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주석은 올 시즌 한화 1군에서 활약한 유일한 상위 지명 선수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KIA 외야수 노수광은 빠른 발과 콘택트 능력에 악바리 근성까지 갖춰 차세대 리드오프로 각광 받는다. 오른손 투수 김광수는 KIA 필승 불펜으로 자리매김했다. 오준혁은 지난해부터 1군 무대에서 입지를 꿰찼다.

이들은 모두 한화 출신이다. 지난해 5월, 4대 3 트레이드 때 유창식과 함께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당시 노수광과 오준혁은 2군을 전전하고 있었고 김광수는 전지훈련 때 김성근 한화 감독으로부터 "준비가 부족하다"고 지적 받아 전력에서 배제됐다.

김 감독은 당시 "우리는 미래를 주고 현재를 얻었다"고 트레이드 배경을 밝혔다. "보낸 선수가 잘되면 어떠냐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화는 그해 가을 야구 진출에 실패했다. 게다가 세 선수는 현재 1군에서 입지가 크지 않다. 왼손 투수 임준섭은 지난해 3월 팔꿈치 수술로 올 시즌을 통째로 날렸다. 오른손 투수 박성호 역시 부상으로 이번 시즌 1군은 물론 퓨처스 리그에서도 공을 던지지 않았다. 외야수 이종환은 1군에서 불과 33타석에 들어섰다.

한화는 2010년대 들어 유망주들을 보내고 손해 보는 트레이드 장사가 잦다. 2006년 신인 드래프트 1차 지명 선수 유원상은 2011년 LG로 떠나 핵심 불펜으로 성장했다. 2005년 2차 1라운드 지명 선수 양훈은 지난해 넥센으로 트레이드돼 그해 16경기 평균자책점 1.41로 가능성을 보였다.

게다가 지난 3년 동안 FA들을 데려오면서 임기영 한승택 등 상위 지명 유망주들을 모두 보상 선수로 보낸 탓에 팜이 황폐해졌다. 올 시즌 1군에서 뛴 상위 지명 선수는 하주석(2012년 1차 지명)이 유일하다.

한화는 2017년을 구단 개혁의 해로 삼는다. 넥센처럼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를 표방한다. 3일 김성근 감독의 유임과 동시에 박종훈 전 LG 감독을 신임 단장으로 임명했다. 현장과 프런트를 철저하게 이원화한다. 박 신임 단장이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아 팀 내 유망주 관리에 집중한다. 김 감독은 현장에 무게를 싣는다.

메이저리그에선 단장을 '야구의 건축가(Baseball Architecture)'라고 부른다. 신인 드래프트부터 FA 계약, 트레이드 등 전반적인 구단 운용에 대한 결정권을 갖고 있다.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사장은 과감한 투자와 냉철한 선수 안목으로 2004년 보스턴 단장 시절 밤비노의 저주를 깼다. 올해엔 컵스를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 팀으로 만들었다.

중, 장기 우수 선수 육성이 최우선 과제다. 유망주 유출을 막고 부족한 전력은 내부 유망주 발굴 및 박 단장이 지휘하는 트레이드로 보강할 계획이다.

박 단장은 선수 육성에 일가견이 있다. 2011년 시즌이 끝나고 LG 감독을 떠난 뒤 두산 퓨처스팀을 거쳐 올 시즌까지 NC 육성팀장을 맡았다. 박 단장이 두산 시절 미래 주전 외야수로 꼽은 박건우는 올 시즌 두산 리드오프로 성장했다. NC에서도 고양에 있던 젊은 투수들을 1군 주축으로 만들었다. LG 감독 시절 "신철인 같은 투수"라고 평가했던 김지용은 이번 시즌 LG 주축 불펜 투수가 됐다.

김신연 한화 대표 이사는 "강팀으로 도약하기 위한 'New Challenge(새로운 도전)' 전략 실행을 위한 결정"이라며 "근본적인 분야에서부터 구단 전반을 하나하나 개선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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