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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L '연봉킹'의 비밀…"데이터로 설득하는 시대 온다"

작성일: 2022.07.13 13:41 정형근 기자, 박대현 기자,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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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용산, 박대현 배정호 정형근 기자] "측위 기술의 발달로 대량의 스포츠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지면서 '축구 분석'의 영역이 훨씬 넓어졌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 피지컬을 관리하고, 경기에서의 퍼포먼스를 평가하고, 전술적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된 것이다.”

축구과학기업 '핏투게더'에서 데이터사이언스팀을 이끄는 김현성 팀장은 "축구계 데이터 바람은 이제 시작"이라 귀띔했다.

더 큰 폭의 변화를 내다봤다. 선수 컨디션 관리와 부상 방지를 넘어서 스카우팅, 연봉 협상, 전술 분석 등 데이터가 축구에 미치는 영향이 대대적으로 커질 것이라 예상했다.

김 팀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요즘 톱 레벨 구단은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진행한다"면서 "첫째는 선수들 운동 부하를 수집해 개별적으로 컨디션을 관리하고 부상을 방지하는 데에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선수가 경기에서 얼마나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였는지를 데이터로 평가한다. 선수가 특정 액션을 통해서 득점 확률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 또는 피지컬적으로 얼마나 폭발적으로 움직였는지 등을 고도화된 지표로 산출하여 선수 평가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여러 선수 움직임을 동시에 분석해서 이들이 상호작용하는 패턴으로부터 전술을 검출하고, 팀과 선수가 전술적으로 적절하게 움직였는지를 판단의 근거로 삼는 것”이라고 밝혔다.

▲ 케빈 더브라위너는 '데이터의 힘'으로 EPL 최고 연봉자에 올랐다.
▲ 케빈 더브라위너는 '데이터의 힘'으로 EPL 최고 연봉자에 올랐다.

연봉도 정보의 바다에 편입했다. 선수가 에이전트 없이 데이터 분석가를 대동해 구단과 협상 테이블을 꾸리는 게 현재가 됐다. 미래가 아니다. 이미 EPL은 더브라위너가 신호탄을 쐈다.

"원래 세계적으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보유한 축구 구단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최근 방대한 스포츠 데이터가 수집되면서 이를 분석하기 위한 기술적 요구사항이 훨씬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수학이나 물리학,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비스포츠인 출신 연구원들이 스포츠 구단에 데이터 분석 직무로 영입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영입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이 선수의 피지컬 또는 전술적인 퍼포먼스, 승리 기여도 등을 분석하기 시작했고, 이런 연구 결과가 팀 관계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케빈 더브라위너(31, 맨체스터 시티)가 대표적이다. 월드클래스 미드필더가 에이전트가 아닌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도움을 받아 엄청난 금액으로 재계약에 성공했다. 국내에선 박주영 선수가 울산 현대로 이적할 때 핏투게더가 제작한 데이터 기반 스카우트 리포트를 구단에 전달해 영입 당시의 의사결정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

더브라위너는 지난해 4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연봉킹'에 올랐다. 맨시티와 재계약으로 EPL 최고 주급자로 올라섰다. 수당을 포함한 최대 주급이 46만2000유로(약 6억2000만 원)에 달한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300억 원이 넘는다.

축구계는 깜짝 놀랐다. 초고액에 놀란 게 아니다. 더브라위너가 '에이전트 없이' 연봉 협상서 성과를 거둔 점에 놀랐다.

비결은 데이터였다. 더브라위너는 여러 데이터분석가를 고용해 제 영향력을 숫자로 증명한 것이다.

경기력은 물론 관중 동원력, 구단 가치 제고에 관한 기여도까지 제시했다. 십수 년간 전문 에이전트를 상대한 노련한 보드진도 숫자 앞에 허물어졌다. 선수에게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 김현성 핏투게더 데이터사이언스팀장은 "전술과 영입, 연봉 협상 등에서 데이터 역할이 가파르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현성 핏투게더 데이터사이언스팀장은 "전술과 영입, 연봉 협상 등에서 데이터 역할이 가파르게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변화의 바람은 경기장 밖에서도 감지된다. 2017년 창업 후 핏투게더는 수집한 데이터에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을 적용해 보면서 꾸준한 연구 활동을 진행해 왔고, 결국 올해 투고한 논문이 데이터마이닝 분야에서 가장 권위있는 국제 학회인 KDD(International Conference on Knowledge Discovery and Data Mining)에 게재 수락(accept) 판정을 받았다.

올 8월에 학회 개최지인 워싱턴에서 본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 김 팀장은 "많은 회사가 우리와 같은 GPS 기반 측위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핏투게더의 차별점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일부 리그에 대하여 '리그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과, 그 과정에서 수집된 리그 전체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기반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수 개인이 아닌 선수간 상호작용에 관한 분석, 나아가 리그 내 팀간의 상호작용을 좀더 집단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고, 단순 통계가 아니라 인공지능 기반의 고도화된 분석 결과를 냈다는 점을 (KDD로부터) 인정받은 것이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간 국내에서 나온 스포츠 분석 관련 논문은 게재 범위가 스포츠과학 쪽 학회·저널에 한정돼 있었다. KDD 정도 권위를 가진 국제 인공지능(AI) 관련 학회에 스포츠 데이터 분석 논문이 게재되는 것은 국내 학교와 기업을 통틀어 핏투게더가 최초일 것이다"라며 그 의의를 역설했다.

▲ 핏투게더는 경기 중 전술 변화를 자동으로 검출하는 알고리즘을 제시해 최고 수준의 AI 학회에 수락 판정을 받았다. ⓒ 핏투게더
▲ 핏투게더는 경기 중 전술 변화를 자동으로 검출하는 알고리즘을 제시해 최고 수준의 AI 학회에 수락 판정을 받았다. ⓒ 핏투게더

핏투게더는 논문 투고에 적극적이다. 취지는 간단하다. 축구 발전이다.

김 팀장은 "논문 투고에는 여러 목적이 있다"면서도 "무엇보다 가장 큰 목적은 축구 발전이다. 고도화된 분석 기술을 개발해서 지금까지는 직관과 경험의 영역에 있었던 축구라는 스포츠가 좀 더 정량적인 스포츠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바지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물론 소비자 확보 효과도 있다. 우리가 아무리 좋은 지표를 개발해도 소비자가 알아주지 않으면 큰 소용이 없다. 여기에서 말하는 소비자는 전 세계의 프로 축구 구단"이라며 "논문 게재를 통해 핏투게더 기술이 학계의 인증을 받게 되면 백 번 설득하는 것보다 더 큰 효과가 있다"고 귀띔했다.

모든 시장은 '흐름'이 있다. 스포츠 종목 중 가장 큰 시장 규모를 가진 축구에서, 데이터 사이언스가 지니는 위상과 연구 동향이 궁금했다.

"축구는 세계 최고 인기 스포츠다. 스타플레이어 이적료가 1000억 원을 우습게 넘기는 등 막대한 시장 규모를 자랑한다. 그럼에도 데이터 부족 탓에 의사결정자가 수백억 원이 오가는 의사결정의 대부분을 직관과 경험에 의존해 진행해 왔다."

"그러나 대량의 축구 데이터가 수집되기 시작하면서 의사결정 과정에서 데이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바르셀로나, 리버풀, 맨체스터 시티 등 월드클래스 구단들이 비스포츠인 출신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을 영입해 이들이 개발한 분석 결과를 여러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권위있는 국제 AI 학회에서도 스포츠 데이터 분석을 주제로 개최되는 워크샵이 점점 늘어나는 상황이다. 특히 올해로 16번째를 맞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포츠 분석 학회 'MIT Sloan Sports Analytics Conference'가 매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데, 올해에는 세계 유수 대학과 스포츠 구단, 그리고 스포츠 관련 기업에서 수백 명의 인사가 참석하는 등 축구 데이터 분석 업계의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구단이나 연맹에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지는 않다. EPTS로 수집된 데이터의 표준화된 활용법도 아직 덜 정립된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EPTS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듯, 이 데이터를 판단 과정에 깊이 활용하는 ‘축구 데이터 분석 생태계’도 빠른 속도로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 팀장이 말한 생태계는 오래된 미래다. 한국에서 축구 데이터 분석은 이제 막 첫걸음을 떼었지만 이 걸음은 축구사 전체에서 보더라도 큰 걸음이 될 것이다. 핏투게더는 이 같은 흐름을 가속화하는 '엑셀레이터 페달'이다.

"국내에 축구 데이터 분석 생태계가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회사 내외부적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기획자가 축구 전문가와 협력해 구단이 어느 시점에 어떤 의사결정을 하고 이 때 어떤 데이터가 필요한지 총망라하는 정리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는 이 작업을 ‘EPTS 바이블’이라고 부른다. 이 작업을 완성하면 아마 구단 입장에서 데이터 활용법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다."

"외부적으로는 축구와 데이터에 관심 있는 스포츠산업 종사자 또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저 개인도 회사의 지원에 힘입어 <파이썬 축구 데이터 분석> 강의를 국내 최초로 한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 개설했다. 해당 클래스를 통해 축구와 데이터 분석에 관심 있는 분들이 데이터 분석을 재미있게 배우고, 나아가 축구 데이터 분석 업계 안으로 들어오길 희망한다. 그런 생각으로 열심히 강의를 제작하고 있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의료·금융·마케팅·소셜 네트워크 등 다양한 분야를 장악해 가고 있는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스포츠와 축구도 그 변화의 바람을 마주할 때가 됐다. 경기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분석이 곧 축구의 미래를 헤아리는 가늠자 노릇을 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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