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식 '노 피어'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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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건일 기자] 지난 10일 1사 1, 3루에서 정근우의 타구가 2루수 안치홍에게 잡혔다. 그런데 이때 3루 주자 이용규가 달렸다. 결과는 아웃. 한화의 득점 기회가 무산된 순간이었다. 다음 타자가 한화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4번 타자 제러드 호잉이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땐 도박이었다. '본헤드플레이'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하지만 한용덕 한화 감독은 더그아웃에서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묵묵히 손바닥을 툭 쳤다.
하루 뒤 이 상황을 떠올린 한 감독은 "사실은 '아~4번인데'라고 혼자서 탄식했다"고 털어놓으며 "그러나 질책하지 않았다. 뛰었다가 아웃됐다고 질책하면 선수들은 다신 못 한다. 소극적이 된다. 비록 아웃됐지만 우리 팀에 필요한 플레이다. 득점 루트가 그만큼 다양해졌다. 팀이 강해진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리빌딩을 선언하고 선수단 몸값 줄이기에 집중한 한화는 올 시즌 꼴찌 후보로 꼽혔지만 13일 현재 8승 7패로 4위에 올라 있다. 10일부터 12일까진 지난해 우승 팀 KIA와 3연전을 싹쓸이했다. 6년, 그리고 2038일 만에 쾌거였다. 한 감독은 "선수들이 조금씩 이기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다"며 "예전에는 투수들이 마운드에서 두려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아니다. 타자들도 기회에서 과감하게 휘두르고 베이스러닝 모두 겁 없이 달려든다. 확실히 변했다"고 팀을 평가했다.

한 감독의 설명 대로 한화 선수들의 주루는 매우 과감하다. 시범경기에서 이용규는 몸을 날려 3루 도루를 했고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은 지난 7일 3루에서 홈을 훔쳤다. 한화의 도루 시도율은 9.3%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도루는 14개로 3위. 도루 성공률이 66.7%로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까지 수 년 동안 도루 개수가 하위권을 전전했던 '거북이 군단'이 맞나 싶을 정도로 눈에 띄는 변화다.
또 주자들은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가려고 노력했다. 1번 타자 이용규는 물론이고 이성열 등 중심 타자들, 나아가 포수 최재훈까지 슬라이딩을 아끼지 않는다. 올 시즌을 마치고 FA가 되는 송광민의 머릿 속에 '조심'은 없다. 그는 경기 때마다 슬라이딩을 한다. 한화는 주루사가 7회나 되지만 주자의 추가 진루 횟수는 65회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전형도 한화 주루 코치는 "선수들에게 주루할 때 두려움을 없애 주려 노력했다. 선수들에게 공격적으로 달리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조언을 하지 않았다. 거의 방목하는 수준이다. 다만 실수해도 괜찮다. 한 베이스를 더 가려다가 아웃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지만 그건 나중 문제다. 지금은 일단 공격적으로 해 볼 때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야 하는 타이밍, 내가 가지 말아야 하는 타이밍을 알 수 있다고 주지시켰을 뿐"이라며 "선수들이 많이 뛰어서 내 팔이 아프다. 재활해야 할 것 같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화의 공격성은 주루뿐만 아니라 타격과 수비에도 적용된다. 타격을 맡고 있는 장종훈 수석 코치는 "실수해도 괜찮다. 적극적으로 휘둘러라"고 타자들에게 공격적인 타격을 주문했다. 한화의 팀 타율은 0.289로 리그에서 4번째로 높다. 득점권 타율은기록이 0.312로 2위다. 김태균이 부상으로 빠져 있고 최진행이 부진하지만 집중력 있는 공격으로 리그에서 5번째로 많은 89득점을 기록했다.
타자들을 향한 한 감독의 믿음은 번트 기록에 고스란히 묻어나온다. 한 감독은 번트 대신 강공을 선언했다. 여간해선 번트 사인을 내지 않는다. 15경기에서 희생번트가 단 한 개다. 리그에서 가장 적다. 타자들이 알아서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할 것이라는 믿음이 굳건하다.
한화 투수들도 으르렁댄다. 투수 출신인 한 감독은 시즌 초반 이태양을 2군으로 내려보내면서 "도망가는 투구를 하면 쓰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사실상 투수들 모두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러자 지난해까지 피해 다니기 급급했던 투수들은 전부 싸움닭이 됐다. 1999년생 신인 박주홍을 비롯해 박상원, 서균 등 지난해 전력 외였던 선수들이 공격적인 투구로 필승조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시즌 초반 1군에 정착한 송은범과 안영명이 밝힌 반등 비결 또한 공격적인 투구, 피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다.
양성우는 "베테랑 선배님들이 기본부터 하자고 강조했다. 거기에 맞춰 따라가다 보니 베이스러닝부터 적극적으로 하게 됐다. 또 실패해도 선수들이 경험으로 삼고 그 다음 실수를 안 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래서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달리고 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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