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의 MLB 스포일러]스포츠 경영의 관점에서 본 경기 촉진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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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민규 칼럼니스트]현재 메이저리그를 이끌고 있는 롭 맨프레드 커미셔너가 가장 앞장서서 주도하고 있는 것은 바로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일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올 시즌에도 경기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경기 촉진룰과 관련된 새로운 규정들을 도입했다. 올 시즌부터 적용되는 새로운 규정들은 다음과 같다.
● 자동 고의사구 도입
→ 이제 더 이상 메이저리그에 고의사구는 존재하지 않는다. 올 시즌부터 고의사구는 수비팀 감독의 수신호로 대체된다.
● 인스턴트 리플레이 요청 여부 30초 이내에 결정
→ 올 시즌부터 사무국은 리플레이를 요청하는 것에 대해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 않도록 이 규정을 도입했다. 이제 리플레이 요청을 원하는 감독은 주심에게 30초 이내에 요청 여부를 알려야 한다.
● 리플레이 오퍼레이션 센터는 2분 이내에 판독 완료
→ 이제 감독이 주심에게 30초 이내에 요청 여부를 알리는 것과 같이 리플레이 오퍼레이션 센터의
담당자는 현장으로 2분 이내에 판독 결과를 알려야 한다.
이 대목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사무국의 경기 시간 단축에 대한 의지가 대단히 크다는 것이다. ‘베이스볼 레퍼런스’에 따르면 2014년 시즌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7분이었다. 이듬해인 2015년, 평균 경기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인 메이저리그는 2시간대 진입을 위해 지난해 정규 시즌 개막 전에도 마운드 방문 시간(30초)과 이닝 중간 광고 시간(20초)을 손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도했던 바와 달리 지난해 평균 경기
시간은 4분이 되려 늘어난 3시간 4분이었다. 이번에 새롭게 도입된 자동 고의사구 등과 같은 규정은 바로 그러한 이유때문에 도입된 것이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왜 이토록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것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메이저리그에 젊은 야구 팬들의 비율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리그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선 젊은 팬들의 유입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의 메이저리그는 젊은 팬의 비율이 다른 북미 스포츠 리그에 비해 굉장히 적은 상태다. 리그 전체의 수익은 증가하고 있으나 팬층의 연령대는 계속해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13년 1월, 소셜 미디어 분석업체인 ‘opendorse’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메이저리그의 2-17세 팬 비율은 7%, 18-34세 팬 비율은 17%로 북미 프로 스포츠 리그 가운데 PGA(4%/8%)와 NASCAR(5%/9%)에 이어 가장 낮았다. 더욱 충격적인 점은 그 비율이 월드컵과 유럽의 축구 스타들을 영입하며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MLS(14%/26%)보다도 낮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메이저리그의 55세 이상의 팬 비율은 50%로 PGA(63%)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메이저리그는 기존의 팬들이 계속해서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정작 젊은 야구 팬들의 유입은 적은 수준이다. 비록 시즌이 다르지만 최근 미국의 많은 젊은 스포츠 팬들은 메이저리그보다는 NBA를 더 선호하고 있다. 평균 경기 시간이 30분 가량 더 짧고 박진감 넘치기 때문이다. 더불어 MLS 또한 앞으로 북미 4대 프로 리그에 대항할 만한 큰 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젊은 팬들을 NBA와 MLS에게 빼앗기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프로 리그를 운영함에 있어서 젊은 팬들의 유입이 점점 적어진다면 그 리그의 장기적인 미래 가치는 점점 떨어지기 마련이다. 지금 당장 메이저리그의 인기는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나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장기적으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점도 바로 이 부분이다.
모든 경영은 효과와 효율을 추구한다. 경영에서의 효과성은 ‘목표를 달성했는가 그리고 적절하고 타당한 일을 행했는가’와 같이 결과에 방점을 두고 있으며 효율성은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의 결과를 도출해냈는가’와 같이 과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 스포츠 경영도 예외는 아니다. 스포츠 경영의 성공 여부는 스포츠와 관련된 개인이나 조직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을 얼마나 효과적, 효율적으로 활용했는가에 달려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목표는 젊은 팬 층의 비율을 늘리는 것이다. 2017 WBC의 흥행은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하나의 관문이었다. 경기 촉진룰은 젊은 팬 층의 비율을 늘리기 위한 또
하나의 관문인 셈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경기 촉진룰은 과연 효과성과 효율성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을까. 많은 자원을 들여야 좋은 흥행 성적을 낼 수 있는 WBC는 ‘고효과 저효율’의 예를 보여주었다. 이에 반해 비교적 적은 자원을 들여 불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경기 촉진룰 자체는 고효과와 고효율에 매우 부합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의 경기 촉진룰은 효과적이지 못했다. 그 이유는 경기 시간 단축이라는 목표를 이뤄내지 못했고 오히려 그 반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황에서 효율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올 시즌에 앞서 새롭게 적용되는 경기 촉진룰 가운데에서도 자동 고의사구는 효과성과 효율성이 매우 떨어진다. 특히 효과성의 측면에서 그러한데 그 이유는 들인 공에 비해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매우 작기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고의사구는 쉽게 볼 수 없는 장면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한 경기당 고의사구가 0.19개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 경기에 한 개도 나오지 않는 고의사구를 수신호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실제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것에는 많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가 가지고 있던 강점 가운데 한 가지는 전통적인 점과 현대적인 점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었다. 사무국 역시 전통적인 규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동 고의사구 도입은 전통적인 규칙을 깬 것이며 그 동안의 입장과는 거리가 있는 결정이었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동 고의사구에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메이저리그는 규정 도입을 강행했다. 끝내 사무국은 규정을 도입하면서 전통을 깨고 많은 이들의 반대 의견까지 무시하는 좋지 않은 선례까지 남기고 말았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사무국의 이러한 행보가 하나의 마케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마케팅이란 소비자의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활동을 뜻하는데 메이저리그가 경기 시간을 단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는 소식은 지루해진 야구 경기에 싫증을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팬들과 야구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팬들의 구미를 끌어당길 수 있는 소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무국이 규칙을 개정하고 이를 어떻게 홍보, 광고하고 활용하느냐는 것이 일종의 마케팅 툴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그는 앞으로도 더 많은 관중 유치와 수익 증가를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많은 말들이 오갔지만 어찌 됐든 사무국이 고안한 새로운 규정들은 올 시즌부터 적용될 것이다. 과연 새로운 규정이 추가된 경기 촉진룰은 그들이 의도한 대로 평균 경기 시간을 단축시키고 새로운 야구팬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까.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간에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 참조 : baseball-reference, opendorce 등
[사진]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 Gettyimages
[그래프] 북미 프로 스포츠 리그 연령 비율 ⓒ 박민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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