다. (훈련을 마치면) 여자 친구, 강아지와 함께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어떻게 보낼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시즌의 절반을 함께하면서 김상우 감독과 동료에게 그동안 하지 못한 말이 있는지 물었다. 파다르는 "계속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며 계속해서 밝은 분위기를 이어 가길 바랐다.
▲ 크리스티안 파다르 ⓒ 송림체육관,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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