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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 데이터 파워스타]안우진 슬라이더, 끝을 알 수 없어 더 무섭다

작성일: 2018.11.02 10:00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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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우진. 고척돔=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넥센 안우진이 준플레이오프에 이어 플레이오프까지 '안우진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한화와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거두며 팀을 플레이오프에 올려놓은 안우진이다. SK와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스리런 홈런을 맞으며 주춤했지만 3차전 1이닝 무실점에 이어 4차전에서는 4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안우진이 없었다면 넥센은 SK와 시리즈를 최종전까지 끌고 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안우진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 피치형 투수다. 커브를 간간히 활용하기는 하지만 유의미한 숫자는 아니다.

그럼에도 상대 타자들은 번번히 안우진에게 당하고 있다. '투 피치' 그 이상을 안우진이 보여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고척돔에서 열린 SK와 넥센의 플레이오프 4차전을 그런 관점에서 안우진에게 큰 의미가 된 경기였다.

단순히 벼랑 끝에서 1승을 거뒀기 때문이 아니다. 자신의 슬라이더를 어떻게 쓰면 더 효율적인지를 깨닫게 된 한 판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안우진은 이날 경기에서 2-0으로 앞선 5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4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아내며 1피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중요한 건 이날 안우진이 보여 준 슬라이더는 이전과는 다른 것이었다는 점이다.

안우진의 슬라이더가 위력적이었던 이유는 빠른 구속(최고 146km)의 슬라이더가 종으로 떨어진다는 점이었다. 포크볼이 떨어지는 것 같은 궤적을 그려 타자들이 번번이 속을 수 밖에 없었다.

최고 154km의 빠른 공에 대처하고 있던 타자들은 안우진이 던진 140km대 종으로 떨어지는 슬라이더에 잇달아 스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패스트볼처럼 오다 아래로 떨어지는 궤적에 당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SK와 플레이오프 4차전은 그와는 달랐다는 점이 중요하다. 안우진의 슬라이더는 이전처럼 각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넥센이 치른 9경기 중 5경기에 등판한 안우진이다. 최장 5이닝까지 책임져야 하는 경기가 계속됐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불펜 투수 중 가장 컨디션이 좋은 안우진을 부실한 선발진을 메우는 무기로 활용했다.

자연스럽게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스스로는 "힘들지 않다"고 해도 공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이날 안우진의 슬라이더가 그랬다. 한참 좋았을 때처럼 종으로 크게 떨어지는 궤적을 그리지 못했다. 안우진 스스로도 "공이 잘 안 떨어져서 당황했다"고 했다. 힘이 떨어진 안우진이 슬라이더는 스플리터 궤적이 아닌 컷 패스트볼 궤적을 그렸다.

하지만 안우진은 빠르게 해법을 찾았다. 승부구로서 슬라이더를 활용하긴 어렵지만 유용한 구종으로서는 계속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경기 중 스스로 알아차렸다.

안우진은 등판 후 첫 이닝인 5회에 14개의 슬라이더를 던졌다. 하지만 이후 이닝에선 각각 5개와 3개, 2개로 구사 비율을 낮췄다. 슬라이더가 마음먹은 대로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삼진을 잡는 구종으로 활용하지 않고 맞춰 잡는 구종으로 슬라이더를 썼다. 떨어지는 각도는 줄어들었지만 스피드는 여전히 살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안우진은 "원래는 슬라이더가 종으로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해야 했는데 아무래도 체력이 떨어졌는지 마음먹은 대로 꺾이지 않았다. 헛스윙을 유도하긴 어려워졌다는 걸 깨달았다. 승부구 대신 맞춰 잡는 구종으로는 활용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했다. 포크볼처럼 떨어지던 슬라이더가 커터처럼 볼 끝만 변화했다. 때문에 타자를 못 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치게 해서 범타로 돌려세울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 이후 슬라이더를 맞춰 잡는 구종으로 활용하며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경기 전까지 안우진의 슬라이더는 상대 타자의 헛스윙을 유도하며 삼진을 잡아내는 데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체력이 떨어지며 슬라이더가 마음먹은 대로 꺾이지 않았다. 대신 덜 꺾이는 슬라이더로 타자를 잡아내는 방법을 깨닫게 됐다. 플레이오프 4차전이 안우진의 또 한번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볼 수 있는 이유다.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슬라이더는 힘이 떨어지면 던질 수 없다. 대신 커터처럼 꺾이는 슬라이더로 범타를 잡아낼 수 있다. 안우진이 SK와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깨달은 새로운 길이다. 그가 이 경기 후에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얻게 된 이유다.

안우진은 이제 스무살에 불과한 신인이다. 제 기량을 선보인 것도 이번 포스트시즌이 처음이다. 등판을 거듭할수록 힘은 떨어지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힘을 뺴고도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안우진이 앞으로 더 무서워 질 수 있다는 사실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안우진은 마운드에 오를수록 힘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등판을 거듭할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타자를 상대하며 스스로 느끼는 것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가장 무서운 것은 어디까지 뻗어 나갈 수 있을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안우진의 슬라이더는 그의 능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매우 좋은 무기다. 다음 경기에서 안우진이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 끝을 알 수 없기에 그의 투구는 더욱 무서울 수 밖에 없다. 

-자료 제공 : 애슬릿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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