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전위에 서면 블로커들이 긴장한다. 어느 위치에서 볼을 때릴지를 가늠하기 어렵다. 중앙에서 속공을 구사하고 라이트 위치에서 오픈 공격을 시도한다. 후위로 물러가면 가공할만한 백어텍을 시도한다. 날카로운 서브는 한층 위력적이고 블로킹 능력도 뛰어나다.

한 마디로 어느 위치에 있어도 득점을 올린다는 뜻이다. OK저축은행의 외국인 선수 시몬은 올 시즌 V리그를 접수했다. 쿠바 출신인 그는 세계적인 미들블로커로 명성을 떨쳤다. 탄력 넘치는 점프력에서 나오는 속공이 전매특허인 시몬은 라이트 공격수로도 활약한다.

현재(17일 기준) 시몬은 득점 2위(263점) 공격종합 6위(53.22%) 속공 1위(68.97) 퀵오픈 5위(61.90%) 후위공격 4위(54.04%) 블로킹 6위(세트당 0.613)에 올라있다. 특히 서브 부분에서는 세트당 0.935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시몬의 전천후 활약에 힘입은 OK저축은행은 6승1패 승점 16을 기록하며 2위에 올라있다. 지난 시즌부터 리그에 참가한 OK저축은행은 시몬의 가세로 순식간에 우승후보로 급부상했다.

특정 공격수가 지정된 위치가 아닌 모든 영역에서 공격을 시도하면 한층 막기 어렵다. 미들블로커 출신인 그는 팀의 상황을 고려해 라이트 공격수로도 활약하고 있다. 팀의 주득점원 역할을 해야 하는 외국인 선수를 센터 포지션에만 고정시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은 상황에 따라 시몬이 '올라운드 플레이어' 역할을 해주길 원했다. 김 감독의 기대대로 시몬은 센터는 물론 날개 공격수 역할까지 충실히 해내며 소속 팀의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올해로 만 27세인 그는 OK저축은행이라는 젊은 팀에 녹아들었다. 지난 시즌 대학졸업 예정 선수들을 주축으로 꾸려진 OK저축은행은 분위기에 따라 기복이 심한 약점을 노출했다. 무엇보다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줄 선수가 부족한 점이 OK저축은행의 고민거리였다.

시몬의 가세로 인해 OK저축은행은 2가지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했다. 팀의 주포 역할은 물론 경기 중 코트 안에서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대단한 시몬이라 할지라도 세터와의 호흡에 문제가 있으면 위력은 반감된다. 주전 세터 이민규와 찰떡궁합이라 불릴 정도로 호흡을 맞추는 것이 시몬의 과제다. 또한 시즌 막판까지 체격을 유지하는 점도 관건이다. 시몬은 매 경기에서 30~40점 이상을 올리고 있다. 전위는 물론 후위에서도 공격을 시도하기 때문에 체력 소모량이 심할 수밖에 없다.

시몬의 분전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려면 다른 선수들의 지원사격이 필요하다. '스피드 배구'를 표방한 김세진 감독의 배구가 열매를 맺으려면 유기적인 세트플레이 및 다양한 공격 루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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