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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국의 야구여행] '서른살 꽃사슴' 오선진의 한 줄기 눈물, 한 줄기 바람

작성일: 2019.05.10 11:05 이재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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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이재국 기자] 때론 남자의 눈물이 뜨거울 때가 있다. 때론 사나이의 눈물이 심금을 울릴 때가 있다.

한화 오선진(30). 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SK 원정경기에서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2번 유격수로 선발출장해 홈런 2방을 포함해 5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2연패 사슬도 끊었다.

1-0으로 아슬아슬하게 앞선 8회초 솔로홈런을 때리고, 3-0으로 앞선 9회초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을 터뜨렸다. 전날까지 데뷔 후 통산 10홈런. 2012년의 3개가 개인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이었다. 그랬던 그가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날렸다. 원맨쇼였다.

▲ 한화 오선진이 9일 인천 SK전에서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치며 수훈선수에 선정돼 방송 인터뷰를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아내고 있다. 부모님과 여동생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드러내 팬들의 가슴까지 뜨거워지게 했다. ⓒSPOTV 중계 화면 캡처
경기 후 수훈 선수로 선정돼 모처럼 방송 인터뷰도 했다. 기뻤어야 할 이날, 그러나 오선진은 인터뷰 도중 눈물을 펑펑 쏟았다.

생애 첫 연타석 홈런 친 소감에 대해 "두 번째 (홈런을) 치고 '이런 일이 있구나' 했다"면서 "SK 불펜이 좋은 볼을 안 주고 변화구를 섞는 걸 봤는데, 직구 좋은 공을 놓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속으로) '직구' 하면서 돌린 게 주효한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 이날 경기를 중계한 SPOTV 이준혁 캐스터가 "가족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갑자기 눈에 눈물이 차 오르기 시작했다.

오선진은 "부모님이 많이 고생하시고 계신데…"라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입술을 깨문 채 왼손으로 입가를 문지르며 울먹거리더니 그는 말을 이어갔다.

"제가 장남인데 이제 여동생이 조금 있으면 결혼하거든요. 멋있는…" 그는 다시 목소리가 떨렸다.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준혁 캐스터가 "어제 어버이날이었는데, 부모님한테 카메라 보고 사랑한다고 얘기할 수 있게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오선진은 감정이 격해졌는지 "와~"라며 외마디 소리를 지르더니 "부모님 항상 사랑하고…, 아~.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우연히도 이 순간 야구장에는 '행복하자, 아프지말고'라는 자이언티의 '양화대교' 노래가 흘러나왔고, 이를 지켜보던 관중석의 팬들은 "울지마"를 연호했다.

오선진은 팬들에게 "항상 야구장 찾아주셔서 감사하고, 이 기회를 바탕으로 계속 이기는 경기, 멋있는 경기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날 경기 해설을 맡은 SPOTV 김재현 해설위원은 "선진아, 멋있다"라며 용기를 북돋워줬다. 한때 한화에서 타격코치로 한솥밥을 먹었던 인연이 있었기에 그가 얼마나 성실하게 노력해왔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전으로 발돋움하지 못한 채 오랜 인고의 시간을 보낸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으리라. 오선진은 김재현 위원의 말에 "아닙니다. 감사합니다"라며 인터뷰가 끝나는 순간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 오선진 ⓒ한화 이글스
1989년생. '꽃사슴'이라 불리며 누나팬들의 사랑을 받던 그도 어느새 나이 서른 줄에 접어들었다. 이젠 누군가는 ‘만년 유망주’라고 하고, 누군가는 ‘노(老)망주’라고 한다. 2008년 성남고를 졸업한 뒤 2차 4라운드에 한화에 지명을 받고 입단한 그도 어느덧 프로 12년차가 됐다.

군복무(상무)를 마치고 왔지만, 후배들에게 주전 자리를 넘기고 백업요원과 1~2군을 오가는 시간들. '프로야구 스타가 되고 싶다'며 청운의 꿈을 안고 야구를 시작한 그도 점점 현실의 벽에 마주서야했다.

내야 전 포지션을 볼 수 있는 유틸리티맨으로 변신한 그는 올 시즌 주전 유격수 하주석의 부상 속에 유격수로 출장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9일까지 한화가 치른 37경기 중 36경기에 출장해 타율 0.299(107타수 32안타), 2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올해 연봉 7500만원. 누군가는 FA가 되고, 수억 원대 연봉으로 잘 나가는 동기들도 많지만, 그는 12년차 프로야구 선수치고는 평범한 연봉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인생의 참맛은 천천히 오는 법. 대나무 마디처럼 단단해진 그의 인생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이날 활약만큼은 "얼마 후 결혼하는 여동생에게 멋있는" 오빠였다. "항상 사랑하는 부모님"을 향한 뜨거운 눈물이었다. 그의 눈물에 팬들도 함께 울컥했던 것은, 평범한 우리네 가족 이야기 같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야구가 주는 또 하나의 감동이었다.

'한 줄기 바람도 없이 걸어가는 나그네가 어디 있으랴. 한 방울 눈물도 없이 살아가는 인생이 어디 있으랴.'

시인 이채의 노래가 떠오른다. 사나이의 눈물이 반드시 부끄러운 것은 아니다. 한화 팬들은 '서른살 꽃사슴' 오선진의 '쨍하고 해 뜰 날'을 응원하고 있다.

▲ 오선진 ⓒSPOTV 중계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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