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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니폼니시가 남긴 것① - 축구에서도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작성일: 2017.06.12 06:1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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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
[스포티비뉴스=부천, 취재 유현태 기자, 영상 이강유 기자] 57승 38무 53패.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 당시 부천 유공 그리고 부천SK를 지도하며 남긴 성적이다. 우승은 1996시즌 아디다스 컵 우승이 유일하다. 그러나 니폼니시 감독이 한국 축구에 미친 영향은 작지 않았다. 이른바 '니포 축구'로 불리며 패스와 조직력을 강조한 공격 축구로 K리그에 변화를 몰고 왔다. 1998시즌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떠났던 니폼니시 감독이 부천FC1995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았다. 선생. 사전적으론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 또는 학예가 아주 뛰어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그러나 '선생'을 뜯어보면 먼저 선(先)과 날 생(生)의  조합이다.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먼저 태어난 사람 또는 먼저 앞서 간 사람을 뜻한다.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은 단순한 축구 감독을 넘어 축구와 인생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축구는 물론 인생에서도 앞서 살아가면서 얻은 지혜를 나누는 선생이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10일 40여 명의 팬과 '토크 콘서트'를 진행했다. 이후엔 경기장을 찾은 기자들과 40여 분 공식 인터뷰를 이어 갔다. 니폼니시 감독은 축구와 함께 삶을 이야기했다. 그의 축구 그리고 지도 방식의 중심엔 사람이 있었다.

한국 축구에선 승리와 결과가 강조되고 있다. 감독과 선수들처럼 직접 경기에 관계된 이들도 그렇고, 경기를 즐기는 팬들도 마찬가지다. 언론 역시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연 축구는, 그리고 프로 축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한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 철학’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인간적 성장 -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이 돼야 한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훌륭한 축구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뛰어난 신체 능력, 기술, 전술 이해도를 갖춘다면 축구를 잘할 수 있다. 대부분 축구 내적인 능력들을 떠올릴 것이다. 기자 역시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를 전술적으로 이해하고자 질문을 던졌다. 

“축구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니폼니시 감독에게서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니폼니시 감독은 자율성과 프로의식을 강조했다. 경기 내적인 것보다 축구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본질적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휴가를 나가 술을 마시고 놀다 돌아오면 컨디션 회복을 못하는 선수도 있다. 반대로 휴가 때 나가 여자 친구도 만나고 마음껏 놀아야 경기를 더 잘하는 선수도 있다”면서 “자신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축구 내적으로도 마찬가지였다. 니폼니시 감독은 “똑같은 훈련을 해도 더 많은 운동을 해야 하는 선수도 있다”면서 선수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단 피치 위에서 살아가는 축구 선수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비 축구 선수들도 자신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개인적으로 삶을 어떻게 영위하는지가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축구 선수만 갖는 특별한 성장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으로서 성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프로 의식도 강조했다. 그는 좋은 축구 선수를 두고 “극장이 아니라 영화를 좋아해야 한다”는 비유를 들어 설명을 시작했다. 일단 축구를 좋아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어 “축구 선수는 수천 명 앞에서, 때론 텔레비전을 통해 수천만 명 앞에서 경기를 하는 흥미로운 직업”이라면서 “축구 선수로 어딘가 있을 때 누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많은 관심을 받는 직업답게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그라운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다른 곳에서 도망가 풀면 곤란하다. (다른 사람에게) 관찰되는 대상이 되어선 안된다”면서 축구 선수로서 자각, 즉 직업의식을 강조했다.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 “경기에 졌다고 해도 선수들이 배운 것이 있다면 성공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축구 감독이 현실주의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90분이 지나고 나면 언제든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승리가 전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성장이었다. 축구 실력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인간적 성숙도 포함하는 것이었다. 니폼니시 감독은 “감독으로선 두 가지 성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승리다. 두 번째는 선수들의 성장이다. 만약 경기에 졌다고 해도 선수들이 배운 것이 있다면 두 번째 성공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향하는 축구엔 언제나 결과와 함께 '사람'이 나타났다.

유소년 지도 방침도 마찬가지다. 지도자의 임무 역시 선수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라고도 설명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지도자, 특히 유소년 지도자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아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승리’가 곧 ‘성장’ 또는 ‘성숙’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좋은 수준의 지도자가 유소년을 많이 지도해야 한다. 유소년 지도자가 생각해야 할 것은 개인적 축구 선수를 만든다고 생각해야 한다. 팀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를 줘서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추억을 나누는 것도 현재 팀, 선수가 성장하길 바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70대 중반이 되었지만 그의 눈은 찬란했던 과거가 아니라, 여전히 미래를 향해 있었다. 축구계에서 새로운 훌륭한 사람이 탄생하고 축구 선수로 성장하길 바랐다. 그는 인터뷰 도중 시를 읊었다. 전부 통역되진 않았지만, 러시아의 문호 알렉산드르 푸시킨의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의 구절이었다고 한다. 다음에 푸시킨의 시를 소개한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알렉산드르 푸시킨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쁜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움이 되나니

▲ 손녀 딸과 함께 한국을 찾은 니폼니시 감독은 행복해 보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축구는 행복을 느끼기 위한 것 - "축구는 스탠드에 앉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다."

축구가 사람들의 생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공놀이’일 수도 있다. 결국 축구를 즐기는 이들이 있기에 축구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하고, 보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면서 자신의 축구적 지향을 설명했다. 선수와 관중 모두 행복한 축구 그것이 니폼니시 축구의 핵심이었다.

그래서 니폼니시 감독은 축구를 “스탠드에 앉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니폼니시 감독은 “11명 좋은 축구 선수가 있어도 스탠드가 비면 의미가 없다. 거꾸로 팬들이 올 땐 재미가 있어야 돈을 지불할 것”이라며 프로 축구의 존재 의의를 말했다. 축구 선수란 축구로 사람을 행복하게, 즐겁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프로 축구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을 위해 축구를 하고 또 지켜보는가. 축구는 행복하기 위해 즐기는 것이다. 행복을 누리고자 승리를 바랐는데, 어느새 승리 자체가 목적이 되진 않았던가. 

우리 삶도 그렇지 않았나. 행복하게 살기 위해 돈을 벌려고 했는데, 어느새 돈만 벌다가 행복할 기회를 잃고 있는 사람들도 있지 않은가. 눈 앞의 목표를 좇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목적을 찾는 것이다. 니폼니시 감독의 '축구 철학'은 축구계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돌아보게 한다.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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