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 시선] 단 1골에 가슴 졸이는 90분, K리그판 드라마를 봤다
작성일: 2018.08.06 14:42
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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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전북 현대와 '3위' 경남FC는 5일 '전주성'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21라운드에서 격돌했다. 결과는 경남의 1-0 승리. 경남은 전북을 잡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홈 경기에 나서는 전북의 객관적 우세를 예상했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왔다. 어쩌면 경남이 승리해서 축구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던 명경기였다.
◆ 경기 콘셉트가 뚜렷했다…'닥공' 전북vs'선 수비 후 역습' 경남
두 팀 모두 확실한 경기 전략을 갖고 나섰다. 전북은 홈에서 물러나는 법이 없다. 최강희 감독은 "홈에선 공격적인 경기를 해야 하고 승리해야 한다"는 말을 버릇처럼 반복한다. 원래도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전북은 홈에서 패하더라도 끝까지 공격한다.
반면 경남은 실리적인 경기를 했다. 도민 구단으로 K리그2에서 승격한 첫 시즌. 한정된 예산에 전북만큼 화려한 스쿼드를 꾸릴 순 없다. 지난 4월 11일 전북과 시즌 첫 경기에선 이미 맘껏 부딪혔다. 결과는 0-4 경남의 대패. 패할 걸 알면서도 그대로 나설 순 없다. 김종부 감독은 경기 전 "여름 이전과 달리 수비적으로 공간을 줄이는 것을 훈련했다. 좌우 간격 조정이나, 라인을 올리는 걸 연습했다"면서 수비에 조금 더 신경쓰고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북도 색이 뚜렷했지만, 경남도 못지 않게 확실한 전술을 보여줬다. 어떤 팀도 어영부영 무승부에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 '90분 내내 공격' 전북, 후반 김신욱-이동국-아드리아노-로페즈 동반 출격
전북은 90분 내내 공격했다. 점유율을 높이면서 공세를 폈다. 경남 수비진은 견고했다. '미드필더' 이재성이 독일로 떠나면서 좁은 공간에서 한 박자 빠른 템포로 공격을 살릴 선수가 없었다. 이승기 역시 부상으로 결장한 상황.
득점이 터지지 않자 후반 11분 전북은 임선영, 한교원을 빼고 아드리아노와 이동국을 투입했다. 기존에 피치에 있던 김신욱을 포함해 스트라이커 3명을 기용하는 '파격'을 보여줬다. 어떻게든 득점하겠다는 의지였다. 여기에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크로스를 시도해 페널티박스 안에서 싸우는 것을 택했다. 단순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밀집 수비를 깨뜨리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기도 했다.
전북은 무려 27개 슛을 기록했고, 12개를 골문 안쪽으로 보냈다. 다만 최강희 감독의 지적대로 "세밀성이 떨어져" 득점에 실패했을 뿐이다. 최 감독 역시 "패배가 좋진 않지만 방심해서 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이고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끝까지 공격한 전북을 욕하는 팬들은 없었다.
◆ "배고픈 선수들이 많아요" 무너지지 않는 경남 수비
전북을 막아선 경남의 수비도 대단했다. 90분 동안 두 줄 수비를 깨뜨리지 않았다. 전북이 문전에서 짧은 패스를 반복했지만 경남 수비진는 흔들리지 않았다. 후반 막판 거세진 전북의 공세에도 집중력은 살아있었다. 바짝 따라붙는 수비 때문이었을까, 전북의 슛은 번번이 골문 구석 대신 이범수 골키퍼 근처로 갔다. 이범수는 또한 안정적으로 슛을 모조리 걷어냈다.
경남도 수비에 무게를 뒀지만 승리를 노린 것은 마찬가지다. 후반 11분 조영철과 김효기를 빼고 파울링요와 쿠니모토를 투입하면서 공세를 강화했다. 그리고 단 한 번의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살렸다. 경기 내내 홍정호의 영리한 수비에 고전하던 말컹이 후반 37분 공을 따내면서 소유권을 지킨 것이 시작이 됐다. 말컹이 공을 지켜낸 뒤 네게바에게 내줬고, 네게바는 수비 뒤로 돌아움직이는 쿠니모토를 포착하고 스루패스를 넣었다. 쿠니모토는 간결한 마무리로 황병근 골키퍼를 뚫었다.
경남의 득점 뒤에도 전북이 끝까지 추격을 노리면서 아찔한 장면은 계속됐다. 딱 1골이 나왔을 뿐이지만, 90분 내내 긴장감은 팽팽하게 이어졌다. 경남은 결사항전 끝에 승리를 안을 수 있어다.
준비된 경기 운영이었다. 환상적인 선방을 펼친 이범수는 "전북이 아주 강한 팀이다. 어떻게 준비해야 되나 고민 많이 했다. 생각한 흐름대로 갔다. 잘 버티면 후반전에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경남엔 배고픈 선수가 많다. 절실한 게 경기력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밝혔다. 객관적 기량의 차이를 뛰어넘는 것은 정신력에서 나오는 활동량과 집중력이다.
경남의 승리로 새삼 축구계의 금언이 떠올랐다. '축구공은 둥글다.' 객관적 전력 평가는 있지만,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그래서 90분 동안 눈을 뗄 수 없고 또 축구 경기를 찾아보는 것이 아닌가.

◆ "이범수!" 연호한 전주성, 감동적인 경기엔 팬들도 환호한다
경기장 밖에서 함께한 팬들도 감동적인 이야기를 함께 썼다. 종료 휘슬이 울리고 선수들이 각 팀 팬들 앞에서 감사 인사를 했다. 경남 쪽이 아닌 전북 서포터 석에서 "이범수! 이범수!" 환호가 울렸다.
이범수는 2010년도 전북에서 프로 무대를 밟았고 5시즌을 전북에서 보냈다. 출장은 단 3경기 뿐. 이후 서울 이랜드와 대전 시티즌을 거쳐 지난 시즌 경남에서 21경기에 나서 18실점을 기록하면서 K리그2 베스트11에 이름을 올리면서 조금씩 자신을 알렸다. 결국 친정에 돌아와 '일을 냈다.' 이범수는 12개 유효 슈팅을 모두 걷어냈다. 환상적인 정혁의 오버헤드 킥부터, 이동국의 발리 슛, 아드리아노와 1대1 상황까지 모두 처리했다. 전북 팬들의 이범수 연호는 '친정 팀'을 상대로 엄청난 선방을 한 경의의 표현이었다.
이범수도 "어렸을 땐 경기도 못 뛰고 나약하고 잘하지도 못했다. 경기에 나서서 잘하니까 전북 팬들이 이름을 불러주니 가슴이 벅차더라. 전북에 있을 때 이러고 싶었다. (팬들이 이름을 불러주니) 살짝 울컥하더라"며 감사 인사를 보냈다.
득점은 하나 뿐이지만 두 팀의 공방전은 수준 높았다. 경기장에 있었던 팬들 중 경기가 지루했다고 말할 이는 아무도 없었을 터. 관중석의 홈 팬들은 끝까지 공격하는 전북에 환호했고, 어떻게든 막아내는 이범수 골키퍼 이하 경남 수비진에 감탄했다. '승패'라는 결과만큼 중요한 '최선'의 가치를 발견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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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태 기자 yht@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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