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구되는 150㎞’가 된 KIA 파이어볼러… 비아냥에도 팬들에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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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승혁(29·KIA)이라는 이름 세 글자는 KIA 팬들에게 오랜 기간 논란의 대상이었다. 기대감을 동반한 좋은 논란도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렇지 않은 시간이 더 길었다. 기대에서 실망으로, 실망에서 기대로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재능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었다. 시속 150㎞의 공을 언제든지 던질 수 있는 탁월한 어깨는 아마추어 시절부터 큰 주목의 대상이었다. KIA가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그를 1라운드 전체 8순위에 뽑은 이유이기도 했다. 체격 조건도 좋아 대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다. 그러나 구속이 성적과 비례한 것은 아니었다. 대다수의 다른 파이어볼러와 마찬가지로 그는 제구 문제와 항상 싸우는 선수였다.
아무리 빠른 공도 한가운데 몰리거나, 존에서 크게 벗어나면 의미가 없었다. “언젠가는 터질 것”이라는 기대감 못지않게, “공만 빠른 선수”라는 비아냥이 같이 따라다녔다. 시간이 갈수록 후자가 비등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한승혁도 자신의 그런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196경기(선발 25경기)에서 기록한 평균자책점은 6.09. 자신이 처한 위치는 무겁게 다가왔다.
터닝포인트는 입대였다. 항상 기대치에 쫓길 법했던 이 선수는, 모두의 시선에서 잠시 벗어난 시기에 평정심을 찾고 차분하게 자신을 되돌아봤다. 한승혁은 24일 고척 키움전에서 생애 첫 7이닝 투구(2실점)로 감격의 선발승을 따낸 뒤 “군대에 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으로 야구장 밖에 나와서 시간을 가졌는데 반환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기술 보강도 보강이지만, 어차피 야구장을 떠나 있을 시간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한 건 한승혁을 더 성숙한 선수로 만들고 있었다.
절박함도 있었다. 어느덧 10년차에 이른 선수였고, 제대하면 곧 서른이었다. 어리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성적 이상의 기회를 받았던 한승혁이었다. 다른 젊은 투수들도 그런 우대를 받을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더 보여주지 못하면 밀려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한승혁은 “야구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고, 많이 간절했다. 어린 투수들도 많이 차고 올라왔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초반에 잘 나오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비판도 많이 받았지만 어쨌든 그 또한 관심에서 비롯된다. 비판보다 더 무서운 건 무관심이다. 그래서 한승혁도 포기하지 않았다. 한승혁은 “팬분들도 그렇고, 부모님도 그렇고, 포기를 안 하셨다”고 오히려 자신을 어떤 식으로든 기억해준 이들에게 고마워하면서 “나 또한 계속 잘하려고 노력을 했다. 한 순간도 야구를 놔 본적이 없다. 그런 결과를 제대하면서 조금 조금씩 보여줘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한승혁은 24일 고척 키움전 승리 외에도 올해 출발이 좋다. 3경기에서 17⅔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04를 기록했다. 초반 못 던진 경기가 비로 노게임되는 행운도 있었다. 뭔가 물이 들어오는 느낌이다. 구속이 예전보다 줄기는 했지만 확실히 커맨드가 좋아졌다. 포심보다 더 던지기 까다로운 투심을 활용하는 모습에서는 이제 제구에 대한 자신감도 읽힌다. 제구가 되는, 150㎞를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에 비판보다 기대가 커지는 건 당연하다.
예전처럼 무조건 힘으로 밀어붙이지도 않는다. 꼭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12년의 세월에서 배웠다. 한승혁은 7이닝 투구에 대해 “7이닝을 처음 던진 걸로 알고 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서 힘이 들 때 요령으로 타자를 맞혀 잡을 수 있구나는 것을 터득한 것에 대해 크게 점수를 주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 경험은 한승혁에게는 또 다른 터닝포인트와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그는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시즌에 들어가면서 무조건 선발을 할 것이라 다짐한 것도, 보장을 받은 것도 아니었다. 이제 막 궤도에 오르기 위해 길을 나섰을 뿐이다. 그래도 약간의 욕심을 부려볼 자격은 생겼다. 한승혁은 “욕심이 조금조금씩 나곤 하더라. 안 아픈 게 첫 번째고, 팀이 가을야구 갈 수 있도록 일조하는 게 목표”이라고 다짐했다. 더 큰 욕심을 부릴 자격을 증명하는 순간, 한승혁에 대한 논란은 종지부를 찍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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