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분 고전→오랜만에 한 세트 헌납' 안세영이 고개 숙인 사연 "그런 제스처 하면 안 됐는데...반성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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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치노미야(일본), 신인섭 기자] 안세영이 게임이 풀리지 않자 답답한 표정을 지은 것에 대해 스스로 반성했다.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배드민턴 대표팀은 23일 오전 9시 30분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 시립체육관에서 진행 중인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단체전 준결승에서 개최국 일본과 치열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배드민턴 여자 단체전은 단식 3경기와 복식 2경기로 구성되며, 먼저 세 경기를 가져오는 팀이 승리한다. 각 경기는 21점제 3전 2선승제로 진행된다.
안세영은 1단식에서 야마구치 아카네를 게임 스코어 2-1(21-9, 18-21, 21-11)로 제압했다. 한국은 가장 먼저 코트에 나선 안세영의 승리로 매치 스코어 1-0 리드를 잡았다.
한국의 ‘확신의 1승 카드’ 안세영은 첫 게임부터 야마구치를 거세게 압박했다. 안정적인 수비로 상대 공격을 받아낸 뒤 빈 공간을 파고드는 공격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쌓았다. 7-3에서 격차를 더 벌려 11-3으로 인터벌을 맞았고, 이후에도 야마구치에게 반격의 틈을 주지 않았다. 홈 관중의 응원까지 잠재운 안세영은 불과 19분 만에 21-9로 첫 게임을 가져갔다.
하지만 2게임부터 야마구치의 반격이 시작됐다. 초반 2-6으로 끌려간 안세영은 8-8까지 따라붙었지만 야마구치가 11-9로 먼저 인터벌에 도달했다. 후반에는 16-16부터 한 점씩 주고받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다. 18-18까지 팽팽했지만 마지막 승부처에서 안세영의 공격이 라인을 벗어난 반면 야마구치의 샷은 네트를 맞고 넘어가는 등 흐름이 상대 쪽으로 향했다. 결국 야마구치가 21-18로 2게임을 가져가면서 승부는 마지막 3게임으로 향했다.
마지막에는 다시 안세영의 시간이었다. 초반 야마구치에게 먼저 점수를 내줬지만 곧바로 흐름을 뒤집었고, 연속 6득점을 몰아치며 11-5로 달아났다. 인터벌 이후에도 공세를 이어가 17-6까지 격차를 벌리면서 승기를 잡았다. 야마구치가 막판 4점을 연달아 따내며 추격했지만 안세영은 더 이상 틈을 내주지 않았다. 21-11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은 안세영은 크게 포효하며 한국 선수단을 향해 기쁨을 표현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세영은 “정말 힘들었던 경기였던 것 같다. 그래도 팀을 위해 승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오늘은 야마구치 선수가 스피드를 많이 올려서 뛰었다. 거기에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빨리 제 플레이를 찾았어야 했는데, 2게임에서는 움직임이나 공을 따라가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도 파이널 게임에서는 끝까지 따라갈 수 있었고 제 플레이가 나와서 좋았다”고 돌아봤다.
2게임에서는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안세영의 표정에도 답답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그는 “이겨야 하는 점수에서 계속 이상한 실수, 쉬운 실수를 했다. 상대에게 너무 쉽게 주는 점수이기 때문에 ‘정신 좀 차리자’라는 의미로 표현했다”며 “그런 제스처를 하면 안 됐는데 표현이 나왔다. 좀 반성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게임을 내줬다고 해서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안세영은 “경기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며 “제가 2게임에서 이기든 파이널 게임에서 이기든 이기는 것은 이기는 것이다. 계속해서 어떻게든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도 야마구치와 다시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승리로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는 평가에는 경계심을 보였다. 안세영은 “야마구치 선수도 이번 경기를 통해 더 발전할 것이고, 저 역시 여기서 보완할 점을 찾아야 한다. 다음에 또 붙는다면 그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래서 반반인 것 같다”고 했다.
안세영에게 단체전은 개인전과 또 다른 의미가 있다. 전날 말레이시아와 8강에서도 자신의 경기가 끝난 뒤 벤치에 남아 동료들을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특히 김가은의 단식 때는 코트 뒤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김가은이 경기 후 “세영이는 제가 들어가면 거의 같이 뒤에서 뛰고 있다”고 표현할 정도였다.
안세영은 “가은 언니 옆에서 계속 보다 보니 언니에게 어떻게 말해주면 조금 더 안정을 찾을 수 있는지 조금은 알겠더라”며 “그 부분이 보여서 어쨌든 이겨야 하니까 언니여도 자신 있게 말을 해준다. 단식에서 좀 더 잘했으면 좋겠어서 말해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야마구치를 꺾은 뒤 평소보다 훨씬 큰 세리머니가 나온 이유도 단체전이었다. 안세영은 “맨날 개인전만 하다 보니 혼자 하는 경기가 대부분이다. 단체전은 1년에 몇 번 없고 특별하기 때문에 저에게 더 애정이 가는 대회인 것 같다”며 “그래서 더 우승하고 싶다. 저에게 단체전이 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에 꼭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다 함께 정말 힘을 합쳐서 이길 수 있는 경기다. 저 혼자 다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세계랭킹 1위 안세영도 단체전에서는 막내로 돌아간다. 선배들을 향해 거침없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때만큼은 예외다. 안세영은 “제가 아무래도 막내다 보니까 평소에는 그렇게 말을 못한다”면서도 “그냥 눈치 안 보고 언니들한테 ‘언니 할 수 있잖아. 해 보면 되지. 그냥 여기서 죽어 짚고 나와’라고 한다. 약간 직급을 내려놓는다는 생각으로 뒤에 일은 생각하지 않고 말할 때도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개최국 일본을 상대로 치른 한일전이라고 해서 안세영에게 승리의 의미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상대가 누구든 코트에 들어서는 목표만큼은 분명했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요. 그냥 꼭 이겨야 되는, 꼭 이겨야 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며 1인자의 마인드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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