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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르포] 화려하지 않지만…K리그2에도 진짜 축구가 있다

작성일: 2018.05.10 07:30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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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의 홈 경기는 승리 세리머니를 마칠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부천FC1995
[스포티비뉴스=부천, 유현태 기자] 선수들과 내가 호흡할 수 있는 그곳에 진짜 축구가 있다. 그렇다면 무대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분명 세계 최고는 아니지만, K리그2(챌린지) 경기를 볼 만한 이유다. 

지난 6일 해가 뉘엿뉘엿 지는 오후 6시 부천종합운동장에선 큰 함성이 나왔다. KEB하나은행 K리그2(챌린지) 10라운드 부천FC1995와 광주FC의 맞대결이 벌어졌다. 결과는 1-0이지만 양팀은 시원한 난타전을 벌였다. 스타플레이어가 없어도 경기는 뜨겁고, 만원 관중은 아니지만 마음으로 경기를 즐기는 팬들이 있었다. 우리가 말하는 축구는 텔레비전이 아니라 경기장에 있는 것이 아닐까.

요즘 K리그는 '우울하다'고 한다. 팬들의 관심이 줄어들고 있어서. 스타플레이어가 즐비한 유럽 축구를 향한 관심은 높아만지는데, K리그는 사실 딱히 내세울 만한 게 없다. 유럽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중국 슈퍼리그는 돈을 쏟아부어 오스카, 알렉산드레 파투, 헐크 같은 유명 선수들을 모셔오고, J리그는 경기장이 가득 차서 관람 분위기가 좋다는 말은 심심치 않게 듣는다. 옆집에 누구는 뭐도 잘한다더라며 비교받으며 속상해하던 우리네 모습이 현재 K리그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하지만 K리그에도 축구를 즐기는 사람들은 있다. 분명 다른 즐거움과 감동이 있다. 1등이 아니면 어떤가. 우리의 것이라 즐거운 것도 있는 법 아닌가.

▲ 결승 골의 주인공 진창수 ⓒ부천FC1995
▲ 결승 골의 주인공 진창수 ⓒ부천FC1995

◆ 공격하는 축구…성적만큼 중요한 경기내용

부천-광주전이 재밌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감독 때문이 아닐까. 정갑석 감독도, 박진섭 갑독도 공격 축구를 구사했다. 감독이 자리를 보전하려면 승점이 필요하다. 수비를 내리고 안정지향적으로 가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나, 팬들은 보기에 즐겁지 않을 수 있다. 내용도 결과도 잡아야 하는 것이 프로 팀 감독의 딜레마가 아닐까. 부천이 2위로 좋은 기세를 타고 있고, 광주는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4위 부산아이파크에 승점 2점 뒤진 6위니 괜찮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안에서 뛰는 선수들이 내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공격수 진창수 선수부터 그랬습니다. 그래서 좋은 상황을 만든 것 같습니다. 감독은 조바심이 나겠지만 팬들이 재미있는 경기를 봤다고 해주신다면 만족합니다." - 정갑석 감독

"이대로 갈 겁니다. 이기는 것, 좋은 경기를 하는 것, 어려운 선택입니다. 좋은 경기를 하면서 이기는 경기를 하려고 합니다. 더 완벽한 경기를 하려고 노력할 거고, 선수들도 그럴 것이라고 믿습니다." - 박진섭 감독

공격 축구에 팬들이 함께 열광했다. 두 팀 모두 물러서길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 전반은 '원정 팀' 광주가 주도했다. 최전방부터 압박을 적극적으로 시도했고 왼쪽 측면 정영총과 최전방 나상호가 활발하게 움직였다. 미드필더 미노리는 영리하게 부천 수비들의 압박을 피하면서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문제는 결정력이었다.

후반전엔 '홈팀' 부천이 반격했다. 전반 초반 광주의 압박에 고전했지만, 후반전엔 "조금 더 편한 선택을 하자"고 지시했다는 것이 정 감독의 설명. 실제로 부천은 후방이 안정을 찾았다. 점유율도 점점 높아졌고 측면 수비수들은 자연스럽게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부천다운 경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후반 16분 진창수의 환상적인 골은 역습에서 나왔다. 문기한이 공을 끊어낸 뒤 공간을 노려 발등으로 멋진 패스를 밀어넣었다. 진창수는 중앙으로 쳐둔 뒤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골망을 흔들었다.

▲ 멋진 경기가 된 것은 부천과 광주가 힘차게 맞붙었기 때문에. 패스하는 문기한(왼쪽)과 막으려는 김동현. ⓒ한국프로축구연맹

득점 뒤 경기에 불이 붙었다. 광주가 후반 21분 코너킥에서 안영규의 날카로운 헤딩 슛은 최철원 골키퍼가 겨우 걷어냈다. 후반 24분 두현석의 슛도 날카로웠다. 후반 26분엔 임민혁, 나상호의 연속 슛이 골문을 위협했다. 경기 막판까지 공격해 2번이나 결정적 기회를 만들었으나 후반 43분 지우의 슛도, 후반 추가 시간엔 두현석의 강력한 슛도 최철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부천도 물러서지 않고 공격했다. 후반 34분 포프가 오른쪽 측면을 직접 돌파한 뒤 올린 크로스를 공민현이 골대 안으로 돌려놨다. 하지만 부천 선수의 몸에 맞고 골대 밖으로 나갔다. 후반 37분 공민현이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시도했다. 포프의 슛은 골대를 때렸고, 이어진 진창수의 슛은 골대 밖으로 흘렀다. 후반 40분 김준엽의 크로스를 포프가 헤딩으로 연결했지만 골포스트를 때렸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 가운데 몇몇은 경기장에 '대(大)'자로 누워버렸다. 힘을 다 쏟고 지쳤기 때문. 선수들도 최선을 다해 경기했다. 결승 골을 기록한 진창수는 "관중이 적은 것도 사실인데 선수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고 공격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금이라도 재밌고 감동이 되는 축구를 하고 싶다. 그런 점을 의식하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선수들도 팬들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 '승리의 랄랄라'를 부르는 부천 선수단.

◆ 최선을 다한 선수들, 함께 호흡하는 관중

들끓는 경기에 관중석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공식 관중 기록은 1277명. 유료 관중을 제외하고도 경기장을 채운 이들이 있지만, 부천 관계자에 따르면 1500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부천의 경기장에서 체감하는 열기는 조금 더 강했다. 평소 열렬하다 못해 과격하다고도 표현되는 부천 서포터즈 '헤르메스'는 물론이고, 일반 팬들까지 선수들의 움직임에 환호와 탄식을 함께 쏟았다. 이날 축구장을 두 번째로 찾았다는 박경남 씨는 "처음 왔을 땐 조금 지루했던 것이 사실이다. 축구가 이런 재미가 있는 것이구나 싶다"면서 "경기장 분위기 때문에 축구볼 맛이 난다"고 말했다.

부천은 이번 시즌부터 원래도 있었던 응원 문화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번 시즌부터는 가변석도 사라진 통에 다함께 경기 뒤 승리 세리머니를 하기로 약속했다. 장내 아나운서는 북측 좌석으로 팬들을 모았고, 팬들 역시 투혼을 쏟은 선수들을 격려하기 위해 모였다. 가변석이 사라진 탓에 아쉬운 점도 있지만, '승리의 랄랄라' 세리머니를 더 많은 팬들이 할 수 있어 좋다는 구단 관계자의 평가도 있다. 경기를 마치고 팬과 선수가 하나되는 시간은 경기를 즐기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번 시즌 두 번째 홈 경기였던 광주전에서도 '승리의 랄랄라'는 선수단과 팬이 함께했다.

'K리그가 재미없다'는 비판을 틀렸다고 말할 수 없다. 경기 수준이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또한 누구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평생에 몇 번이나 갈 수 있을지 모르는 올드트래퍼드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보다, 매일같이 갈 수 있는 K리그2(챌린지) 팀의 경기를 즐기는 팬들이 분명 있다. 억지로 의무감에 경기를 즐기는 것은 아니다. 충분히 즐겁고 환호하게 할 요소가 있다. 우리 곁에도 3골 먹으면 4골 넣으려는 축구가, 하나로 뭉치는 경기장 분위기가, 경기를 마친 뒤 탈진해 쓰러지는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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