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수원, 김건일 기자] 지난 11일 대전에서 치른 첫 은퇴 투어에서 이승엽은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18일 은퇴 투어 두 번째 행선지인 수원 kt위즈파크에서 kt와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은 그 때를 떠올렸다.
"마지막 타석에서 홈런을 쳤다. 팀은 졌으나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잘 끝냈다는 생각에 만족했다. 이제 수원에서 마지막 경기다. 잘 마무리해보고 싶다. 오늘 또 (등록 상으론) 생일이고 하니 기왕이면 홈런을 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기는 이승엽을 비롯해 삼성 선수들,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보러 온 팬들의 바람과 다르게 흘렀다. 이승엽은 첫 타석부터 차례로 볼넷과 땅볼, 뜬공으로 아웃됐다. 정규 이닝이 끝날때까지 1-1로 승부가 갈리지 않아 연장 10회 선두 타자로 다시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런데 이승엽이 아웃된 뒤로 삼성의 남은 아웃 카운트 2개가 잘 올라가지 않았다. 삼성 타자들이 연거푸 안타, 볼넷 등으로 출루했다. 4점을 더해 1-1 균형을 무너뜨렸다. 구자욱이 아웃됐지만 아웃 카운트 1개가 남아 있었다. 2사 2, 3루에서 3번 타자 다린 러프의 차례였다.
이 때 kt는 러프를 거르고 이승엽을 골랐다. 이어 마운드를 이상화에서 엄상백으로 바꿨다. 사이드암스로를 왼손 타자에게 붙였다는 점, 게다가 엄상백이 올 시즌 이승엽에게 8타수 4안타 홈런 1개, 2루타 2개로 매우 약했다는 점에서 상식 밖 운영이었다. 물론 4점 차이를 지키고 연장 10회 경기를 뒤집기 위한 전략상 선택이었을 가능성도 있었으나, 어찌 됐건 이승엽은 한 차례 더 타석에 들어설 기회를 얻었고, 삼성 팬들은 이승엽의 수원에서 마지막 타석들 또 보게 됐다.
이날 경기에 앞서 "이승엽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한 김진욱 kt 감독은 "수원에서 마지막 경기를 잘 끝냈으면 한다"고 바랐다. 삼성에서 이승엽과 함께했던 김용국 kt 수비 코치는 경기 전 이승엽에게 "승패가 갈라졌을 때 안타나 홈런을 쳐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했다.
승패를 떠나 수원에서 마지막 경기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챙겨주고 싶은 선배의 마음, 그리고 이승엽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이승엽의 타석을 하나라도 더 보여 주고 싶은 kt의 바람이 엿보인 장면이었다.
연장 10회 2사 만루, 이승엽을 위한 장이 만들어졌다. 수원 kt위즈파크는 이승엽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뜨거워졌다.
프로 3년째를 맞은 유망주 엄상백은 이승엽에게 질 생각이 없었다. 전력 투구를 했다. 시속 150km 강속구를 연거푸 스트라이크 존에 꽂아넣었다.
이승엽은 5구를 공략했으나 우익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이승엽의 선수로서 수원에서 마지막 경기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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