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어12] “볼 배합도 변했어” 김인식 감독의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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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고척돔, 박현철 기자] “요즘은 메이저리그에서도 결정구로 타자 몸쪽 변화구 비율을 높이더라고. 2009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전 때 윤석민(KIA)이 생각나.”
오랜만에 국제 대회 지휘봉을 잡고 다시 좋은 성적을 노린다. 메이저리거의 불참으로 자칫 김이 샐 수 있고 이대호(소프트뱅크), 이대은(지바 롯데) 두 일본 리그 선수들이 합류했으나 KBO리그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기회. 다만 변화구로도 결정구를 던질 수 있는 기교파 투수가 많지 않다는 점은 감독의 고민 가운데 하나다. 김인식 한국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의 볼 배합 이야기는 단순한 평이 아니다.
2009년 제 2회 WBC 이후 오랜만에 대표팀 감독에 취임한 김 감독은 3일 서울 구로구 고척 스카이돔에서 훈련을 치렀다. 한국시리즈를 치르고 온 우승팀 두산 베어스 선수들, 준우승팀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이 합류한 데 이어 메이저리그 도전을 공표한 이대호도 이날 처음 훈련에 함께했다. “이대호의 손바닥 부상으로 훈련과 치료, 실전 투입 시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다”라고 밝힌 김 감독은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눴다.
4~5일 이틀 동안 쿠바와 서울 슈퍼시리즈를 앞둔 대표팀. 이야기 도중 김 감독은 볼 배합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냈다. 쿠바와 치르는 슈퍼시리즈가 선수들의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고 빠른 공 대처 능력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으나 볼 배합의 차이로 8일 일본과 개막전에서 혼돈이 있을 수 있다는 일말의 우려다.
“일본과 중남미 나라 투수들의 볼 배합이 다를 수 있다. 일본은 예전에 비해 더 볼 배합 변화가 심하다. 볼카운트 1-3, 심지어 볼카운트 3볼에서도 변화구를 던지는 투수들이 아주 많아졌다. 타자 몸쪽으로 휘어지는 변화구 비율이 높아졌더라.” 볼카운트에서 밀렸을 때 우격다짐식 패스트볼을 던지던 패턴에서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투수들이 많아졌다는 김 감독의 이야기다.
뒤이어 김 감독은 2009년 WBC 4강 베네수엘라전에서 시속 150km대 포심 패스트볼로 초반 카운트를 잡은 뒤 결정구를 시속 130km대 체인지업으로 선택해 6⅓이닝 7피안타 2실점 선발승을 거둔 윤석민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윤석민의 투구 패턴은 상대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었기 때문에 더욱 각광 받았다.

“윤석민이 베네수엘라전에서 호투할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상대 생각과 역으로 갔기 때문이다. 결정구를 변화구로 던져 타자를 잡았다. 그때는 이런 투구 패턴이 국제 무대에서도 익숙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을 봐도 그런 패턴을 종종 볼 수 있다. 타자 몸쪽으로 휘어지는 변화구 빈도가 미국 일본도 많아졌다. 예년과 비교했을 때 요즘 경기를 보면 그런 장면이 자주 보이니까.”
실제로 캔자스시티와 뉴욕 메츠의 월드시리즈에서 메츠 투수들은 페넌트레이스 때보다 슬라이더, 커브 등의 비율을 높여 결정구로 좀 더 많이 던졌다. 일단 김 감독의 이야기로 세계 야구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투수에게 결정적인 순간 패스트볼 일변도가 아닌 변화구를 자주 선택하고 재미를 보는 경우도 많았다는 김 감독의 평이다.
반대로 대표팀 내에서 변화구로 결정구를 자신 있게 꽂을 수 있는 투수가 얼마나 되는지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싱커의 달인 정대현(롯데)이 대표팀에 합류했고 오른손 타자 바깥쪽 코스에 뛰어난 제구력을 자랑하는 우규민(LG)도 태극 마크를 달았다. 모두 바깥쪽 구종이 주 무기인 오른손 잠수함 투수들. 왼손 정우람(SK)은 서클 체인지업을 잘 던진다. 이현승, 장원준(이상 두산)은 제구력이 좋은 왼손 투수들이며 김광현(SK)은 타자들이 알고도 당하는 포심 슬라이더를 자랑한다.
다만 잇단 악재로 원래 계획했던 투수진을 꾸리지 못한 것은 김 감독에게 고민을 안겼다. 풍부한 경기 경험과 안정적인 제구력을 갖춘 임창용, 윤성환, 안지만(이상 삼성) 등이 불미스러운 일로 낙마했다. 이대은은 제구 투수가 아닌 오른손 파이어볼러이며 이태양(NC), 조상우(넥센), 조무근(kt) 등은 아직 완벽히 여물지는 않은 미완의 대기들이다. 임창민(NC), 차우찬(삼성)은 분명 뛰어난 투수들이지만 국제 대회에서도 변화구를 결정구로 꽂을 수 있을지 물음표가 붙었다.
올바른 투구 패턴은 사실 딱히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 투수가 가장 잘 던질 수 있는 공이 결정구고 과정이 아닌 결과론에 따라 성공과 실패로 평이 엇갈리기 때문. 성공해서 타자를 아웃시키면 그만이다. 그러나 한 수가 필요할 때 패스트볼 일변도가 된다면 그만큼 벤치와 배터리의 구종 선택 폭은 급격히 좁아지고 상대에게 수를 파악당할 수 있다. 세계 야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투수진. 직설 화법보다 두루뭉술한 화법에 능한 김 감독은 볼배합 변화에 대해 대표팀이 좋은 경기력으로 대응해 주길 바랐다.
[영상] 김인식 감독 인터뷰 ⓒ 영상편집 고척돔, 배정호 기자.
[사진] 김인식 프리미어12 대표팀 감독 ⓒ 고척돔,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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