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도 '이변의 희생양' 될 수 있다…BWF가 보낸 섬뜩한 경고장 "GOAT 린단과 리총웨이, 야마구치도 무너진 대회"→이번엔 '80% 왼발'까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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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여제' 안세영(삼성생명)도 예외일 수 없다.
수많은 절대 강자가 예상 밖 복병에게 무릎을 꿇은 '이변의 전장' 세계선수권에서 3년 만에 정상 탈환을 노리는 안세영이 부상 복귀전이란 만만찮은 변수를 안고 코트에 선다.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12일(한국시간) 2026 뉴델리 세계선수권 개막을 닷새 앞두고 지난 20여 년간 대회 역사를 뒤흔든 대표적인 이변을 조명했다.
BWF는 "월드챔피언십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은 '영광'이다. 역사를 만들고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을 기회를 움켜쥘 수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상상도 못할) 압박감이 존재한다"며 "세계선수권 특유의 압박 탓에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들이 가장 큰 무대에서 넘어지는 일도 다반사로 발생해 왔다"고 짚었다.
실제 '조기 낙마' 쓴잔을 경험한 전설의 수가 적지 않다. 라인업이 화려하다.
남자 단식 '레전드' 린단(중국)과 리총웨이(말레이시아), 빅토르 악셀센(덴마크), 천룽(중국)과 타우픽 히다얏(인도네시아), 여자 단식 야마구치 아카네(일본) 등 당대를 지배한 세계적인 스타가 세계선수권에서 예상 밖 패주를 거듭했다.
한국 배드민턴이 만든 역사적인 업셋도 있다.
박성환은 2010년 파리 세계선수권 8강에서 당시 세계 최강자로 군림하던 '슈퍼 단' 린단을 2-0(21-13 21-13)으로 완파했다. 풀게임 승부조차 허락지 않는 압승으로 세계 배드민턴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듬해에는 '배드민턴 변방' 과테말라의 케빈 코르돈이 일을 냈다. 2011년 런던 대회 64강에서 천룽을 2-1(21-19 8-21 27-25)로 돌려세우는 대파란을 연출했다.
BWF가 "이제는 거의 신화적인 지위를 얻었다" 표현할 만큼 코르돈 깜짝승은 세계선수권을 상징하는 이변 중 하나로 역사에 아로새겨졌다.
2017년에는 프랑스의 브리스 레베르데즈가 강력한 우승 후보 리총웨이를 64강에서 2-1(21-19 22-24 21-17)로 일축했다.
2021년에는 훗날 세계 챔피언에 오른 로킨유(싱가포르)가 악셀센을 첫판에서 잡아 남자 단식 세대교체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게임을 14-21로 내줬지만 이후 21-9, 21-6으로 포효해 게임 스코어를 기어이 뒤집었다.
악셀센은 2년 뒤에도 충격패 희생양이 됐다.
2023년 코펜하겐 세계선수권 8강에서 HS 프라노이(인도)에게 21-13으로 첫 게임을 따내고도 15-21, 16-21로 내리 두 게임을 헌납해 고개를 떨궜다.
여자 단식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07년 웡뮤추(말레이시아)는 중국의 강호 셰싱팡을 셧아웃으로 격파(21-10 21-8)했고 2010년엔 일본의 히로세 에리코가 왕이한(중국)을 2-1 역전승(20-22 21-16 21-18)으로 꺾어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2019년에는 여자민(싱가포르)이 '현 세계랭킹 2위' 야마구치를 2-0(21-14 21-18)으로 따돌려 핀조명을 받았다.
결승에서도 예상 밖 '대어 사냥'은 반복됐다.
랏차녹 인타논(태국)은 2013년 광저우 대회 결승에서 당시 우승 후보 0순위였던 리쉐루이(중국)를 2-1(22-20 18-21 21-14)로 제압해 적지에서 세계 챔피언에 올랐다.
이듬해엔 카롤리나 마린(스페인)이 다시 리쉐루이를 울렸다.
첫 게임을 17-21로 뺏기고도 2·3게임을 21-17, 21-18로 잇달아 따내 포디움 정상에 섰다.
한국의 서승재-채유정 조도 2023년 혼합복식 결승에서 당대 최강으로 꼽힌 정쓰웨이-황야충(중국)을 2-1(21-17 10-21 21-18)로 낚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화려한 이름값도, 발자취를 충실히 반영한 세계랭킹도 세계선수권에선 승첩을 보장하는 수표가 되지 못한단 점을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오는 17일부터 23일까지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2026 BWF 세계선수권에 출전하는 안세영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다.
현재 여자단식 세계랭킹 1위인 안세영은 명실상부 이번 대회 가장 월등한 대권 후보다.
올 시즌 성적부터 압도적이다. 38승 1패를 거두며 5개 대회 정상에 올랐다.
좀처럼 패전을 허락지 않는 '두 수 위' 경기력으로 세계 여자 단식 판도를 장악했다.
더욱이 세계선수권 고지를 밟아본 경험도 있다.
2023년 코펜하겐 전장에서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 여자 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어 새 지평을 열었다. 지난해 파리 대회에선 4강에서 천위페이(중국)에게 막혀 결승행이 좌절된 만큼 올해 목표는 명료하다. 3년 만의 왕좌 탈환이다.
다만 이번에는 이전과 다른 변수가 있다.
'왼발'이다.
독보적 1강으로 질주를 이어가던 안세영은 지난달 쉼 없이 코트를 누비던 왼발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돼 예상 밖 기권을 택했다.
이후 곧바로 귀국해 회복에 집중했다. 다행히 심각한 구조적 손상은 발견되지 않았고 코트 복귀 준비도 순조로이 마쳤다.
안세영은 지난달 29일 열린 자신의 첫 공식 기념메달 출시 행사에서 몸 상태가 "8~90%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귀띔했다.
이후 정상적인 강도로 훈련할 시간까지 확보한 만큼 세계선수권 출전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통증이 사라졌다'와 '최고 강도의 실전에서 재발하지 않는다'는 전혀 다른 문제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DAZN 역시 이 점을 주목했다.
매체는 최근 세계선수권과 이후 이어질 9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란 굵직한 실전을 앞두고 안세영의 재발성 통증을 변수로 꼽으면서 "세계선수권에서는 성적뿐 아니라 왼발이 실제 경기 강도를 얼마나 버텨 내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안세영의 배드민턴은 발에 가해지는 부담이 특히 크다.
순간적인 방향 전환과 급정지, 반복적인 점프에 코트 구석구석을 집요히 커버하는 풋워크가 경기력 핵심이다.
상대가 쉽게 끝낼 수 있다고 판단한 셔틀콕까지 따라붙어 랠리를 연장하고 끝내 실수를 끌어내는 특유의 수비력이 세계 1위 안세영을 만든 가장 강력한 무기다.
왼발이 정상적으로 버텨 주지 못하면 경기 플랜 전체가 덩달아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선수권 특유의 단판 승부도 부담이다.
첫 상대는 세계 39위 랭커 칼로야나 날반토바(불가리아)다. 객관적 전력에선 안세영이 크게 앞선다.
하나 대진을 거듭할수록 난도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8강에서는 5번 시드 한웨(중국), 준결승에선 세계랭킹 3위 왕즈이(중국)와 맞붙을 확률이 높다. 결승에 오르면 세계 2위 야마구치 또는 4위 천위페이와 격돌할 공산이 크다.
우승까지 가려면 연일 세계 정상급 랭커와 최고 강도의 랠리를 반복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BWF가 소개한 세계선수권대회 '이변사'가 안세영에게 경고장을 보내는 분위기다.
'남자 단식 GOAT' 린단과 리총웨이도 무명 반란에 휩쓸린 이력이 있고 악셀센은 세계선수권에서 2차례나 예상 밖 잠룡에게 발목을 잡혔다. 천룽과 야마구치 역시 이름값과 랭킹에서 크게 열세인 저격수에게 차기 라운드 티켓을 내줬다.
세계선수권에서는 한 번의 흔들림이 치명상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안세영은 이번 뉴델리 여정을 완벽한 몸 상태에서 출발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비관적인 신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안세영이 회복 중인 왼발로 초반 라운드를 무리 없이 통과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정상적인 풋워크를 이어간다면 대권 탈환 확률은 가파르게 높아질 수 있다.
한편 뉴델리 대회는 세계선수권 왕좌 복귀를 위한 무대인 동시에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몸 상태를 점검할 첫 실전 시험대이기도 하다.
DAZN 또한 "안세영은 올해 38승 1패라는 견줄 데 없는 성적과 5개 대회 우승으로 차원이 다른 절정의 기량을 보여줬다"면서 아시안게임에서 여자단식과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겨냥한다고 주목했다.
특히 여자단식에서는 한국 배드민턴 사상 최초의 아시안게임 2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때문에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안세영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우승 트로피만은 아니다.
왼발이 방향 전환과 급정지, 점프를 반복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랠리를 견디고 32강전부터 5경기를 '연속으로' 치른 뒤에도 통증 없이 버텨 주는질 확인해야 한다.
월드챔피언십 역사는 아무리 강한 1인자라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단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해왔다. 린단과 리총웨이, 악셀센도 피하지 못한 세계선수권 특유의 반전극을 안세영이 안정적인 정극(正劇)으로 바꿔낼 수 있을지, 국내외 배드민턴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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