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살 인천 팬의 반문, “모든 수원 팬이 그런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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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허윤수 기자] 2주 전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현장을 찾았다.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날씨는 맑았고 주변은 인적 없이 고요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평화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달 19일 K리그 최대 라이벌전이라 불리는 수원삼성과 FC서울의 슈퍼 매치는 경기 외적 요소로 주목받았다.
커뮤니티를 통해 경기 전 한 수원 팬이 서울 팬을 들어 올린 뒤 바닥으로 내팽개치는 모습이 퍼졌다. 해당 서울 팬은 급히 자신이 입고 있던 서울 유니폼을 벗었고 주위에 있던 수원 팬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응원만 이어갔다.
논란은 커졌고 수원 구단과 가해자의 대처 방식은 축구 팬들의 분노를 키웠다. 수원은 가해자에게 홈 경기 2년 출입 정지 처분을 내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전 구장 영구 출입 정지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이후 수원의 첫 홈 경기. 어린 팬부터 연인, 친구, 가족 등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다시 모였다. 일부 팬의 어긋난 팬심으로 상처받은 수원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5년 차 수원 팬인 배창현(30) 씨는 사고 예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가족들과 경기장을 찾는다. 음식을 사려는데 낮부터 음주를 과하게 하는 듯 보였다.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저러다 큰일 나겠다’ 싶었는데 그 사건이 터졌더라. 한편으론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그는 왜 터질 게 터졌다는 생각을 했을까.
“슈퍼 매치나 전북현대전이 있으면 일부 팬이 과하게 술을 먹는 분위기가 종종 있었다. 본인들은 즐거워서 그러겠지만 흥분한 상태로 출입하는 걸 봤다.”
구단의 대응과 가해자의 변명 섞인 사과문도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구단과 팬의 대응이 안일했다. 누가 봐도 불미스럽고 폭행이라고 생각되는데 같이 점프하다가 넘어졌다는 등의 대응이 참... 구단도 더 강경하게 나갔어야 했다. 2년 출입 정지는 짧다. 연맹이 고려하는 수준의 징계가 맞다고 본다. 잘은 모르지만, 해당 소모임도 해체하고 구단의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다고 본다.”
배 씨는 각자의 팀을 응원하기 전에 축구라는 매개체를 통해 만나고 느낄 수 있는 걸 강조했다.
“응원은 경기장 안에서만 하면 된다. 각자 응원 팀이 있다는 것뿐이지 다들 축구를 좋아하고 관람하려고 경기장에 온다. 경기장 안에서만 응원하고 밖에서는 다 같은 축구 팬으로 하나가 됐으면 좋겠다.”
수원을 15년째 응원하고 있는 양상혁(30)씨는 여자친구인 신희애(28)씨를 K리그에 막 입문시켰다. “수원 유니폼과 굿즈로 꼬드기더라”라고 말한 신 씨는 해당 사건을 접하고 크게 놀랐다. 라이트 팬 입장에선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양 씨는 “개인적으로 강성 팬 문화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경기장에 있었는데 나중에 알았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팀을 넘어 K리그 전체가 비판받고 있어서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그 역시 이번 논란을 만든 가해자를 향한 징계에 동의하지 않았다. 또 과연 가해자에게만 향하는 게 맞는 것인지에도 의문을 품었다.
“말이 안 될 정도의 솜방망이 징계다. 나도 영상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해당 소모임은 예전부터 문제가 많았다. 가해자가 아닌 동조자에게도 강한 질책성의 징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다수 팬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양 씨는 열정적인 팬심으로 치부되는 것도 정도가 있다고 말했다.
“강성 팬 문화는 팀마다 있다. 오늘 경기하는 인천도 그렇고 서울, 전북 등 다 그렇다. 이성의 끈을 놓아서 문제가 된 거 같다. 스스로 자정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
해당 사건 이후 타팀 팬이자 원정팀 응원 자격으로 빅버드를 찾은 이의 의견도 들어봤다. 인천 팬인 장희수(48) 씨는 아들 장민준(12) 군을 비롯해 가족 단위로 원정 응원을 왔다.
장 씨는 “사건 소식을 접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팬들끼리 서로 지지하는 팀을 응원하는 건 좋지만 충돌하는 건 좋지 않다. 만약 내 자녀가 그런 일을 겪었다면 이번 가해자 부모와 똑같이 했을 거 같다”라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이때 마침 수원 유니폼을 입은 어린 팬들이 나무 그늘 밑에서 삼삼오오 모여 놀고 있었다.
“뒤에 보면 어린 수원 팬들이 있다. 상대 팀이지만 귀엽고 예쁘게 보인다. 사건 가해자도 학생인 것으로 아는데 성인이 아니다 보니 그런 거 같다. 주기적인 교육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아버지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장민준 군은 자처해서 의견을 밝히겠다고 했다. 12세 어린 팬의 말을 통해 상처받은 팬들에겐 위로가 지나친 팬심을 가진 이에겐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됐으면 한다.
“제가 직접 그 일을 당하진 않았지만 여기 오기 전에 조금 걱정은 됐어요. 하지만 모든 수원 팬이 그런 건 아니잖아요. 원정 팬이라고 차별받을 이유도 없고요. 빅버드 오기가 무섭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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