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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타임 CRITIC] '정몽규 낙선' KFA, 축구외교 숙제는?

작성일: 2019.04.09 15:00 한준 기자, 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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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규 회장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이성필 기자]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참패할 줄은…."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지난 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정기총회에서 고배를 마셨다. 국제축구연맹(FIFA) 평의회 위원, AFC 부회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큰 표차로 낙선했다. 정 회장은 AFC 집행위원 선거에도 출마했으나 앞의 두 선거 진 뒤 후보직에서 사퇴했다.

FIFA 평의회 위원으로는 두차오카이(중국), 프라풀 파텔(인도), 다시마 고조(일본), 마리아노 아라네타(필리핀), 사우드 아지즈 알모하나디(카타르), 마푸자 아크테르 키론(여성위원, 방글라데스) 등 6명이 선출됐다.

AFC 부회장은 지역별로 5명이 선출되는데, 동아시아 지역에 출마한 정 회장은 몽골 출신의 간타토르 암갈란바토르에 밀려 낙선했다.

선거 참패의 요인은 한 두가지로 꼽을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인 원인과 대책이다.

◆ 동북아 주도권 싸움, 중국-일본에 크게 밀린 한국

당선이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 첫 번째 이유는 역학 구도다. AFC는 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중심으로 하지만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서남아시아 등 크게 5개 지역으로 나뉜다. 

즉, 일부 지역이 평의회 위원직을 독식하기 어렵다. AFC 부회장직의 경우 아예 지역별로 한 명씩 뽑는다. 

한국이 아시아 지역에서 정치적으로 견제를 받은 첫 번째 이유는 최근 여자 월드컵과 남자 월드컵의 남북 공동 개최 추진이다. AFC 정기총회를 앞두고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이 남북이 2023년 여자 월드컵 공동 개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에 앞서 정 회장은 2034년 남자 월드컵을 남북중일 등 4개국이 공동개최하는 방안을 구상한다고 공표한 바 있다.

아시아 축구 무대에서 한국의 정치적 맞수는 일본과 중국이다. 일본은 2023년 여자 월드컵 유치 신청을 했다. 일본 여자 축구는 아시아 최강이자 세계적인 강국으로 꼽힌다.

아직 남자 월드컵 개최 경험이 없는 중국은 2034년 월드컵 단독 개최를 노린다. 2023년 아시안컵 개최를 두고도 한국과 경쟁 중이다.

축구계 관계자는 "남과 북이 월드컵 공동 개최를 추진하고 있는 뻔한 상황인데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 한국의 정몽규 회장과 여성 위원 후보로 한은경 북측 부회장이 나섰다면 견제를 받는 것은 자명하다"고 전했다.

▲ FIFA 평의회 위원 선출 결과 ⓒAFC

실제로 정 회장과 한 부회장 모두 낙선했다. 둘 모두 당선되는 상황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 회장이 2034년 월드컵을 남북은 물론 일본, 중국과 함께 열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을 때 중국 축구계는 크게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어떤 교감도 없었기 때문이며, 단독 개최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사전 논의가 없었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 후보가 함께 나선 상황이 아니라고 해도 FIFA 평의회 위원 선거에서 동북아 지역에서는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 내 축구 외교에서 앞서는 형국이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동남아시아 지역 축구계에 투자하며 교류했다. AFC에 일본 기업이 꾸준히 후원해왔다.

중국은 최근 FIFA와 AFC에 대대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더불어 AFC에 속한 협회 중 적지 않은 숫자의 화교 출신 협회장이 있다. 또 다른 축구계 관계자는 "화교 출신 회장들의 의사결정에 중국축구협회의 입김이 미친다. 화교 출신 회장이 아니라도 아시아 지역에 화교 기업인이 경제적 주도권을 가진 나라가 많다. 이 점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AFC 부회장 선거에 동아시아 대표로 암갈란바토르 몽골축구협회 회장이 당선된 것은 중국축구협회 측의 지원 덕분이라는 것이 축구계의 견해다. 정 회장 낙선을 위해 중국이 움직였다는 분석이다. 

일본과 중국이 AFC 내 주도권을 잡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은 AFC에 후원 기업도 없고, 상업성이 떨어지는 AFC 주관 대회를 개최하지도 않고 있다. AFC 기여도가 적은 상황에 지지를 모으기가 어려운 게 당연하다.

▲ 재선에 성공한 살만 AFC 회장 ⓒAFC

◆ 비공식 외교의 중요성, 서아시아 축구계와 관계

두차오카이 중국축구협회장은 FIFA 평의회 위원 당선을 확실히 하기 위해 AFC 부회장 후보직을 사퇴했다. 아시아 축구계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 회장이 정 회장에게 두 선거 중 하나만 나서면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정 회장이 선택과 집중에 실패해 두 선거 모두 낙선한 것이라고 했다. 한 선거에 집중해도 쉽지 않은 터에 또 한 번의 전략 미스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중국 측도 2017년 정 회장이 장지룽 중국축구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FIFA 평의회 위원과 AFC 부회장 중 하나만 출마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정 회장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축구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AFC 내 정치에 적극적이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했다. 총회 등 공식적인 모임에 참석해 교류했지만, 회의장 밖의 비공식 모임에는 거의 참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회장이 공식 회의 외 사적인 AFC 모임 대신 정공법만 추구해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아시아 축구계와 관계 설정에서는 재선에 성공한 바레인 출신 셰이크 살만 회장과 대척점에 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8일 한국 축구 정책 보고회에서 "지금까지 AFC는 중동세가 상당히 오랫동안 독점했다. 독점 체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해서 더 많이 기여하면 좋겠지만, 내가 반대의 목소리를 낸 것이 낙선의 원인이라고 본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협회 고위 관계자도 이번 낙선 원인을 묻자 "평소 소신껏 AFC와 아시아 축구의 틀린 것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을 추구해 기존 AFC 파워그룹과 마찰을 빚은 영향으로 추측한다"고 했다. 

정 회장은 서아시아에서 카타르, 바레인 등 그동안 AFC의 서아시아 축구계 주도권을 잡았던 이들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FIFA와도 가까운 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정 회장이 서아시아가 주도권을 잡은 AFC를 비판한 행보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초기에는 신선하고 개혁적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으나 살만 회장의 입지가 강해지면서 역풍이 불었다. 정치 공학적으로 실리를 취했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정몽규 KFA 회장 ⓒ연합뉴스

◆ 한국 축구 기반은 아시아, AFC 정치 신경 써야 

정 회장은 실제로 AFC보다 FIFA 정치를 더 신경쓴다는 이야기도 있다. 인판티노 FIFA 회장과는 관계가 좋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공동 개최를 월드컵 흐름으로 삼고 있는 인판티노 회장은 남북 공동 개최에 호의를 보여왔다.

하지만 AFC 안에서 입지가 불안정하면 FIFA에서도 힘을 낼 수 없다. 축구계 관계자는 "인판티노 회장도 결국 상업적인 영향력을 더 고려할 것"이라며 한국이 중국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낙선 사태로 한국 축구 외교는 큰 숙제를 안았다. 축구계 인사들은 이를 계기로 향후 아시아 축구 정치를 더 치밀하고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박항서 감독의 베트남 신드롬이 태국의 한국 출신 기술위원장 및 감독 고려 등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들을 대한축구협회에서 지원하고 밀어줘야 한다. 더 많은 아시아 국가에 한국 축구인들이 나가서 일할 수 있게 하고, 아시아 내에서 한국 축구의 기여도와 영향력을 높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도 끌어내야 한다."

◆ AFC 주류와 멀어진 정몽규 회장, 축구 외교력 회복할까

정 회장은 당분간 국내 축구 현안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8일 한국 축구 정책 보고회에서 국내 축구계 문제 해결을 위한 다양한 정책이 소개됐다. 시도협회 지원금을 늘리겠다는 방향성에 좋은 반응이 나오고 있다는 후문이다.

당분간 내치에 집중하겠다는 정 회장은 외교력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번에 패했지만, 국제대회나 FIFA 대회 유치, 성적을 어떻게 내느냐가 중요하다. 계속 꾸준하게 쌓은 역량을 보여줬다고 본다. 앞으로 유소년 육성 체계를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더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평의회 위원은 아니지만, 아시아 여러 국가 협회장과 관계를 구축했다. 외교력 복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 회장은 2023년 아시안컵과 여자월드컵 중 현실적으로 한 대회만 유치가 가능하다며 전략적인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AFC 내 주도권을 잡고 있는 살만 회장 측, 중국 측과 관계가 경색된 정 회장의 축구 외교력에 의문 부호가 따르고 있다. 한국 축구 외교는 4년의 공백을 맞게 됐다. 숙제를 풀기가 만만찮은데, 정 회장에게 주어진 시간도 많지 않다. 정 회장의 대한축구협회장 임기는 2020년 12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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