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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CRITIC] 국감에서 재구성된 히딩크 논란…협회, 공식 해명하라

작성일: 2017.10.14 11:25 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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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제호 히딩크재단 사무총장(왼쪽)이 13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를 마친 뒤 유성엽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있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 이후 한국 축구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인 ‘히딩크 논란’이 2017년 국정감사까지 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최근 불거진 대한축구협회 비리 문제와 국민 여론을 분분하게 만든 거스 히딩크 감독 논란에 대한 관련자들을 13일 호출했다.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베이스캠프 답사 등 해외 출장 일정으로 불참 의사를 전했고, 노제호 거스히딩크재단 사무총장만 정부세종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부회장이 불참해 ‘대면 공방’이 벌어지지는 않았다. 국정감사에서 거짓말을 할 경우 고발 당해 법적 책임을 물 수 있다. 그동안 진위 논란이 있었던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 팀 감독직 복귀 의사에 대해 노 사무총장 측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 시작: 한국 대표 팀 복귀 의사, 노 총장이 히딩크를 설득했다

노 사무총장의 이날 발언은 그동안 스포티비뉴스를 포함한 언론에 알려진 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국정감사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한국 대표 팀 감독을 맡아 위기의 한국 축구를 도와주는 것이 어떻겠냐고 자신이 먼저 제안했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혔다.

노 사무총장은 이종배 자유한국당 의원이 “히딩크 감독에게 한국 대표 팀 감독으로 와달라고 요청한 것이 맞냐”는 질문에 “내가 먼저 요청드린 것이 사실”이라며 러시아에서 열린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기간 히딩크 감독과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노 총장의 국감 발언에 따르면, 노 총장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5일 경질되고, 16일 히딩크 감독에게 한국 대표 팀을 도와주면 어떻겠냐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히딩크 감독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 노 총장은 이후 몇 번의 대화 끝에 18일 한국이 본선에 진출한 뒤 나를 원한다면 헌신(dedication)하겠다는 답을 줬다고 했다.

이 대화 과정에 ‘감독직’이라는 구체적인 단어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히딩크 감독의 본심에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노 총장은 대화 단계에서 한국 대표 팀을 도와준다는 말이 곧 한국 대표 팀 감독을 맡는 다는 것이고, 헌신이라는 말은 연봉 등 구체적 조건을 따지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것이라는 입장을 이전부터 견지해왔다. 

‘나를 원한다면’ 이라는 히딩크 감독의 표현으로 인해, 노 총장은 “한국 국민이 나를 원하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아 9월 초 언론에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 팀 복귀 의중을 알렸다. 국감에서도 “히딩크 감독의 의사가 분명했다”고 했다. 노 총장을 통해 히딩크 감독의 의중이 알려진 뒤 히딩크 감독 복귀를 원하는 여론이 생겼으나, 이미 신 감독이 월드컵 본선까지 계약 기간을 보장 받은 상황이었다. 협회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히딩크 감독이 원했던 조건(한국이 원한다면)이 성립되지 않았다.

▲ 2017년 제7차 기술위원회 ⓒ연합뉴스


◆ 쟁점: 노 총장과 협회의 소통, 김호곤은 ‘본선 진출 후 이야기하자’고 답했다

노 총장은 히딩크 감독이 한국이 제안할 경우 수락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19일 김호곤 부회장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노 총장은 스포티비뉴스에 ‘카톡 제안’을 한 이유로 자신도 러시아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메시지는 이미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최종예선 두 경기를 임시 감독으로 하고 본선은 히딩크 감독에 맡기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노 총장은 귀국 후 김 부회장과 직접 통화를 했다고 국감에서 증언했다. 이 역시 이전 보도에서 노 총장이 증언했던 부분이다. 노 총장은 국감에서 통화 기록도 있다고 했다. 만나서 이야기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노 총장의 발언은 위증 시 처벌 받는 국감에서 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신빙성이 없지 않다. 노 총장은 “김 부회장이 지금은 본선 진출이 당면 과제이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했다”고 했다.

김 부회장은 노 총장과 연락이 오가는 와중에 6월 26일 기술위원장으로 부임했다. 7월 4일 기술위를 개최해 신태용 감독으로 예선 두 경기 및 본선을 치를 것으로 확정했다. 신태용 감독 체제로 본선 진출을 확정한 다음 날, YTN이 히딩크 감독의 한국 대표 팀 감독직 복귀 의사를 갖고 있다고 보도 했다.

▲ 노 총장은 거짓말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 받는 국감에서 사건의 전말을 증언했다. ⓒ연합뉴스


◆ 논란: 노 총장 사심 없나? 김 부회장 왜 묵살 했나?

노 총장은 히딩크 감독에게 먼저 제안하고, 언론을 통해 해당 사실을 알린 것에 대해 국감에서 의심을 시선을 받았다. 노 총장이 과거 매치 에이전시 스카이콤 대표를 맡았고, 10월 7일 치른 러시아 평가전을 대행하며 대한축구협회로부터 15만 달러 수수료를 받았기 때문이다. 노 총장이 여전히 매치 에이전트로 활동 중이다. 

러시아 평가전 성사는 협회도, 노 총장도 히딩크 감독의 도움이 있어 가능했다고 했다. 노 총장은 김민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된다면 해당 사업(A매치 대행)을 따내기가 수월해지는 것이 아니냐. 히딩크 전 감독이 이번에 감독을 맡는 것이 본인에게 이익이 되는 부분이 무엇이냐”고 묻자 "제게 해당되는 것은 없다. 맹세코 재단 구성원들은 자원 봉사자다. 재단 자체에게도 이익이 없다. 실질적인 이득은 별로 없다"고 부인했다.

노 총장은 이날 국감에 참석한 이유로 "히딩크 감독님이 분명하게 (한국 대표 팀을 돕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고 저를 통해서 전달이 됐는데 어느 순간에 과정상에서 의도적으로 일축되고 은폐됐다. 이런 상황이 안타까웠고, 개인적인 사견으로 돌려지는 것에 대해 정확하게 해명하고자 나왔다"고 설명했다. 

노 총장과 협회, 히딩크 감독 간의 혼선은 불명확한 소통 과정이 야기했다. 노 총장은 “나중에 이야기 하자”는 김 부회장의 전화 통화를 대답으로 봤고, 김 부회장은 정식 제안으로 보기 어려워 무시했다는 입장이다. 

협회는 히딩크 감독 본인의 생각인지 알 수 없다고 했지만, 거스히딩크재단의 사무총장으로, 수년 간 히딩크 감독의 국내 업무를 맡아본 노 총장의 전언이라면 히딩크 감독과 1차 소통 장구로 보는 것이 맞다. 실제로 협회는 노 총장을 통해 히딩크 감독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 평가전을 잡았다.

노 총장이 제안했다고 해서 협회나 기술위가 무조건 수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 부회장은 제안을 받을 당시 기술위원장이 아니었으나,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사퇴해 공석이었고, 최초 연락 후 일주일 만에 기술위원장으로 부임했기에 매듭을 지을 책임은 있었다. 반드시 기술위 안건으로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노 총장 측에 거절 의사를 명확히 했다면 일이 커지지 않을 수 있었다. 

한국 축구가 위기 상태이고, 후임 감독 후보군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면 기술위의 논의 과정에 히딩크 감독 옵션도 안건으로 올려 정보를 공유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무리한 일은 아니었다. 협회와 김 부회장이 비판 받는 이유, 그리고 노 총장이 묵살이라는 단어로 협회와 진실 공방을 벌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 부회장이 국감에 나오지 않아 중간 과정에서 왜 그러한 결정을 내렸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 팀 복귀를 고려하게 된 것은 노 총장이 나서서 설득한 것이 시발점이다. 노 총장은 위기의 한국 축구를 위해 히딩크 감독 복귀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노 총장은 자신이 시작한 일이지만, 히딩크 감독의 의사를 확인해 진행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 부회장이 나중에 이야기 하자고 한 뒤 만나서 이야기 하자는 요청에도 묵살했고, 언론을 통해 사실 무근이라고 격한 반응을 보인 것에 반응했다. 

김 부회장이 히딩크 측 접촉이 전혀 없었다며,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거짓으로 드러나자 일이 커졌다. 대중이 신 감독 선임 과정을 불투명하게 바라보고, 불신하게 된 결정적인 원인이다. 노 총장과 김 부회장의 진실공방 속에 애꿎은 신 감독만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고통 받고 있다. 

▲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 ⓒ연합뉴스


◆ 협회의 미숙한 일 처리, 국감 불참으로 불신 여전…공식적으로 논란 정리 해야

김 부회장이 애초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히딩크 감독 대신 신 감독을 택한 합리적 이유를 소명했다면, 10월 평가전에 앞서 사태를 진화할 수 있었다. 신태용호가 받는 부담도 줄었을 것이다. 애초 7월 기술위 당시 더 넓은 선택지를 갖고 논의해 결정을 내렸다면, 결정에 대한 명분과 지지도 강화되었을 것이다. 작금의 사태는 노 총장과 히딩크 감독의 진심이나 진실을 떠나 협회의 안일하고 미숙한 대처에 가장 큰 잘못이 있다. 

김 부회장의 국감 불참에 대해 이종배 의원은 "꼭 이 시점에 김 부회장이 직접 출장을 가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 앞에 서기 위한 것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 30일 종합감사 증인 출석도 어렵다고 한다. 축구협회가 폐쇄적이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협회가 대중의 불신을 불식하기 위해선 국감에 출석해 공식적으로 소명하거나, 최종 책임자인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공식 회견을 통해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협회는 국감 출석 시 정부의 간섭을 제제하는 국제축구연맹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고 했으나, 현 사안은 협회 법인카드 사용 문제 등을 포함하고 있다. 2005년 9월 조중연 당시 협회 부회장이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협회 스폰서십 대행사 FC네트워크와 유착 의혹 및 회계부정에 대해 증언한 바 있다. FIFA는 아무런 제제도 하지 않았다. 협회 설립 후 72년 만의 첫 국감이었다. 이후 축구협회는 법인화 작업을 진행했다. 2012년에는 조중연 당시 협회장이 국감 출석 요청을 받았고 수락했으나 해외 출장에서 국감이 끝난 이후 돌아와 최종 불참한 바 있다. 

히딩크과 직접 소통도 한 달이라는 시간을 끈 뒤 진행한 협회는 하루 빨리 모든 의혹과 논란을 끝내야 한다. 대표 팀이 흔들리게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협회의 안일한 현실 인식에 있다. 특히, 협회와 대표팀이 지난 한 달이 넘도록 외풍에 흔들리게 된 사태에 결정적 역할을 한 김 부회장은 자신의 실책에 대해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들의 결단이 늦으면 늦을수록,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 팀은 국민의 온전한 지지를 받지 못하고 격량을 겪을 수 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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