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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내일은 이기겠지? 하는 순간… 이 선수는 셀카 피칭, 최고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작성일: 2026.08.18 13:25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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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시즌 중반 합류 후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이제는 선발진을 이끌어가는 대들보로 자리한 페드로 아빌라 ⓒSSG랜더스
▲ 올 시즌 중반 합류 후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며 이제는 선발진을 이끌어가는 대들보로 자리한 페드로 아빌라 ⓒSSG랜더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다른 투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고 있었던 15일 잠실구장. SSG 외국인 에이스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페드로 아빌라(29)는 불펜 피칭장으로 나왔다. 공은 없었다. 수건, 휴대전화, 그리고 삼각대와 함께였다.

선수마다 루틴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선발 투수들은 보통 등판 이틀 전 불펜 피칭을 하며 컨디션을 체크하고 준비를 끝낸다. 등판 전날은 전력 분석이나 마인드컨트롤을 하며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아빌라는 조금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았다. 삼각대에 올려진 휴대전화의 녹화 버튼을 누르고, 연신 섀도우 피칭을 했다. 녹화를 종료한 뒤 자신의 투구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또 같은 루틴을 반복했다.

아빌라는 16일 잠실 LG전이 끝난 뒤 이에 대해 “6~7년 전부터 해왔던 루틴이다. 삼촌이 코치 느낌으로 피드백을 해준다”면서 “시차가 있다 보니까 시차가 안 맞을 때는 내가 동영상을 찍어 나중에 시차가 맞을 때 통화를 하면서 피드백을 받는다. 그런 것들을 루틴화하고 있다”고 ‘셀카 피칭’을 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아빌라의 삼촌은 프로 출신은 아니지만, 코칭에서는 오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전문가라는 소개다. 6~7년이 된 루틴인 만큼 삼촌은 아빌라의 투구 폼만 봐도 선수의 현재 상태를 알고 보완점을 짚어준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시차가 안 맞으니 1~2번은 그냥 지나쳐도 상관없을 일이지만, 아빌라는 모든 것을 진지하게 대하고 있었다. 

▲ 아빌라는 16일 잠실 LG전에서 올 시즌 첫 7이닝 투구와 QS+ 투구로 역투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SSG랜더스
▲ 아빌라는 16일 잠실 LG전에서 올 시즌 첫 7이닝 투구와 QS+ 투구로 역투하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했다 ⓒSSG랜더스

그런 노력과 준비는 결과로, 또 희망으로 이어진다. SSG 팬들은 올 시즌 ‘내일’이 두려웠다. 선발 로테이션이 완전히 망가졌고, 야수진에는 부상자가 넘쳐났다. 내일 선발 예고를 보면 아무리 생각해도 ‘내일은 이기겠지’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날이 별로 없었다. 그냥 항상 선발에서 밀려 보였다. 그런 잔혹사를 끊은 선수가 바로 아빌라다. 이제 SSG 팬들은 아빌라의 선발 예고를 보며 ‘내일은 이기겠다’는 희망을 품고 잠자리에 들고 있다. 시즌 중반과, 지금의 가장 큰 차이점인데 그 사이 아빌라는 만반의 준비를 다 마치고 있는 셈이다.

아빌라는 16일 잠실 LG전에서 7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완승을 이끌고 시즌 네 번째 승리를 거뒀다. 자신의 좋은 투구에 동료들의 호수비가 이어지며 그라운드에서 같이 웃을 수 있었다. 시속 156㎞의 강속구는 물론, 커터와 투심, 그리고 커브와 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섞으며 LG 타선을 꽁꽁 막았다. 입단 후 첫 7이닝 투구이자, 첫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이기도 했다. 

앤서니 베니지아노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입단한 뒤 승승장구다. 일본에서 뛰던 시절 구속이 떨어지는 모습도 있어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그것이 기우임을 증명하듯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시즌 6경기에서 35이닝을 소화하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54의 호성적이다. 지금 당장 퍼포먼스만 놓고 보면, 리그 최고 외국인 투수를 놓고 자웅을 겨룰 만한 수준이다. SSG 팬들이 올 시즌 내내 보지 못한 행복한 광경이 그라운드를 수놓는다.

▲ 아빌라는 유쾌한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루틴을 철저히 지키고 진중한 모습도 가지고 있어 호평을 모으고 있다 ⓒSSG랜더스
▲ 아빌라는 유쾌한 이미지와 달리 자신의 루틴을 철저히 지키고 진중한 모습도 가지고 있어 호평을 모으고 있다 ⓒSSG랜더스

이날 등판은 두 가지 측면에서 더 의미가 있었다. 5회까지는 잘 던지다 6회만 되면 다소 고전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7회까지 잘 던졌다. 여기에 직전 주 2회 등판에서는 일요일 등판 성적이 좋지 않았다. 제구가 나쁜 선수는 아닌데 결정적인 순간 커맨드가 안 되며 볼넷을 많이 줬다. 이숭용 SSG 감독은 이것이 아직 주 2회 등판의 체력적인 부담에 적응이 되지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는데 이날은 그런 것도 없었다. 갈수록 완전체가 되어가고 있다.

아빌라는 150㎞대 중·후반의 포심과 싱커를 상황에 맞게 잘 던지고, 최고 150㎞에 이르는 커터를 고속 슬라이더처럼 잘 구사한다. 여기에 체인지업·커브 등 좌·우 타자에 각각 맞는 변화구도 위닝샷으로 가지고 있다. 폼이 서양 선수치고는 얌전한 편이지만 팔이 나오는 스윙이 굉장히 짧고 디셉션이 있어 타자로서는 타이밍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또한 상황에 마다 투구 템포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등 영리하다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1점대 평균자책점을 계속 유지하기는 어렵겠지만 완성도가 뛰어난 선수임은 분명하다.

일상 생활에서도 호평을 모으고 있다. 그라운드에서는 동료들의 호수비 하나하나에 크게 액션을 취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등판이 없는 날 더그아웃에서는 분위기메이커가 된다. 반대로 또 진중한 모습도 가지고 있다. 정작 클럽하우스에서는 상당히 조용하고 점잖은 편이라는 게 동료들의 이야기다. 선수들의 문의도 성심성의껏 응한다. 아빌라와 재계약에 골인할 수 있다면, SSG의 내년 반격 퍼즐 중 가장 큰 것 하나가 맞춰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선발 예고를 보는 SSG 팬들의 마음도 적어도 닷새에 한 번은 평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내년 재계약까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페드로 아빌라 ⓒSSG랜더스
▲ 내년 재계약까지 관심을 모으고 있는 페드로 아빌라 ⓒSSG랜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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