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에 축구 접고→5년 공백→대기업 정규직 포기…'테크볼' 이준석의 '인생 승부', 韓 최초 메달 확보 쾌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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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나고야(일본), 신인섭 기자] 대기업 정규직 기회까지 포기하고 아시안게임에 도전한 이준석이 한국 테크볼 역사의 첫 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제 금메달까지 단 한 경기만 남았다.
이준석은 19일 일본 나고야 히가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테크볼 남자 단식 준결승에서 자이드 에이단(쿠웨이트)을 상대로 경기 도중 기권승을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테크볼에서 한국 선수가 메달을 따내는 것은 이준석이 최초다. 결승 진출로 최소 은메달을 확보한 이준석은 오는 20일 알리 자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이라크)를 상대로 금메달에 도전한다.
한국 선수단에도 의미 있는 메달이다. 이준석은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확보했다. 준결승 출발은 쉽지 않았다. 이준석은 1세트 초반 에이단에게 연달아 점수를 내주며 0-4까지 끌려갔다. 하지만 짧은 서브로 상대의 실수를 유도하면서 내리 4점을 뽑아 단숨에 4-4 동점을 만들었다.
흐름을 가져온 이준석은 정교한 볼 컨트롤과 안정적인 수비를 앞세워 10-6까지 달아났다. 에이단의 반격도 거셌다. 연속 실점하면서 10-10 동점을 허용해 다시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갔다. 중요한 순간 집중력에서 앞섰다. 긴 랠리 끝에 에이단의 실수를 끌어내 11번째 점수를 따냈고, 이어진 세트 포인트에서도 상대 범실이 나오면서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이준석이 3-2로 앞선 상황에서 에이단이 갑작스럽게 왼쪽 허벅지 부위를 붙잡고 코트에 쓰러졌다. 경기가 중단됐고 쿠웨이트 측에서 응급 처치를 했지만 에이단은 경기를 이어가지 못했다. 결국 기권이 선언되면서 이준석의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상대의 부상으로 준결승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지만 이준석의 결승 진출을 단순히 행운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번 대회 내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조별리그에서 5전 전승을 기록했다. 알리사(라오스)를 시작으로 프린스 아구스틴(필리핀), 요가 아르디카 푸트라(인도네시아), 바쯔엉장(베트남), 와세 아키노리(일본)를 차례로 꺾었다. 무엇보다 다섯 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2-0 승리였다.
8강에서도 기세는 이어졌다. 쿠다이베르디 아브딜아지조비치 아이다르베코프(키르기스스탄)를 2-0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에서도 1세트를 먼저 따낸 뒤 상대의 기권으로 승리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아직 단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테크볼은 곡선형 특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축구공을 주고받는 스포츠다. 탁구의 정교한 각도 싸움에 축구와 족구의 볼 컨트롤, 세팍타크로에서 볼 수 있는 공중 동작 등이 결합된 종목으로 2012년 헝가리에서 고안됐다.
한 경기는 3세트 가운데 먼저 두 세트를 따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각 세트에서 먼저 12점을 획득하면 승리하며 듀스는 마지막 3세트에만 적용된다. 공은 최대 세 번의 터치 안에 상대 진영으로 넘겨야 하고 같은 신체 부위로 연속해서 공을 터치할 수 없다.
한국은 이번 대회 테크볼에 남자 단식 이준석을 비롯해 남자 복식 이준석·이태빈, 혼합 복식 김은준·장은서가 출전했다. 이 가운데 남자 단식 이준석만 조별리그를 통과했고, 홀로 살아남아 결승까지 오르면서 한국 테크볼의 아시안게임 첫 메달을 만들어냈다.
메달까지 오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이준석은 원래 축구 선수였다. 21살까지 K4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이후 축구화를 벗었다. 그렇다고 공을 완전히 놓지는 않았다. 아버지와 취미로 족구를 즐기던 중 아는 감독을 통해 테크볼을 접했고, 22살부터 새로운 종목에 뛰어들었다.
축구와 족구를 경험한 이준석에게 테크볼은 낯설면서도 익숙했다. 어린 시절부터 해 온 운동과 연관성이 컸고 당시 유럽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던 종목이라는 점에도 매력을 느꼈다.
하지만 새로운 꿈을 키우기 시작한 직후 예상하지 못한 벽을 만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각종 대회가 잇따라 취소됐다. 선수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진 이준석은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했고, 약 5년 동안 테크볼과 멀어져 지냈다.
그 사이 안정적인 직장도 얻을 기회가 생겼다. 그대로라면 테크볼은 한때 품었던 꿈으로 남을 수도 있었다. 그의 마음을 다시 움직인 것이 아시안게임이었다. 테크볼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다시 한번 도전할 이유가 생겼다. 이준석은 대기업 정규직으로 일할 기회까지 포기하고 테크볼에 다시 승부를 걸었다.
훈련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국내에 실업팀이 없어 생계와 운동을 병행해야 했고, 테크볼협회가 대한체육회 미가맹단체인 탓에 진천선수촌에서 다른 국가대표 선수들과 같은 지원을 받으며 훈련하기도 어려웠다.
이준석은 부족한 환경을 탓하는 대신 직접 길을 찾았다. 자신의 돈을 들여 테크볼 종주국 헝가리로 전지훈련을 떠나는 등 아시안게임 하나만 바라보고 준비했다.
국제무대에서 가능성도 확인했다. 최근 중국 더저우에서 열린 대회에서는 예선에서 세계 랭킹 1위 팀과 맞붙었다. 그동안 영상으로만 지켜보던 세계적인 선수들과 직접 겨루면서 자신들이 준비한 전략이 국제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쉽지 않은 선택을 이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가족이었다. 이준석은 선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사람으로 가족을 꼽았다. 안정적인 길 대신 다시 불확실한 도전을 선택했을 때도 자신을 믿고 응원해 준 가족 덕분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태극마크까지 달았지만 대회를 앞두고 세운 목표는 소박했다. '입상'이었다. 이준석은 대회 전 “목표는 입상이다. 테크볼이 이번 아시아경기대회 정식 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만큼 준비 기간은 짧았지만, 그동안 노력한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드리며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싶다”며 “많은 분들이 테크볼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또 “테크볼은 아직 많은 분께 생소한 종목이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더 많은 분들이 테크볼을 알게 되길 바란다. 좋은 경기력과 메달로 기대에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회 전 목표로 내걸었던 입상은 이미 현실이 됐다. 이제 이준석은 메달 색깔을 바꾸기 위한 마지막 경기에 나선다. 이준석은 20일 알리 자릴 메즈헤르 알레야위와 남자 단식 결승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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