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100세이브는 욕심이…” KIA 정해영 뒤에는 든든한 응원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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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목동, 고봉준 기자] “사실 기록에만 너무 연연하면 좋지 않지만 그래도 욕심은 납니다.”
제77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겸 주말리그 왕중왕전 32강전이 열린 17일 목동구장에는 낯익은 얼굴이 자리했다. 1990년대 해태 타이거즈의 왕조 시절 포수로 활약한 뒤 KIA 타이거즈에서 배터리코치와 수석코치, 2군 사령탑 등을 역임한 정회열(54) 동원대 감독이다.
올해 1월부터 동원대 지휘봉을 잡은 정 감독은 신입생 스카우트를 위해 최근 고교야구 현장을 자주 찾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벌써 사흘 내리 목동구장을 들러 선수들을 체크하는 한편, 여러 사령탑들을 만나 ‘신생팀’ 동원대를 알렸다.
정 감독은 “지난해 진필중 감독이 동원대 창단을 맡았지만 개인 사정으로 자리를 비우면서 내가 올해 1월 부임하게 됐다”면서 “현재 인원은 18명이다. 아직은 경기를 치르기에는 부족한 규모라 선수 스카우트를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1990년 광주일고를 졸업하고 프로로 데뷔한 정 감독은 1997년까지 해태에서 활약했다.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묵묵하게 안방을 지키며 1990년대 해태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뒤 1998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해 이듬해 은퇴했다.
이후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 배터리코치를 거쳐 KIA에서 2군 감독과 수석코치, 스카우트팀장 등을 두루 거친 정 감독은 올해부터 아마추어 지도자로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정 감독은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김선진 코치와 학교 앞 숙소에서 동고동락하고 있다. 거실을 가운데 두고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웃고는 “신생팀이라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선수들을 길러낸다는 자부심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에서만 30년 가까운 경력을 자랑하는 정 감독. 그러나 최근에는 ‘지도자’ 정해영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바로 ‘정해영 아버지’다.
정 감독의 아들인 정해영은 현재 KIA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부터 뒷문을 맡아 다양한 기록을 써내는 중이다.
정 감독은 “아들의 활약은 사실 생각지도 못했다. 프로 무대에서 이렇게 빨리 적응해서 자기 몫을 할지는 몰랐다. 그저 뿌듯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2020년 아버지의 모교인 광주일고를 나와 역시 아버지의 친정팀인 KIA 유니폼을 입고 데뷔한 정해영은 지난해 34세이브를 거두면서 KBO리그의 신성 마무리로 떠올랐다. 이어 올 시즌에서 32경기에서 22세이브를 챙기며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다.
정 감독은 “올 시즌에도 아들의 경기를 빠짐없이 챙겨보다가 최근에는 루틴을 잠시 바꿨다. 내가 너무 신경을 쓰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일부러 생중계를 피하게 되더라. 물론 기록은 다 챙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어린 나이로 붙박이 클로저가 된 정해영은 구단 프랜차이즈는 물론 KBO리그 세이브 기록을 연거푸 바꿔 나가는 중이다. 먼저 지난해 34세이브로 2015년 윤석민의 30세이브와 1993년 선동열의 31세이브를 넘어선 뒤 구단 최다기록인 1998년 임창용의 34세이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또, 지난달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선 4-3로 앞선 9회말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 KBO리그 역대 최연소 50세이브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만 21세도 되지 않은 20세9개월9일로 새 역사를 썼다. 종전 기록은 2008년 한기주의 21세4개월5일. 정해영은 이를 7개월 가까이 단축하면서 KIA 선배 한기주를 뛰어넘었다.
정 감독은 “(정)해영이는 프로 입단 뒤에는 선발 수업을 받았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19 확대 엔트리 때 1군 콜업을 받더니 데뷔전(7월 1일 광주 한화전)에서 운 좋게 승리를 챙겼다. 지고 있는 상황에서 나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덕분이었다”면서 “사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영이가 조금은 불안해했다. 벤치에만 앉아있다가 다시 2군으로 내려갈까 걱정했지만, 그날 승리로 자신감을 찾으면서 불펜에서 자리를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등판 상황과 일지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진한 애정을 숨기지 못하던 정 감독. 정해영의 어린 시절 이야기가 나오자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정 감독은 “해영이 중학교 때 기억이 난다. 구위 자체가 특별히 뛰어난 편은 아니었지만, 볼넷이 적었다. 피해 다니는 투구를 하지 않더라. 그 장면을 보면서 ‘계속 투수를 시켜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아들에게 하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그저 ‘어차피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는 투수는 없다. 그러니 도망가지 말고 타자와 싸우면서 방법을 찾아라’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정 감독은 “아들이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가 되길 바랄 뿐이다. 프로로 데뷔했을 때는 10년 연속 10승을 하는 투수가 되길 원했지만, 지금은 마무리로 뛰는 만큼 10년 연속 10세이브를 하는 클로저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기록에만 너무 연연하면 좋지 않겠지만, 그래도 최연소 100세이브(현재 기록은 2000년 임창용의 23세10개월10일)는 깨기를 아버지로서 바란다. 그러면 더는 소원이 없을 것 같다”고 웃고는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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